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인식, 판단, 행동을 해석한다.
긴 글이지만, 감정을 이해하는 폭을 확실히 넓힐 수 있을 겁니다. 교재 같지만 흥미 있게 해석과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교육, 수련, 심신 건강, 코칭, 예술하시는 분들은 꼭 시간 내서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 감정의 정보 없이는 상식 수준의 판단도 못하는 것이 우리의 뇌다. 우리의 뇌는 감정의 정보를 통합해서 이성적 판단을 한다. 감정의 뇌가 과잉 활성화되어 있으면 이성의 뇌가 활성화되기 힘들다. 그러니 감정을 배제하고 억제해야 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이다.
"정서는 판단과 행동을 이끄는 나침반이다." 감정에 따라 판단과 행동이 달라진다. 어떤 대상을 인식하기 위해서 주의를 두고 해석하는 과정에 감정의 영향력이 절대적임을 의미한다. “뇌는 정서적 반응을 항상 응급으로 취급한다.” 감정이 강하게 활성화되어 있으면 모든 것이 감정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생존을 위해서 모호하고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고 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위한 뇌의 진화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감정이 과잉 활성화되어 있으면 이성적 판단을 하는 전두엽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힘들게 되어 있다.
본능적으로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게 되어 있다. 그런데 위대한 인간의 뇌는 이런 감정과 소통하면서 감정을 조절하면서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신피질(전두엽)을 발달시킨 것이다. 감정 조절이 쉬운 것이 아니고 격해진 감정으로 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은 원래 어렵다.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 뇌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다. 다만 감정을 조절하면서 감정과 소통하고 활용하는 방법은 배우고 길들여져야 한다. 뇌의 활성과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과 싸우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감정에 의해 자신을 공격하거나,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해서 심리적 저항과 갈등이 많거나, 너무 이성적이어서 한정적이고 건조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감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데 감정을 억제하는 단순한 솔루션을 배웠지만 감정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은 딱히 배우지 않아서 안타깝다. 그래서 시작하자.
▲ 감정은 행동을 안내하는 사인(sign)이다. 우리의 행동을 안내하기 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감정은 우리가 인식하고 판단하기도 전에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할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성적이기보다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무의식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감정을 이성으로 읽는 연습이 안 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세밀하게 인식하는 것이 힘들다. 즉 해석과 판단, 행동에 갈등이 많다. 왜 그럴까?
원시시대부터 정확히 인지하기 힘든 수많은 위험과 위기의 상황을 직감하고 즉각 반응하고 대응하기 위한 장치가 감정이다. 감정은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생존을 위한 1순위이고 생존이 보장되어야 안정감을 누리기 때문에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도 1순위 장치가 감정이다. 생각해 보라. 생존에 중요한 수많은 정보를 곰곰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은 오히려 때를 놓치고 위협일 때가 많다. 그래서 뇌는 감정을 응급으로 취급하게 되어 있다. 특히 부정적 감정, 그중에서도 두려움은 우선순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급한 경우 감정이 느낀 정보는 이성의 뇌에 전달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되어 있다. 생존과 안정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상상을 현실과 똑같이 인식할 수 있고, 상상을 통해서 있지도 않은 두려움과 걱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래서 생존과 안전을 위해 진화된 뇌 시스템이 삶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몇 가지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다 설명하자니 분량이 너무 늘어나..)
▲ 감정은 기억과 학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존과 안전, 번영을 위해서는 기억과 학습은 중요하다. 어떤 것을 기억하고 학습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다 알겠지만 기억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감정을 강하게 느낀 기억은 쉽게 입력되고 견고하게 저장된다. 물론 강한 감정은 주의 집중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강한 감정이 개입된 정보를 쉽게 잊히지 않는다. 손쓸 틈도 없이 막무가내로 기억에 자리를 잡고 쫓아내도 끈질기게 버티며 나가지 않는다. 학습도 마찬가지다.
