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읽는 논리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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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를 파는 상인이 창을 집어 들며 ‘이 창은 모든 방패 창을 막아낼 수 있다’고 소리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번엔 방패를 집어 들며 ‘이 방패는 모든 창을 막아낼 수 있다’고 소리치죠. 그렇다면 과연 앞서 말한 창과 방패가 서로 맞부딪힌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경우의 수는 두 가지입니다. 즉 방패가 뚫리거나, 뚫리지 않을 뿐이죠. 만약 방패가 뚫린다면 방패가 모든 창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은 거짓이며, 또한 방패가 뚫리지 않는다면 창이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다는 말도 거짓입니다. 다시 말해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과 모든 창을 막을 수 있는 방패는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죠. 이를 한자로 ‘모순’이라고 합니다. 이는 말 그대로 ‘창과 방패’를 뜻하는 것으로, 즉 동시에 양립할 수 없음을 의미하죠. 하지만 흥미롭게도 앞서 소개한 창과 방패 이야기는 논리학적으로는 모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모순의 정확한 논리학적 의미와 더불어 반대와 소반대라는 비교적 생소한 개념에 대해서 같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순의 논리학적 의미는 ‘동시에 동일한 진리값(참/거짓)을 가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한 번 다음의 예시를 보겠습니다.
만약 A명제가 참이라면 이때 B명제는 A와 동시에 참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 존재는 죽어 있는 동시에 살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A명제가 참이라면 B명제는 거짓이어야 합니다. 또한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B명제가 참이라면 A명제도 거짓이어야 하죠. 즉 A명제와 B명제는 동시에 참이거나 거짓일 수 없으며, 항상 서로 다른 진리값을 가지는 관계입니다. 논리학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모순이라 하죠.
그렇다면 다시 ‘창과 방패’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과 모든 창을 막을 수 있는 방패는 왜 논리적으로 모순에 해당하지 않는 걸까요? 일단 이야기 속 창과 방패의 상황을 다음의 명제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주어진 두 명제에서 만약 C명제가 참이라면 아이기스가 뚫리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이며, 반대로 D명제가 참이라면 청룡언월도가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따라서 두 명제는 동시에 참일 수 없는 관계이죠. 하지만 이것만으로 두 명제 사이에 모순 관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모순이란 ‘동시에 동일한 진리값(참/거짓)을 가질 수 없는 관계’를 뜻하기 때문이죠. 즉 모순이 성립하기 위해선 동시에 참이 될 수 없어야 할 뿐 아니라, 또한 동시에 거짓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 쉽게 말해 모순 관계란 하나가 참이면 다른 하나는 거짓이어야 한다는 개념이죠. 그러나 (앞서 살펴본)두 명제(C,D)는 동시에 거짓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청룡언월도가 뚫지 못하는 방패 X가 존재할 수 있고, 아이기스가 막지 못하는 창 Y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두 명제는 동시에 거짓인 경우의 수가 존재하므로 모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창과 방패의 관계는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까요?
앞서 살펴봤든 모순이란 ‘동시에 동일한 진리값을 가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다시 말해 모순은 항상 서로 다른 진리값을 가지는 관계이죠. 예컨대 두 명제 A, B가 모순이라면, A가 참일 때 B는 거짓이어야 하며, 또한 B가 참일 때 A는 거짓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방금 전 살펴본 창과 방패는 이러한 경우의 수에 더하여 동시에 거짓일 수도 있는 관계였죠. 논리학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반대’ 관계라고 설명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다음의 명제 A와 모순 관계에 해당하는 명제는 둘 중 무엇일까요?
답은 어렵지 않습니다. 주어진 명제와 모순을 이루는 것은 바로 2번 명제이죠. 자명하게도 두 명제는 하나가 참이면 다른 하나는 거짓이며, 또한 동시에 참일수도, 거짓일 수도 없는 명백한 모순 관계입니다. 그렇다면 1번 명제는 왜 주어진 명제와 모순 관계를 이루지 못할까요? 그 이유는 비록 두 명제가 동시에 참일 수는 없지만 동시에 거짓일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인간의 감정은 사랑과 증오만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철수는 영희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을 수 있죠. 즉 철수가 영희에게 무관심한 경우 명제 A와 명제 1은 동시에 거짓일 수 있습니다. 논리학에서는 이처럼 동시에 참일 수는 없지만 동시에 거짓이 가능한 관계를 가리켜 반대 관계라고 하죠.
그렇다면 이와 비슷하게 동시에 참일 수는 있지만 동시에 거짓일 수 없는 관계도 존재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바로 소반대입니다.
소반대란 동시에 참일 수는 있으나 동시에 거짓일 수 없는 관계를 가리킵니다. 다음의 예시를 보겠습니다.
주어진 두 명제는 동시에 참일 수 있을까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전체집합이 10명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만약 학생이 7명, 선생님이 3명이라면 주어진 명제는 동시에 참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학생이고, 또 어떤 사람은 학생이 아니기 때문이죠. 또한 두 명제는 둘 중 하나만 참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10명이 전부 학생이라면 A명제만 참이고 B는 거짓 명제이며, 반대로 10명이 전부 선생님이라면 A명제는 거짓, B명제는 참이겠죠.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주어진 두 명제는 동시에 거짓일 수 있을까요? 물론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두 명제 중 하나가 거짓이라면 필연적으로 다른 하나가 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예컨대 A명제가 거짓인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A명제가 뜻하는 바는 10명이라는 전체집합 중에서 학생인 사람이 적어도 한 명 이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하죠.
따라서 A가 거짓이라는 말은 총 10명 중에 학생인 사람이 하나도 없음을 뜻하며 따라서 이때 B명제는 참일 수밖에 없습니다. 동일한 논리로 B가 거짓일 경우엔 A가 참일 수밖에 없죠. 즉 두 명제는 동시에 참일 수는 있지만 동시에 거짓일 수 없는 소반대 관계가 성립합니다.
이전 영상에서 살펴봤듯 논증이란 명제들의 집합입니다. 그런데 만약 논증을 구성하는 명제들이 모순 관계에 있다면 어떨까요? 다음의 예시를 보겠습니다.
주어진 논증에서 두 전제는 모순 관계입니다. 논리학에서는 이처럼 논증을 구성하는 전제들이 동시에 참일 수 없는 상황을 가리켜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고 표현하죠. 즉 논리적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논증은 좋은 논증이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폭발 원리에 따르면 논리적 일관성이 없는 논증은 언제나 타당한 논증입니다. 이를 증명하는 과정은 이전 포스팅에서 다룬 바 있으니 해당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로써 모순과 반대, 그리고 소반대 개념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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