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 어떻게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명상은 크게 주의를 한곳에 집중하는 집중명상과 현재에 일어나는 현상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관찰하는 통찰명상으로 나뉜다. 그리고 긍정적인 심리를 적극적으로 양성하는 자비(자애와 연민)명상 등으로 구분한다. 창의력 향상과 관련한 내용은 주로 통찰명상의 방식과 관련되어 있지만 당연히 집중명상의 기반을 빼놓을 수는 없다.
최근 과학자들의 많은 연구를 통해 명상이 사람들의 창의성과 창의적 성과를 향상시킨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이런 연구에서는 주로 집중명상과 통찰명상이 대상이 되는데 창의성에 더 효과적인 것은 통찰명상의 방식인 듯하다(Colzato et. al., 2017) 명상에서 많이 알려진 ‘마음챙김 명상’은 ‘마음챙김(mindfulness)의 상태를 배양하는 통찰명상의 방식이다. 마음챙김은 현재의 일어나는 현상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 어느 한 곳에 주의를 집중하여 묶어두기보다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주의를 흘려보내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개방적 주의를 활용한다. ’관찰‘이라고 표현한 것은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느껴지는 오감과 자신의 감각, 감정, 생각, 욕구 등이 생겼다 사라지는 것을 판단하지 않고 제삼자처럼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것이다.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에 자신의 기억이나 판단을 섞어서 인식하는 우리에게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뭔가를 인식한다는 것은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전의 경험과 지식, 감정에 의해 필터링되고 판단된 결과를 인식할 때가 더 많다. 그러니 순수하게 관찰하는 것이 쉽지 않다.
명상과 창의성의 관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관찰하는 기술’이다. 마음챙김의 상태에서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식(경험, 관찰)’하는 것은 인식하고 경험하는 것에 대한 개방성을 촉진한다. 이런 경험에 대한 개방성은 새로운 사고를 만들어내는 창의성과 연결된다(Baas et al., 2014). 새로운 생각, 창의성, 혁신은 기존의 통념을 얽매이지 않고 개방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명상은 ‘인지적 유연성’을 촉진한다. 이런 인지적 유연성이 사람들의 창의성을 확대한다. 기존의 경험이나 지식에 얽매이지 않고 인식하기 때문에 유연한 인지 상태를 갖는데 유리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이나 지식,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집착하고 이를 증명하는 정보만 인식하려고 하는데 이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하나의 답을 찾으려는 속성 때문에 새로운 답, 여러 개의 답을 찾지 못한다. 이런 인지적 경직성은 우리가 유연하게 인식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명상이 인지적 유연성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은 ‘관점을 전환하는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이 관점의 전환하는 능력이 창의력을 향상시킨다(Carson & Langer, 2006; Moore & Malinowski, 2009). 명상은 주의를 기울여 현재의 일어나는 감각, 감정, 생각 등에 얽매이지 않고 관찰하면서 지속적으로 주의를 변화시킨다. 생각이 일어나면 생각에 주의를 두다가 그 생각이 다른 생각으로 변화되거나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고 다시 생각이 감정을 일으키면 그 감정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읽는다. 다양한 관점 사이를 보다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은 관점을 달리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포착이나 생성을 향상시킨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 인지적 유연성, 관점 전환 능력은 발산적 사고를 촉진하고 능숙하게 만들어준다. 새로운 생각이나 창의성은 발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를 주축으로 한다. 그런데 유용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데 발산이 더욱 중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산 없이는 수렴은 더 이상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발견이나 새로운 관점의 발견도 모두 기존의 넘어선 발산적 사고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찰명상과 같은 개방형 모니터링 명상이 발산적 사고를 촉진해서 창의성을 향상시키는데는 초심자든 오랜 수련자든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는 결과였다(Colzato et. al., 2017). 판단 없이 관찰하는 능력은 뇌가 억제되는 것을 줄이고 기억의 연관된 확산을 허용하도록 하는 마음상태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명상을 통해 만들어지는 긍정적인 심리상태는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긍정적인 심리상태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인지능력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창의성의 가장 강력한 예측인지로 거론된다(Ashby et al., 1999; Baas et al., 2008).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심리상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실험하도록 돕고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받는데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창의적 행동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것은 긍정적 심리 뿐만 아니라 주변의 평가나 판단에 쉽게 동요하지 않는 마음챙김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Carson & Langer, 2006).
창의력과 관련한 마음챙김 명상은 뇌과학적 연결고리를 몇 가지 찾아볼 수 있다. 마음챙김 명상의 훈련은 사람들의 ‘작업기억 능력’을 향상시켰다(Mrazek et. al., 2013, Quach el. al. 2016). 그런데 이 작업기억은 능력은 인간의 창의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업기억 용량이 높은 사람이 창의성 과제를 수행하는데 독창성, 유연성, 지속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Carsten et. al., 2012). 작업기억은 사람의 학습능력, 인성적 조절, 건강에도 중요한 결정인자로 거론되고 있으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명상을 지속하면 알파파나 세타파의 활동이 증가하는데 세타파 상태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분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막 잠에서 깬 듯한 몽롱한 이완 상태에서 기억 저편에 묶여 있던 생각들이 일어서는 것이다.
PS. 특별한 주의의 활용과 훈련이 근본적인 변화의 바탕
명상과 창의력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거론된 모든 것은 마음챙김 명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주의를 훈련하고 활용하는 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주의를 현재에 두고, 판단하지 않고, 끌려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경험하는 순수한 주의, 개방적 주의, 수용적 주의의 반복된 훈련이 만들어 내는 결과라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연구된 논문들만을 기초로 설명한 것이기 때문에 딱딱할지는 몰라도 감성적, 편향적 주장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