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 맛 살린 한남동의 바스크 식 그릴 바
[레스토랑: 서울, 한남동 ‘엘초코 데 떼레노’]
너무 좋아서 당분간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 망설이던 곳을 공개합니다~ 좋아해서 자주 가던 스페인 식당인 ‘떼레노’에서 바스크식 그릴 바를 열어서 오픈하자마자 찾아갔다.
예전에는 테레노에서 타파스를 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코스로 진행되어서 조금 아쉽던 차였고 미식의 중심지가 된 스페인 바스크 지역 스타일대로 숯불을 이용해 조리한다니 궁금할 수밖에.
‘엘 초코’는 바스크 어로 ‘구석’이란 의미라는데 들어가자마자 폭이 넓고 ㄷ자 모양으로 자리한 카운터가 눈에 띄었다. 카운터 테이블을 이렇게 식당 한가운데 놓는 레스토랑을 저는 완전 사랑합니다…
숯불로 조리하는 그릴 바이다 보니 메뉴가 많지 않아 한번 가면 이 집 거의 모든 메뉴를 다 시켜 먹게 된다. 간단하지만 맛은 물론 신경 써서 담아주어서 보는 즐거움도 큰 곳.
시작은 토마토 샐러드다. 여러 종류의 토마토를 15년 숙성한 셰리 비네거를 사용한 것이 특징. 그다음은 하몽 플레이트인데 마침 가장 맛있는 부위인 마싸(maza)를 따로 썰어주어서 행복하게 맛보았다. 당연히 카바 한 잔을 곁들였는데 하몽 플레이트만으로 와인 한 병 비울 각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바스크 지역의 특징에 맞게 제철 해산물이 자주 등장한다. 성게알과 적근대를 올린 통새우, 완두콩과 완두순을 올린 꼴뚜기 모두 향긋한 숯불향을 입고 등장했다. 그다음은 수비드 한 문어인데, 바스크 핀초스의 맛을 살리기 위해 스페인 산 문어를 공수해 사용한다고.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고기 요리는 갈비 등심과 채끝등심이 있는데 커다란 뼈를 그대로 살려 정형한 고기가 전용 숙성고 속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씹는 맛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갈비 등심 강력 추천입니다! 100그램 단위로 주문할 수 있으니 적게라도 꼭 시켜 맛보시길. 불맛을 살려 부드럽게 굽고 치미추리 소스와 피키요 고추를 함께 내주었는데 최근 먹은 고기 요리 중 최고였다.
이 집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 중 하나는 가자미인데, 숯불에 굽고 마늘과 마른고추 기름을 부어 통째로 나온다. 생선 모양의 바스크 전통 석쇠를 구했기에 가능한 요리라고 한다. 매일 가락동 시장에서 해산물을 구해오는데 가자미나 광어, 도다리, 철광어 등 그날그날 가장 상태가 좋고 맛있는 생선을 사용한다.
첫 번째 방문에서는 도다리를, 두 번째 방문에서는 철광어를 먹었는데 같은 흰살생선이지만 살짝 다른 맛, 물론 어떤 생선이어도 다 맛있다. 좋은 재료, 좋은 불에 좋은 올리브 오일과 소금이 있다면 맛이 없기가 힘들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와인 리스트도 좋아 중간중간 화이트 와인과 레드와인을 글라스로 시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바스크 식 타르트 껍질에 조린 사과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디저트로 입가심을 했는데 아이스크림을 워낙 좋아하니 셰리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맛보라고 한 스쿱 따로 서비스.
스페인과 호주, 두바이 등 여러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떼레노’를 오픈한 신승환 셰프는 ‘엘초코’를 오픈한 후 저녁 시간은 주로 이곳에 나와 있다고 한다. 정찬을 즐기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캐주얼하게 손님들에게 직접 음식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눠 활기가 넘친다.
위스키와 셰리, 화요 등 다른 술도 갖춰 놓았다. 커피나 차가 없으니 세리 한 잔을 시켜 더할 나위 없는 식사 마무리를 해보세요… 바스크 식 사과 발효주인 ‘시드라’도 통관을 기다리고 있어서 조만간 마셔 볼 수 있다고.
최근 간 곳 중 가장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도 자주 갈 것 같은, 한남동 구석의 작지만 멋진 그릴 바였습니다. 그나저나 인생 숙원 사업인 바스크 여행은 언제 간답니까…
한남동 263-10 (월요일 휴무이고 발렛 가능하며 예전 커피바 k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