감정과 연결되어 기억되고 학습된 것은 우선순위가 가장 높고 행동에도 쉽게 반영된다. 경험적 학습이 무서운 것은 반복되어 패턴화 된 것도 있지만 감정의 개입이 많은 기억과 학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과 함께 강하게 자리 잡은 기억과 학습 행동은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기억과 학습은 빠르고 반응적이기 때문에 이성의 뇌가 인식하고 조절하기도 힘든 상대다. 생존과 안전, 번영을 위해 굉장히 효율적인 뇌의 시스템이지만 잘못 각인된 기억과 학습으로 삶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성숙한 인간이라면 나의 기억과 학습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성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니, 뇌를 알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데카르트 이후 이성 제일주의를 상식으로 믿고 있던 사람들에게 신경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인간에게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했다. 30대의 비즈니스맨인 엘리엇이란 사람이 뇌종양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기억, 언어, 운동, 시각 등은 모두 정상이었다. 하지만 상식 수준의 의사결정을 못하고 동문서답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직업, 결혼, 인간관계 모두 파탄에 이르고 만다. 다마지오는 정서적 반응을 처리하는 전두엽 부위의 손상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정서적 정보 없이는 뇌가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라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은 수많은 정서적 정보를 통합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고양이의 귀를 물어뜯는 쥐?
실험에서 쥐나 원숭이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부위인 편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그러면 전혀 겁이 없어진다. 생존에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이다. 실험 원숭이들이 평소 먹이를 향해 가는 시간은 5초라고 한다. 반응적이다. 그런데 먹이 옆에 고무 뱀 장난감을 두면 40초간 멈췄다가 안전이 확인되면 달려간다고 한다. 하지만 편도체가 제거된 원숭이는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먹이를 향해 직행하더라는 것이다. 쥐에 대한 실험에서도 옆에 뱀이 있어도 전혀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행동하고 자고 있는 고양이의 귀를 물어뜯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동물의 실험에서도 서열이 무시되어 행동하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 상태에서 생존은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도 편도체가 제거되거나 손상을 입게 되면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상식적인 수준의 판단도 못하고 일상적인 생활이 힘들게 된다.
- 정서의 네트워크가 3배쯤
우리가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그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주장 때문이다. 정서가 이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이성이 정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보다 3배나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의 뇌는 구조적으로 감정이 우세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렇게 되면 정서의 뇌가 인지, 기억, 학습, 동기를 조절하는 이성의 뇌를 지배한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만약, 서로 강하게 활성화되어 정보 보내기 대결을 해서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네트워크 장악력이 큰 감정일 것이다. "감정적 안정성은 이성의 뇌라고 하는 전두엽이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이다. 판단, 기억, 조절(충동,감정), 학습 등 인간적인 모습은 정서적 안정성이 먼저 담보되어야 한다.
구조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면서 영향을 주도록 되어 있다.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는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와 충동, 판단, 공감 등의 역할을 하는 안와전두엽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감정조절과 중재, 학습평가, 동기부여 역할을 담당하는 대상회와 연결되어 있어 영향을 주기 쉽도록 되어 있다.
편도체가 있는 변연계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면 뇌의 피질에 있는 피가 안쪽의 뇌간으로 몰리기 때문에 피질의 고차원적인 뇌가 작동하기 원활하지 않다. 이래서 뇌는 정서를 항상 응급으로 처리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감정적으로 압도되면 고차적 능력의 발휘가 어렵게 된다. 흔히들 정서는 행동을 이끄는 나침반이라고 한다. 정서가 없으면 기억, 가치판단, 동기 판단 모든 것이 어려워 합리적인 판단이 힘들기 때문이다
신중한 판단을 할 때 감정은 억제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았다. 정말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뇌 부위와 함께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도 함께 활성되더라는 것이다. 느끼든 못 느끼든 엄청난 양의 감정적 소모가 일어난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만큼 신중한 판단에 감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지 이때의 감정을 혼란이나 소음으로 취급하지 않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평소 감정을 안정적으로 잘 읽고 자신의 감정과 친해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서는 기억에 영향을 많이 준다. 일상의 일반적인 기억을 <서술기억>이라고 하고, 습관처럼 반복에 의한 기억을 <절차기억>이라고 한다. 그런데 습관만큼이나 잘 잊히지 않고 질기에 오래 남는 기억이 <정서기억>이다. 특히 강한 심리적 충격과 함께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에 저장된 기억은 오래 기억되고 일상의 비슷한 맥락에서 쉽게 인출된다. 혹독한 기억과 트라우마 같은 기억은 참 질기게 기억되고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편도체에 저장된 기억은 시간과 공간을 구분하지 못한다. 과거의 기억이고 현재는 시간도 많이 흐르고 같은 공간이 아님에도 현재 발생한 것과 똑같이 느껴진다. 과거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서와 관련된 기억들
강한 충격의 부정적 기억 외에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기억을 부정적 기억보다 잘 기억한다고 한다. 또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고 지난 기억을 떠올릴 느꼈던 감정의 강도도 약해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을 더 잘 기억하려는 편향 때문인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정적 정서의 강도가 더 약하게 기억했다. 그런데 우울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반대로 부정적 정서의 기억을 더 생생하게 느낀다고 한다.
