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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Oct 02. 2016

잠에 투자해야 하는 뇌의 입장

두뇌코칭,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필수 뇌지식 #4

잠은 뇌의 발달과 균형을 위해서 절대적이다. 그래서 생체적, 정서적 건강과 연결되고 삶의 질과도 연결된다.


인간은 잠을 통해 뇌를 활성화하고 그 능력을 향상시킨다. 그래서 수면은 신체적 건강은 물론 기억, 정서, 창의성에 아주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잠을 자면서 기억을 구조화하고 시뮬레이션하면서 생각과 학습의 차원을 차곡차곡 뛰어 넘고, 잠을 자는 동안 병원균을 제압하고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등 면역과 해독으로 신체의 항상성을 높였다. 세포단위에서는 손상된 세포를 제거하고 돌연변이를 방지하고 멜라토닌이 암을 억제하는 등 낮시간에 스쳐지나갈 수 밖에 없었던 일들을 꼼꼼하고 차근차근 진행시킨다. 

    

공감하는 일이지만 잠이 부족하며 기본적으로 주의력과 조절력이 떨어진다. 성질은 급해지고 민감성이 올라가면서 주의력 결핍으로 원하는 것에 주의를 집중하고 조절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따라서 과잉행동이나 폭력적인 증상이 쉽게 표출된다. 또한 건망증과 방향감각, 심지어는 환각증상까지 발생하는 것을 보면 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잠 덕분에 일상적인 정신상태와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47세~50세 1,700명을 10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불면증이나 6시간 미만의 수면자는 사망률이 6배나 높다는 조사도 있다. 


부족한 수면이  활동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삶의 질을 잠식하는 것은 물론 서서히 수명을 갉아 먹는 것이다. 브레인룰스라는 책을 보면 NASA의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26분의 낮잠이 24%의 성과를 향상시키고 낮잠의 효과는 6시간 지속된다고 한다. 아침 6시에 학교를 출발해서 밤 11시에 집에 왔던 고등학교 시절에 쉬는 시간 10분은 거의 기절했던 적이 생각난다. 모든 근육을 마비시킨 다음에 잠은 우리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잠과 기억) 
열심히 공부하고 잠을 적게 잔다는 것은 학습을 소용없게 만들겠다는 의미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단기기억의 단백질이 응고화(memory consolidation) 과정을 거치면서 안정적이고 확고한 장기기억이 형성된다. 아무리 학습을 잘 해도 이런 응고화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진짜 기억인 장기기억으로 강화되지 못한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활동성 또한 현저하게 떨어진다. 쥐 실험에서도 잠을 자지 않는 쥐는 해마의 줄기세포에서 신경세포의 생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잠을 자는 동안에 견고한 기억의 응고화 과정과 더불어 다른 기억들과의 구조화, 의미부여 등 연결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이런 활동들이 원활하지 못해서 장기기억으로 굳혀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충격과 더 자극적인 정보들에 밀려 쉽게 끊어지고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양적으로 많은 학습과 기억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무 소용없어지게 된다. 벼락치기 공부가 길게 가지 못하거나 다른 기억들과 연관되어 응용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감정조절과 수면)
공부하고 학습하는 시간보다 감정적 소용돌이에  허우적 거리며 지쳐갈 수 있다.

 

한  번쯤은 절실히 느껴 본 사실이지만 잠을 못 자면 감정조절이  힘들어진다. 수면부족은 감정을 조절하는 전전두엽의 활성화를 떨어뜨려 부정적인 일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감정조절에 큰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당연히 수면부족은 정서적 불안을 쉽게 야기시킨다. 이런 정서적 불안은 불필요한 의식적 낭비와 집중을 방해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캠퍼스의 연구팀에 의하면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뇌의 감정중추가 정상에 비해 60% 이상 과잉 활동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수면이 부족하면 잠자는 동안 감정회로가 새롭게 세팅되지 못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못하게 된다.      


(수면과 창의성 그리고 문제해결)
창의적이고 질적인 공부를 가능하게 하려면 잠을 더 재워라


잠은 창의성을 높이고 풀지 못했던 문제를 풀게 하는 힘을 제공한다. 깨어 있는 동안 뇌는 깊은 생각에 집중하지 못한다. 정보 홍수로 깊이 구조화되지 못한 정보들을 잠을 잘 때 연결하고 새로운 연관 관계를 만들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착상을 만들어 낸다. 초등학교 6학년을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은 1시간 일찍 잠들게 하고 두 번째 그룹은 1시간 늦게 자게 한 실험이 있었다. 이스라엘의 델아비브대 아비 사데 박사의 연구였는데 잠을 덜 잔 그룹은 기억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4학년 수준으로 감퇴하고 뇌의 활성 수준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러셀 포스터 교수는 여러 연구를 통해 “부족한 잠은 뇌의 창의성을 위축시키고, 숙면은 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을 낳을 가능성을 크게 만든다”고 말한다. 짧은 낮잠만으로도 단순한 기억뿐만 아니라 응용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창조력 등 뇌의 전반적인 활동이 증진된다는 연구는 수없이 많다.    


(수면과 신체적 건강)
건강이 나빠지면 학습의 의욕과 효율성은 바닥이 된다. 


무엇보다 잠은 면역을 비롯한 건강과 직결된다. 잠을 자는 동안 수의근은 마비가 되고 휴식과 재생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성장호르몬이 분출되고 백혈구를 형성하며 피부의 재생 활동과 노폐물 방출, 영양분의 공급이 원활하게 된다. 숙면은 심박과 혈압을 낮춰서 심장이 쉬도록 한다. 잠을 자지 못하면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혈중 단백질 농도가 높아진다. 숙면은 염증반응을 줄이고 당뇨병의 위험도 낮춘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교(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의 산자이 파텔 박사는 부족한 잠이 염증성 질환의 빈도를 높이고 염증성 상태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수면의 부족은 코티졸과 아드레날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활성화하는데 이러한 호르몬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당뇨병을 가중시킨다고 한다. 그러니 잠은 생체조직의 균형과 건강을 위해서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인간 활동인 것이다.           


(생체리듬과 빛) 
빛이 생체리듬과 함께 수면을 조절한다.


우리 몸에는 생체시계라는 것이 있어 깨어 있는 각성과 수면의 리듬을 조절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 뇌의 시교차상핵이라는 것이 망막을 통해 들어온 빛을 감지하여 생체리듬을 생성하고 그 리듬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각성과 수면을 동기화한다. 그러니 빛이라는 조건이 수면에는 참 중요하다는 의미다. 수면을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직접적으로 조절되는데 빛에 의해 영향을 받아 어두우면 분비되고 빛이 강하면 줄어들게 된다. 멜라토닌은 태양의 빛이 아침에 눈에 들어오고 15시간 전후에 어두운 곳에서 분비된다. 멜라토닌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맥박, 체온, 혈압을 내려 수면을 돕는다.  아침에 멜라토닌의 양이 줄어들게 되면 각성이 가까워지고 잠에서  깨어나게 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태양의 밝은 빛을 쬐고(이것은 반드시 해 보자)  저녁에는 서늘하고 어둡게 하여 멜라토닌의 분비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 생체리듬을 건강하게 동기화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밤에도 과도한 빛이 우리의 생체리듬을 파괴하여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건강을 망친다고 주장이 있는데 주의 깊게 새겨야 할 것 같다. 


잠을 아껴서 더 많은 공부를 시키고 싶은 충동을 극복하는 것은 부모의 지혜다. 단순한 지식이 아닌 창의적이고 문제해결을 원하는 학습이 필요한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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