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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겐, '마음'이 있나요?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해인

by 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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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시는 맑다. 꾸밈없고 서정적이며, 휴식이고 위로다. 포근하고 안락하며, 조용하고 깊다. 밤하늘 별빛을 바라볼 때처럼 사심 없고, 아침나절 창문 너머 건너온 새소리마냥 평화롭다. 눈만 있으면 별을 보고 귀만 있으면 새소리를 듣듯 마음만 있으면 시인의 세계로 건너갈 수 있다. 마음이 무엇인가. 과학자도, 철학자도 규명 못하는 인간의 마음이 대체 무어라고, 그것은 선뜻 시인에게 다가갈 돌다리가 되어줄까. 역설적으로 시인의 시를 읽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마음 있음'을 감지한다. 시는 이야기 해주는 것이다. 당신에게 마음이 있음을. 덕분에 강물을 볼 때 물소리가 들리고, 꽃을 볼 때 꽃향기가 맡아짐을. 이해인 시인은 이를 시로 그려내어 당신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물에 녹은 당신의 마음을, 꽃을 피워낸 당신의 마음을.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이 시집은 이해인 수녀가 1999년 펴낸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의 개정 증보판이다. 순서를 좀 달리하고 최근에 지은 시를 추가해 넣었다고 한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카톡으로 친구들에게 자주 건네는 말이라 반가웠다. 친하지만 자주 못 보는 친구들에게 마음이 있으면 언제라도 본다는 마음을 전할 때 애용하던 말이다. (여기엔 두 가지 함정이 있는데, 하나는 안 친한 사람에게도 인사 치레로 저런 말을 자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저 제목의 '봄'이 의미하는 바가 'spring'이라는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집어든 시집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한 편의 시를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0년일 수도, 10초일 수도 있다. '독해'를 했느냐, '이해'를 했느냐, 혹은 '경험'을 했느냐, '체험'을 했느냐에 따라 다른 법이다. 같은 맥락에서 시집 한 권을 읽는 것은 내게 다소 부담스런 일이다. 시집 한 권을 내리 읽을 때는 독립된 한 편의 시를 따로 접할 때의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책의 첫 장부터 출발해 끝 장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한 장 한 장에 대한, 한 편 한 편에 대한 음미가 소홀해질 때가 많다. 집 앞 놀이터에 홀로 뿌리박고 서있는 미루나무 한 그루보다 뒷 산에 줄지어 터잡은 나무 그루들이 인상적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을 땐 모종의 발견 의지가 샘솟았다. 말하자면 내 눈에 아름다운 한 그루의 나무를 찾고자 소망했다. 한가한 주말 오후, 당신도 쉴만한 나무 그늘을 한 번 쯤 찾아 헤매보길 추천한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때 유튜브도 가끔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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