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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우리 Jan 14. 2022

스피치에 목마른 우리들

“ 스피치 잘하세요?”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아니요”하고 말한다.

“예”라고 말하는 한 명은

저자처럼 말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일 경우가 많았다.


왜 지금 스피치 전성시대가 되었을까? 우리는 세종대왕님이 만들어 주신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한다. 한글이 나오기 전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90%에 가까웠다고 추측한다. 글자는 한자를 익힐 수 있는 양반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한글이 창제되고 1958년 문맹률은 4.1%로 줄었고, 1966년 1%로 문맹률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우리에게서 사라져 갔다.

이처럼 모두가 모국어를 읽고 쓰고 말할 줄 아는데 우리는 왜 스스로 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할까?    

 

그 이유는 인간관계에 소통의 문제를 몸소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아’라고 말했는데 상대는 ‘어’라고 이해하며 오해가 생기는 경우, 한 시간 가량 열정을 다해 말했는데 “그래서 네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하고 핵심 전달이 안 되는 경우, 양이 엄마하고 부를 정도로 떨리는 말소리에 비즈니스에서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 등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말 잘하는 것’의 힘을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이다. 절실하게 필요를 느끼니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말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려 한다.   

  

우리는 왜 말을 잘하지 못할까? 말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문화의 한 부분이다. 말을 알려면 그 문화를 알아야 한다. 저자가 어릴 때 만해도 말수가 적은 아이가 성숙하고 참한 아이로 인정받았다. 웃어른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어디 어른한테 말대꾸야!”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밥상에서는 조용히 밥만 먹는 것이 예절이라고 배웠다. 이렇듯 80년대 생인 저자도 말을 적게 하라고 배우면서 자랐다.

고기도 많이 먹어본 자가 맛있는 고기를 고를 수 있다. 그림도 많이 그려본 자가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말도 마찬가지다. 많이 해본 자가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할 수 있고, 치고 빠질 때를 알게 된다. 애초에 말문이 막힌 채 차란 우리는 이 상황에 어울리는 적절한 말이 무엇인지, 언제 치고 빠져야 할지 알지 못한다.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핵심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말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럼 지금의 문화를 이끌어 가는 MZ세대들은 말을 많이 하고 자란 세대인데, 왜 말을 못 한다고 생각할까? 분명 이전 세대와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고 배우며 자랐다. 그럼에도 왜 소통의 문제를 느끼는 것일까? 이들은 디지털과 함께 자랐기 때문이다. 전화통화보다 메신저가 익숙하고, 밖에서 뛰어놀기보다 온라인 세상에서의 놀이가 익숙하다.

저자는 어릴 때 치킨이 먹고 싶으면 직접 전화를 걸어서 주문했다. 지금은 핸드폰 터치 몇 번이면 치킨이 문 앞에 배달된다. 저자는 어릴 때 집안에 놀거리가 많지 않았다. 밖에서 동네 언니, 오빠, 동생들과 뛰어놀았다. 우리끼리 규칙을 정하고 순서를 정하고 규칙을 어기면 벌을 주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툼도 있었고 화해도 있었다. 최소한 이 과정에서 동료들과의 소통을 배울 수 있었다.

MZ세대의 놀이는 조금 다르다. 글로 소통하기에 글자 수를 줄여 표현한다. 짧게 표현하기 위해 에둘러 표현하는 것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게임하다 분쟁이 생기면 다투고 화해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꺼버리면 된다. 이렇듯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분위기에서 자랐지만 상대를 배려하고 소통하는 스피치를 제대로 경험하기 힘들었다.     


이렇게 스피치가 어려운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이 왔다. AI가 사람들의 일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대두되었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생각, 소통, 협력,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 말을 잘하는 것과 연관된다. 그렇기에 2022년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스피치에 갈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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