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HER Travel : 서울, 서울주교좌성당]
복잡해 보이는 서울의 한 복판, 길 하나 사이로 평안하고 고요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길 바로 앞에 자리하던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 별관이 철거되며 그 뒤에 자리 잡고 있던 성공회 서울 주교좌성당이 세종대로에서도 바로 보이게 되었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 드는 곳이다.
성당 바로 건너편 지하에 세실극장이 있어서 학생 시절 연극을 보기 위해 자주 왔는데, 그때 풍경에서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던 세실극장이 지난해부터 다시 공연을 올리게 되었으니 더더욱 그렇다.
1926년 건축된 이 성당은 서울에선 유일한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한다. 주변에 있던 초가집, 기와집들과 어울리도록 설계했다고 하는데 곳곳에서 한국적인 양식을 살짝 확인할 수 있다. 기와지붕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나 한옥 창살을 연상시키는 성당의 창문이나...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제단화가 눈에 띄는데 멀리서 볼 때는 예수의 양쪽 눈이 뭔가 달라 보인다. 각각 하늘과, 땅을 보는 눈을 상징하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주교좌성당이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본당을 나오면 뒤쪽으로 건물 양끝이 성당 쪽으로 꺾여 있는 듯한 사목관이 자리한다. 사제들이 업무를 보는 이곳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민주 인사들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사목관 앞에 그런 사실을 알려주는 기념비가 서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양이재는 1905년 지어졌는데 귀족들의 교육과 학습 시설인 수학원(修學院)으로 사용되던 것을 대한성공회에서 사들여 서울교구 주교의 집무실로 사용 중이다.
성당 건축과 성공회 교리에 관해 설명해주는 자원봉사자들이 늘 계시고 가끔은 사제들이 직접 설명을 해주는, 친절도 최고의 종교 시설이다. 주저하지 말고 들어가 볼 일이다.
어떤 대상을 어떻게 믿고 의지하는가와 상관없이 산책이나 건축물 구경만으로도 충분히 돌아볼 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