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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Apr 26. 2016

열린의식 키우기

생각에서 벗어나 생각을 뛰어 넘기

 

우리는 의도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에 얽매여 헤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 갈등과 대립 또는 불안과 걱정의 부정적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신을 파국으로 몰고 갈 것 같은 생각과 감정에 직면하면 당장이라고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얽매이기 마련이다. 설령 그것이 나의 생각과 판단일 뿐이라도 자신을 엄습할 현실처럼 선명하게 다가온다.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나 특별한 목적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야 할 때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당장 해결하고 싶지만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애태운다. 다양한 측면을 자유롭게 검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하지만 생각에 얽매여 있을 때는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좀은 떨어져 볼 수 있어야 할 때 더욱 얽매이고 조급해진다. 열린 상태가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닫힌 상태가 된다. 심리적으로 뭔가를 내가 해결하고 통제하고픈 통제욕구 때문이다.      


생각과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길을 잡기 위해서는
여백이 필요하다.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가 필요하다. 
우물 안을 보기 위해서는 우물 안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우주영화의 한 장면을 보면 중력이 유지되는 우주선에서 중력이 사라지면 주변의 모든 물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주인은 마치 음악에 맞춰 춤추듯 떠다니는 물체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바로 이 상태를 그대로 생각하는 우리의 의식으로 가져와서 보자. 의도하지 않아도 피어오르는 것이 사람의 생각이다. 의식 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우리는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한다. 그 중에서 때로는 의도적으로, 때로는 습관적으로 , 때로는 조급함 때문에 집착하고 얽매인다.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길을 잡기 위해서는 여백이 필요하다.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가 필요하다. 우물 안을 보기 위해서는 우물 안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그래야 풀리지 않던 문제나 갈등을 해결할 새로운 연결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익숙한 영역의 우물 속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한다. 설령 빠져 나온다고 해도 둥둥 떠다니는 생각과 기억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것이 해답일 때가 많은데도 우리의 일반적 심리는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사람은 어느 하나에 집중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생각과 생각의 연결을 위해서는
 우물 밖으로 나와 주의를 관망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명상을 하면 통찰명상이라는 것이 있다. 어느 하나에 주의를 집중하는 집중명상과는 달리 통찰명상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 감각 등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이때 일어나는 일에 특별한 판단을 하게 되면 그 생각으로 끌려 들어간다. 우주인이 둥둥 떠다니는 물체를 그저 관망하고 바라보듯이 판단 없이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 속에 있는 것들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의도하지 않았던 생각들을 관찰할 때가 많다. 익숙한 것에 사로잡혀 평소에는 바라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만약 그저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모든 것에 주의가 쫓겨 다니다 보면 주의력이 고갈되는 주의력 결핍이 일어나게 될지 모른다. 사람은 어느 하나에 집중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생각과 생각의 연결을 위해서는 우물 밖으로 나와 주의를 관망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생각이 생각일 뿐임을, 감정이 감정일 뿐임을 알 때도
창조적인 혁신과 예기치 못한 통찰력을 위해서도 열린의식이 필요하다. 


 대니얼 골먼은 주변을 관망하는 의식을 ‘열린’의식이라고 설명하면서 이것이 창조적인 혁신과 예기치 못한 통찰력을 위한 정신적 기반이라고 했다. 우리의 고민이 해결되는 순간이나 창조적인 발명과 발견이 일어나는 순간을 살펴보면 이런 열린의식 상태가 대부분이다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잡념이나 잡답에 끌려 다니지 않으면서 그저 생각과 느낌 사이를 관망하는 평안한 상태에서 새로운 측면의 연결이 길을 잡는 것이다. 목욕탕 속의 ‘유레카’도 이런 편안한 상태에서 기존의 모든 시냅스가 일순간 광장으로 나와 연합하고 하나로 집중되어 나타난 창조적 탄생인지도 모른다. 신경과 의사인 강동화 교수는 ‘나쁜 뇌를 쓰라’는 책에서 ‘열린 집중’이란 말을 사용했다. 집중의 한 형태로 열려있는 열린의식 상태의 집중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일상에서 불필요한 문제나 생각의 괴롭힘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열린의식은 쉽지가 않다. 생존의 안정성을 위해서 익숙한 영역이나 관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열린의식은 이에 반하는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열린의식을 인간 의식의 성숙을 뜻한다. 두뇌의 고차원적인 조절능력이 필요한 경우다. 우리의 주의를 수많은 생각과 그에 이어지는 반응에 내버려 두면 조절되지 못하고 떠다니다 누더기가 된 맥없는 주의를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열린의식 속에서 우리의 주의는 개방성과 유연성, 다양성을 달성하게 된다. 그 열매는 좀 더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뿐 아니라 새로운 창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불필요한 문제나 생각의 괴롭힘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중요하다고 단언하는 생각에 끌려가지 않고, 주변의 고정된 관념에 묶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지켜볼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쉽게 끌려 다니지 않고 마음속에 둥둥 떠다니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의식적 낭비는 줄고 새로운 생각을 포착해 내기가 용이하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능력, 기존에 가지지 못했던 능력을 만들어 내는
슈퍼의식은 아마 이 열린의식을 토대로 발달되는 것이 아닐까


 열린의식은 고도로 발달되고 조절된 주의 조절력을 의미한다고 했다. 우리 머리 속에 저절로 피어오르는 수많은 생각에 반응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고정관념에 얽매여 쉽게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우리는 반응적이고 끌려가는 주의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지켜보면서 기존에 보지 못했던 측면을 통찰하기 위해서 주의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판단 없이 편안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어떤 CEO는 하루에 짧은 시간을 의자에 편안하게 온 몸을 늘어뜨리고 창밖을 멍하니 쳐다본다고 한다. 이 시간을 통해 진정한 휴식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한다. 그런 환경에서 우리의 뇌파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알파파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기존에 집착한 의식영역을 무의식적 영역으로 통찰의 넓이를 확장한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능력, 기존에 가지지 못했던 능력을 만들어 내는 슈퍼의식은 아마 이 열린의식을 토대로 발달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일상에 불필요한 상념에 끌려다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타인의 반응에 상처받지 않고 웰빙(wellbeing)하기 위해서도 열린의식의 성장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가만히 나에게 피어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을 지켜보는 일은 할 일 없이 멍때리는 것 같지만 최고의 휴식과 여유 그리고 최고의 통찰력을 선사할 것이다. 



드디어 브런치의 글들이 <북프로젝트>의 대상을 받고, 책으로 나왔습니다. 브런치의 글과 그 외의 글들이 세련되게 정제되어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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