또 한 가지는 어떤 사건을 경험할 때의 정서 상태와 사건이 주는 정서가 일치할 때 더 잘 기억한다는 것이다. 즉 부정적인 감정일 때 부정적 사건을 더 잘 기억하고 긍정적인 감정 상태일 때 긍정적인 감정을 더 잘 기억한다는 것이다. 정서는 기억과 연결되어 일상을 느끼고 해석하고 행동하는데 많은 영향을 준다. 부정적 정서에 기본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살피고 감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경과학자 조셉 르두(Joseph LeDoux)는 정서가 신피질을 거치지 않고 편도핵으로 직접 통하는 다른 신경회로가 있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한 사람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정서적 기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왜 그랬니? 물으면 '그냥'이라고 말한다. 의식하지 못하는 감정적 반응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의 의식이 인식하지 못해도 감정적 반응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렴풋이 뭔가를 느끼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 뭔가에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인식하기 힘든 느낌들이 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판단은 이미 정서의 영향권에서 일어나게 된다. 뭔가 있는데 알 수 없는 상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우리가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우리의 의식이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과 기억이 반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평소에 자주 내 감정을 읽고 커뮤니케이션해야 모호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의식하지 못하는 감정에 휩싸여 살면서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인지하고 학습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정서적 안정은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감정의 의미를 아는대서 시작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감정을 무시할 수도 있고 활용할 수도 있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 감정은 억누른다고 해결될 수 없다. 잠시 숨었다가 알아주기를 기다리지만 해소되지 않으면 그 압력이 높아져 시한폭탄처럼 터진다. 정신적, 심리적, 신체적 교란과 질병으로 나타난다.
==> 자신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는 노력이 없었던 사람은 감정의 뇌와 이성의 뇌가 소통이 잘되지 않는 경우다. 그래서 감정에 휘둘리고 조절력이 떨어진다. 감정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성의 뇌가 자주 읽어야 정보를 알고 조절도 가능하다. 느껴지는 모호한 감정을 선명한 감정 단어로 읽는 것 자체가 소통을 강화하는 일이다.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일은 감정을 조절하고 활용하는 감성지능의 기본 단계다. 감정을 차분하게 들어주는 사람은 그래서 천사나 다름없다.
감정은 감각과 연결되어 있고 감각을 통해 쉽게 인식하게 된다. 감정은 반드시 몸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낄 때 얼굴과 피부, 심장박동, 혈압 등 모든 곳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이 그 의미를 다하지 못했을 때는 과장되어 폭발하거나 몸에 오랫동안 남아 몸과 정신을 황폐화시킨다. 흐르지 않는 강은 고이고 섞여서 전체를 파괴하는 것과 같다. 결국에는 몸 전체를 교란시킨다. 감정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쉽게 흐를 수 있는데 이를 몸으로 묻어 두고 흐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감정은 그냥 감정이 아니고 인간의 존재성을 높이는 강력한 시스템이다.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존재성을 강하게 느끼지만 감정을 억압당할 때 우리의 존재는 폭발하는 것과 같다.
감정을 활용하지 않으니 감정이 무뎌가고 묻지 않으니 감정을 세밀하게 구분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비활성화되었다. 그래서 나의 온몸을 휘감는 감정의 덩어리들이 그리움인지, 아쉬움인지, 분노인지 구분하지 힘들어 감정만 더 증폭시킨다. 그리고 감정을 활용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배설하기 바쁘다. 감정이 만든 에너지를 방출하고자 하는 자연적 과정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매튜 리버먼(mattew D. Lieberman) 교수팀은 슬픔이나 분노를 말로 표현하면 그 감정이 누그러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감정을 느끼면 활성화되는 편도체는 말로 표현을 하면 그 활동이 현저히 줄어들고 절제된 사고를 관장하는 ‘우측 복외측전전두피질(right ventrolateral prefrontal cortex :RVLPFC)’의 활동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약속과 노력]
감정을 느낄 때 부정적 감정이라도 관심 가져주기
감정을 느낄 때 감정에게 질문하기 (넌 어떤 감정이니? 어디서 왔니?)
감정에 이름을 붙여 읽거나, 글로 표현하기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감정을 느낄 때 몸의 감각을 살펴보기(인지하기)
부정적 감정을 느끼고 힘들 때 호흡으로 주의를 돌리기
부정적 감정으로 힘들 때 무작정 딴생각하기
평소에 명상과 같이 감정을 떨어뜨려 관찰하는 훈련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