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ER Trave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 Report Jul 24. 2019

도서관의 미래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시애틀 중앙도서관

시애틀 여행 #13  

[시애틀,  Seattle Central Library]


영국의 온라인 서점인 워드리(Wordery)는 2018년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 어디인지에 대해 조사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도서관을 가리키는 해시태그가 얼마나 달리는지를 조사하여 순위를 매겼다. 2018년 11월 9일, 총 17,685개의 도서관 관련 해쉬태그를 조사한 결과 1위는 #seattlepubliclibrary였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시애틀 시립 도서관은 27개의 지점을 가진 네트워크를 말하는데, 우리가 방문한 도서관의 정확한 명칭은 시애틀 중앙 도서관 Seattle Central Library다.


어떤 공간에 들어갔을 때 다양한 느낌을 갖게 된다. 별로 꾸민 것이 없지만 따뜻하게 느껴지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화려하지만 왠지 차갑고, 사람이 주인공이 아닌 공간을 만나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공간을 꼽으라면 단연코 시애틀 중앙 도서관이었다. 거대한 공간(3만 8천 제곱미터로 1만 1천평이 넘는다)이 따뜻하게 느껴지기는 쉽지 않은데, 이 공간은 방문자를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느낌이었고, 하루 종일이라도 있고 싶었다. 실제 우리는 한나절 내내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차를 마시고, 도서관 창가에 앉아 HER Report를 쓰기도 했다.  


이 멋진 공간에 대한 자료는 인터넷에 엄청나게 많지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1999년 건축회사(OMA과 LMN)가 작성한 제안서였다. 또 하나는 램 쿨하스(Rem Koolhass)와 함께 이 도서관 건축 프로젝트를 이끈 뉴욕의 조슈아 프린스-라무스(Joshua Prince-Ramus)가 2006년 TED talk에서 발표한 영상(“Behind the design of Seattle’s library)였다.


1999년 시작하여 2004년 완공된 시애틀 중앙 도서관은 도시에서 도서관의 역할이 무엇인가 보여준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는 시대에 도서관은 더 이상 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건축가들은 사회적 역할에 주목했다. 공공 도서관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여들고, 단순히 조용히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쉬고, 이야기나누고, 먹고, 떠들 수 있고,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모임을 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축가들이 가장 고민한 부분 중 하나는 책과 도서관의 미래였다. 문제는 30-40년 뒤 책과 도서관의 미래에 대한 답은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건축가들은 (그들의 용어를 빌리면) ‘구분된 유연성(compartmentalized flexibility)’의 개념을 도입한다. 도서관 전체의 공간을 유연하게 만든다기보다는 공간을 몇 가지로 나눈 뒤, 그 안에서 유연성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들은 설계 과정에서 '정해진(큰 변화가 없을)' 공간을 다섯 가지로 설정했다. 주차장, 직원을 위한 공간, 회의 공간, 책을 저장하는 공간, 도서관 본부. 그리고 향후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공간을 4가지로 설정하여 앞으로 유연하게 공간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 공간이 바로 열람실, 복합 공간, 거실,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었다. 5개와 4개의 공간을 서로 엇갈려 놓은 컨셉이 도서관의 건축 모형이 되었고, 그래서 이 도서관은 박스 위에 박스를 엇갈려 놓은 것처럼 되어 있다. 이러한 설계는 최대한의 채광을 가능하게 했고, 프랭크 게리의 팝컬쳐 박물관과 함께 시애틀의 새로운 현대성(모더니티, 도서관을 지은 건축가들은 이를 hyper-rationality라고 불렀다)의 상징이 되었다.


프린스 라무스는 시애틀 중앙 박물관 건축 과정에서 독특한 점의 하나로 “no authorship”을 강조했다. 일반적인 건축에서는 마스터 건축가가 드로잉을 하고, 나머지 건축가들이 이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애틀 박물관은 누가 마스터 건축가라기보다는 팀(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는 30명에 이른다)이 함께 디자인하고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도서관에서 한 나절을 보내며, 시민들을 위해 어떤 교육이 진행되는지를 살펴보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시여서 역시나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강좌가 정말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내 눈길을 끈 것은 세 가지 강좌였다. 


첫째는 시민들을 위해 페이크 뉴스를 찾아내는 법과 정보를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강좌(Face News Survival Guide: Resources and Tips for Staying Informed)였다. 


둘째는 범죄 경력이 있는 시민들이 직장을 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좌(How to Apply for a Job with a Conviction History)였다. 이 강좌는 범죄 경력이 있는 시민들이 어떻게 직장에 지원하고, 인터뷰 과정에서 범죄 경력에 대한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준다고. 


마지막은 아티스트를 위한 비즈니스 강좌였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한 20가지 단계들을 알려준다고 한다.


점심 먹고 들러 한 나절을 보내고 저녁을 먹기 위해 도서관을 나서는 발길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다시 시애틀에 온다면 그 때는 이 도서관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클래식 자동차의 성지 르메이 미국자동차 박물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