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5
“이 죄책감은 삼창 할 때마다 목엣가시처럼 목젖을 쿡쿡 쑤셨다.” - 한로로, 자몽 살구 클럽
이번 주에 만든 저녁 루틴이 있다. 그날 읽었던 소설에 밑줄 그은 문장을 한번 더 곱씹어본다. 그 문장들을 써보면서 왜 이 문장이 좋았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글을 읽을 때 장면에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 산책길에 괜스레 눈길이 가는 장면이 있었다. 산책하는 중년부부는 손을 잡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만한 그 장면에 자꾸 눈길이 갔다. 지금까지 나는 누구와 손을 잡았는지 떠올렸다. 생각보다 손을 잡은 사람은 세상에 얼마 없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아빠의 손이 생각났다. 특히 아빠의 손은 참 투박하다. 아빠는 나이가 들어서는 손에 물기가 없어 뭔가를 집으면 자꾸 미끄러진다는 말을 하신다.
아빠의 손을 만져보면 건조하고 잘 미끄러지는 그런 감각이 있다. 내가 아빠의 손을 잡은 적이 얼마나 있던가. 나의 기억의 어떤 장면은 소설처럼 감정이 담겨있다. 죄책감과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엉켜 느껴지는 용광로 같은 감정들이. 우리 가족은 표현을 잘 못한다. 평소 감정표현이 서툴고 이런저런 일상 정도만 이야기하곤 한다. 고마움을 나타내는 게 직관적이지 않아서 행동을 보고 유추해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몇 번 만져 보지 못했던 그 손길이 자꾸 떠오른다.
행동에도 말에도 담기지 않은 것들이 손길에 담겨있다. 앞으로도 이 투박한 손길을 가장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