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이완 스위치를 만드는 명상
명상을 스트레스 감소와 이완요법으로 설명하는 곳이 많다. 명상과 관련된 많은 연구에서 이런 사실은 공통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명상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고 과학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도 이완 촉진을 통한 스트레스 감소 효과 때문이다. 명상을 하면 면역력이 향상되어 건강해진다는 사실, 심리적 안정을 찾아 우울증과 불안을 감소시킨다는 사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증진시킨다는 사실은 ‘이완’이라는 상태에 근거하고 있다. 그래서 명상은 이완으로 시작해서 이완으로 끝난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명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머리가 맑아지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말한다. 이것도 ‘이완의 효과’를 말하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 졸음이 오고 쉽게 잠에 빠져든다는 것도 이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상이 어떻게 이완과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명상을 하면 심신이 이완되는 것은 명상의 행위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은 긴장한 상태에서는 교감신경이 우세하고 안정되고 이완된 상태에서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된 상태의 몸은 긴장한다. 그래서 위험하거나 위급한 상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몸을 변화시킨다. 생존을 위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소화, 배설, 감각, 면역 등은 차단되고 심장의 박동은 빨라져서 근육에 혈액공급이 늘어나고 동공도 커진다. 몸의 모든 전력이 위기 상태에 대응하거나 도망갈 수 있도록 최적화된다. 주의의 폭도 위기상황에 맞춰져 좁아지고 생각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억제된다.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라 임기응변적인 상태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긴장된 신경과 감각이 이완되고 소화와 배설, 면역 등 몸을 일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활동이 활성화된다. 번영을 위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주의의 폭도 넓어지고 다양한 측면을 생각하고 고려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게 된다. (일상에서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교차하면서 균형을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교감신경이 우세해서 늘 긴장상태를 유지되면 몸과 마음의 균형도 깨지게 된다. 그런데 현대의 생활은 교감신경이 항상 우세하게 유지되는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이를 알아차리는 것도 쉽지 않다. 늘 긴장되어 있다 보니 자신이 긴장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다. 명상을 통해 보다 깊은 이완을 맛보고 나서야 자신이 무척 긴장하고 있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도 많다. 결론적으로 명상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이완이 촉진된다.
명상이 내용적으로 이완을 촉진하는 방법은 주의집중과 호흡 그리고 편안함을 안겨주는 반복된 진동들이다. 많은 명상에서 주의를 한곳에 집중시키는 것을 강조한다. 주의를 자신의 호흡 등에 집중하는 집중명상의 효과는 이완이다. 사람의 주의가 편안한 상태에서 분산되지 않고 집중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간단히 주의집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주의 조절이다. 주의 조절은 주의를 집중하고, 유지하고, 뜻대로 주의를 전환하고, 주변의 소음을 무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주의를 한곳에 집중하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의가 불필요한 자극으로 이탈되어도 즉시 집중하는 곳으로 되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명상은 주의를 조절하는 훈련이고 주의 조절의 힘이 쌓여야 쉽게 이완할 수 있다.
한 곳에 주의를 집중한다는 것은 주의가 다른 자극에 이끌려 또 다른 생각과 감정, 감각으로 분주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명상은 주의를 조절하여 불필요한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든다. 명상을 할 때 뇌를 찍어 보면 주의를 조절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영역만 남기고 뇌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뇌도 잠잠해진다. 그러니 뇌파도 안정적인 파형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주의가 외부가 아니라 내부, 신체적 감각에 집중될 때 쉽게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명상의 여러 방법에는 주의를 집중하여 호흡이나 신체의 감각을 살피는 경우가 많다. 신체나 감각은 현재에 일어나는 객관적인 느낌을 포착하기 용이하고 주의가 쉽게 딴생각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주의를 조절하는 것과 관련해서 정말 중요한 것은 현재에 집중하며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마음 챙김 명상(MBSR)을 처음 소개한 카바진 박사는 비판단적이고 수용적으로 현재를 경험하는 것은 강조했다. 생각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이 감정을 만들고 또한 감정과 특정 감각도 생각을 만든다. 이런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는 방법이 비판단적이고 수용적인 주의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흡에 집중하고 있으면 호흡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지 “호흡을 잘하고 있네!, 이것도 힘들고 지루하네! 나는 명상 체질이 아닌가 봐”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주의가 가면 우리는 생각하고 판단한다. 그 판단이 불필요한 생각을 만들고 반응한다. 비판단적인 주의의 활용은 이런 생각과 반응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도록 한다.
호흡은 자율신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호흡은 심장박동과 연결되어 있고 심장박동은 자율신경과 연결된다. 호흡을 편안하고 깊게 하면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이완된다. (들숨과 날숨의 균일한 호흡 사이클은 심박의 리듬과 일치하게 되는 커플링(coupling) 상태가 되는데 이때 맥박과 혈압이 감소하고 이완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긴장하고 있을 때 의도적으로 호흡을 깊고 천천히 하거나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면 쉽게 안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뇌에는 호흡의 패턴을 읽어내는 신경세포들이 있어 호흡 신호를 받아 각성 상태와 자율신경을 조절한다고 한다. 우리가 호흡을 빠르게 하면 호흡 패턴을 감지한 신경세포가 각성을 조절하는 ‘청반(locus coeruleus)’이라는 곳으로 호흡 정보를 보내면 각성이 강화되고 자율신경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각성과 긴장 및 이완과 같은 자율신경 반응은 호흡을 어떻게 하느냐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는 예로부터 명상에서 호흡을 중요시하고 호흡을 활용한 명상이 일상화되어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명상에서 호흡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 소리, 진동, 단순한 움직임의 반복을 통해 명상을 한다. 편안하게 이완을 촉진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패턴이나 진동이 몸과 동기화되면서 쉽게 이완을 만들어 낸다. 음악, 싱잉볼, 징 같은 소리는 음파와 진동을 피부와 몸에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안정적인 뇌파와 동기화되면서 이완을 만들어 낸다. 평안하고 이완된 상태가 명상의 결과라면 모두 동일한 이점과 필요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저 평안함이 명상이 아니라 본질을 알아차리고 지혜를 얻는 것이 명상이라면 이완은 시작이고 전제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걱정에 휩싸여 있다가 이완을 통해 편안함을 맛보았지만 일상에 나오면 다시 걱정으로 불안해진다. 이완을 통해 불안에 휩싸이지 않고 걱정의 원인을 알아차릴 때, 그래서 원인을 제거하거나 무시할 때 불안은 사라진다. 어쨌든 명상은 이완을 만들고 이를 통해 명상은 지속되고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