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여행 #12
[포틀랜드: 그라사(GRASSA)]
저녁 시간이면 이 집 앞에 줄이 길게 서 있다.
수제 파스타, 핸드메이드 파스타를 선보이는 곳인데 먹고 가는 사람들, 테이크아웃으로 사가는 사람들, 주문 배달(미국도 요즘 음식 배달 서비스가 한창이다)을 기다리는 딜리버리 등으로 긴 줄이 이어져있다. 이 정도로 줄이 이어져 있다면, 당연히 나도 서야지!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먹으러 떠나온 나에게는 아무 문제없다. 어차피 따로 할 일도 없고~
알고 보니 이 집은 바로 옆에 자리한 '라르도(Lardo)'와 자매점으로, 릭 젠카렐리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캐주얼하게 카운터 서비스로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아예 "reservations are politely declined"라고 밝히고 있다. 뭐, 좋다! 남녀노소, 지위고하, 인종을 막론하고 오는 순서대로 줄 서서 기다리는 선착순 시스템이다.
저녁 시간에 맞춰갔더니 결국 한 시간을 꼬박 기다렸다. 시스템이 좀 특이한데 줄을 서있다 음료와 음식을 주문하고(자리가 비는 상황에 따라 주문을 받아준다) 번호표를 받아 테이블 위에 올려주면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도넛을 비롯해 이것저것 먹은 저녁이라 배가 고프지 않아서 프리토 미스토를 전체로 시켰다. 깔라마리와 펜넬, 레몬과 칠리를 함께 튀겨서 풍성하게 나오는데, 당연히 맥주를 부르는 맛이다. 둘 다 감자튀김광이라 프라이도 하나. 파스타로는 맥앤치즈를 시켰다. 간단한 패스트푸드의 대명사가 된 맥앤치즈, 치즈 범벅 마카로니를 생각했는데 눈 앞에 나온 건 큼직한 수제 마카로니에 부드러운 치즈가 감기고 숯불에 바비큐해 향이 살아있고 달콤하게 글레이즈한 삼겹살 큐브가 풍성하게 올라가 있다. 할라페뇨와 적양파, 콘브랜드 크럼블까지 올라간 호사스러운 맥앤치즈!
파스타를 하나 더 시키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다시 줄을 서야 하나.... 그건 못하겠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식사를 마쳤다. 카르보나라, 알리오 올리오, 카치오 에 페페... 기본 파스타들 모두 맛있다는데 진작 하나 더 시켰어야 했다. 벽에 그려진 커다란 독수리 그림이 이곳의 상징이고 커다란 파스타 기계를 돌려 즉석에서 만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포틀랜드에 두 곳의 '그라싸'가 문을 열고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곳은 시내에 있는 West End점, 1205 SW Washington St.또 한 곳은 Northwest Portland, 1506 NW 23rd Av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