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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Feb 19. 2020

가끔은 서툴게 만져주세요


처음 만난 낯선 사람의 몸을 함부로 더듬어선 안 된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사회적 예절이다. 만약 이를 어기고 더듬었다면, 그는 예절을 지키지 않은 비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라 추행과 폭력을 저지른 범죄자라 불리어야 마땅하다.


자고로 만진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친밀성을 함축한다. 나라는 한 존재가 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딱 신체 만큼의 물리적 공간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다는, 다시말해 침범해도 된다는 무언의 합의가 숨어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 합의가 간혹 무언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둘 중 누군가가 서로가 정해놓은 경계선을 지나치게 일찍 넘어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는 소통의 부재라 치부하고 여기선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하자.



그런데 전문적인 마사지는 앞서 언급한 관점에서의 '만지는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좀 전에 우리는 일상에서 우리가 서로 만질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친밀성'이 함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무언의 합의가 선행한다 했다. 하지만 마사지는 합의라기 보다는 계약이며, 친밀성 대신 전문성만 발견된다. 손님은 고객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며, 마사지를 해주는 분 또한 직업적 소임만 다하면 되니 이 둘은 각자 자신의 기능만 감당하고 있음이 아니고 뭐겠는가.


이따금씩 몸이 찌뿌듯할 때 그리운건 두말할 것 없이 전문가의 손길이다. 간편한 계약으로 몸 이곳저곳의 국소를 섬세하게 주물러주면 막혔던 것이 뚫리는 듯한 쾌감이 마디마디에서 온 신경에 전해진다. 하지만 더 이따금씩은 사랑하는 이의 서툰 손길만이 닿을 수 있는 부위가 존재함도 사실이다. 그 어떤 전문적 훈련으로도 흉내낼 수 없는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따뜻한 손길 말이다.


돈 내지 않으면 만져줄 사람 한 명 없다는 것은 서글픈 비극이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재미있으셨다면, 심심하실 적에 유튜브도 한 번 놀러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T6CEgi8KQN2MCIvCLMl-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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