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 하기 위한 기본 소양
세 번째 소양은 독서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책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한 내 지식의 넓이와 깊이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이 넓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책은 내가 배우고 싶은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가장 좋은 선생님이다. 그럼 독서가 스피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떤 것이 있을까?
1. “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스피치 수업에서 많이 듣는 말이다. 머릿속에 생각은 분명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이는 곧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즉 어휘력의 부족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책을 읽으면 많은 어휘를 접하고, 그 어휘가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비슷한 느낌의 단어들이 각각 어떤 상황에 더 잘 어울리는지를 알 수 있다.
‘경험’, ‘체험’은 비슷한 느낌의 단어이다. 경험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봄.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 > 이다. 체험의 사전적 의미는 < 자기가 몸소 겪음, 또는 그런 과정>을 의미한다. 즉, 체험은 내가 몸소 겪은 그 자체의 것, 그것을 통해 내가 어떠한 깨달음이나 변화가 일어나기 전을 말하고, 경험은 내가 몸소 겪고 그것을 기반으로 깨달음을 얻었거나 나에게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를 말한다. 예를 들면 “체험수기”라고 하지 “경험수기” 라 하지 않고, “산 경험” 이라 하지 “산 체험”이라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게 지인짜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한때 유행했던 광고문구이다.
이처럼 우리는 뭐라 설명하고 싶은데 설명할 단어를 몰라 말을 잘 하지 못한다. 책을 접하면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어휘를 접하게 되고, 그 어휘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2. 에피소드가 없는 것이 콤플렉스
나는 26세에 서비스 강사로 강사를 시작했다. 강사양성과정을 수업하신 강사님께서 내 인생의 굴곡, 우여곡절이 좋은 에피소드가 된다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 그런 굴곡이 없었다. 강사인 나는 에피소드가 없는 것이 콤플렉스가 되었다. 에피소드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색하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속에는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지만 아주 많은 사례가 있었다. 그 사례를 이용해서 에피소드의 공백을 채워나갔다.
우리가 말을 할 때 상대가 쉽게 공감하기 위해서 나의 에피소드나 사례를 예시로 든다. 에피소드나 사례는 청자가 그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소가 된다. 상황에 몰입한 청자는 자신의 비슷한 상황에 대입해 공감이라는 감정을 불러온다. 그 공감이라는 감정이 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치트키가 된다.
우리는 누구나 모든 경험을 직접 해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 많은 사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자. 그 간접 경험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하기의 치트키가 될 것이다.
3. 대화를 이어가는 넓은 지식
나는 <유퀴즈온더블럭> 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사실 처음에는 유재석씨의 팬이라 보기 시작했다. 그 프로그램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온다. 국방과학, 법, 의학, 범죄, 경제, 판매, IT 등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한다. 그때마다 유재석씨는 전문가들과의 대화를 유연하게 이어간다. 사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이 만나면 일로써 할 수 있는 대화는 많이 없다. 서로의 분야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질문도 어느정도 알아야 질문을 할 수 있다. 유재석씨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나와도 그분의 인터뷰 내용에서 핵심을 골라 다시 질문하고, 공감해준다. 전문가가 어렵게 설명하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기 쉽게 다시 풀어서 설명해준다. 이는 그가 그 분야에 대해 지식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유퀴즈를 보면서 유재석씨가 다시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유재석씨의 과거 인터뷰를 보고 알게 되었다. 유재석씨는 꾸준히 책과 신문을 읽는다고 했다. 그것이 자신이 롱런할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우리가 누군가와 유연하게 대화하기 위해서는 얇더라도 넓은 지식을 가져야 한다. 최근 전방위적 지식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프로그램도 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이라는 프로그램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한 주제를 여러 관점과 여러 지식으로 이야기 한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이라는 책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알려주고 있다.
한 우물만 깊게 파는 시대는 지나갔다. 유연한 대화를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지식을 습득해야한다. 그것의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독서이다.
4. 우물 안 개구리가 가장 무섭다.
나이가 들고서 알게 된 무서운 사람이 있다. 바로 내가 아는 것이 모두 옳다고 밀어붙이는 사람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은 살아가는 것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아니라 현명한 해답이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이 옳다고 밀어붙이는 사람은 자신의 것만이 정답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 시각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바라본 하늘은 지름 1m의 동그란 모양이기 때문에 하늘은 무조건 지름 1m의 동그란 것이다.’ 하는 잘못된 신념이다. 그 우물에서 폴짝 뛰어올라 밖으로 나오면 끝없이 펼쳐진 경계선 없는 푸른 하늘을 만날 수 있는데 우물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 있다. 자신만 그러고 있으면 되는데 이들은 꼭 다른 개구리들이 우물 밖으로 나가려 하면 뒷다리를 붙잡고 방해한다. 자신이 아는데 우물 밖에는 뱀이 득실거리니 분명 우리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이 우물 속에 제일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우물 안 개구리가 가장 무서운 사람이다. 자신도 주변인들도 함께 망치기 때문이다.
그럼 이 개구리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겸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마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답보다 더 좋은 답이 있을 것이라는 마음, 상대의 이야기를 존중해서 들어주는 것이 부족하다.
책 속에는 저자들의 수많은 지혜가 담겨있다. 그 저자들의 해답과 해답이 만나 더 좋은 해답을 만들 수도 있다. 같은 주제로 이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저 저자는 저렇게 말한다. ‘아~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를 배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를 알게 된다.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겸손을 배운다.
겸손을 통해 나의 말에는 무게가 실리고, 나의 말에 신뢰감이 생긴다. 즉, 겸손은 사람들이 내 곁에 머무르게 하는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