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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리원 Sep 20. 2024

하루키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루키 도서관 방문기 5

 

 처음 입구에서 보이던 계단을 내려가 지하로 향했다. 지하 공간에는 학생들이 운영한다는 카페가 있다. 카레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는 걸 보니 커피와 함께 식사도 가능한 모양이다. 카페의 한편에는 하루키의 오랜 벗이자 동료인 안자이 미즈마루의 굿즈를 팔고 있었다. 그의 그림이 새겨진 가방과 티셔츠 등이 진열되어 있었으나, 큰 흥미를 끌진 못했다.

     


 테이블 너머로 하루키의 서재를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 유리벽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볼 순 없어서, 그저 밖에서 사진을 찍는데 만족해야 했다. 하루키는 자신의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우쭐하거나 거만한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군조신인상을 수상했을 때에도 ‘어처구니없었다’라고 하니 그의 성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묵묵히 자신의 운명인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하루키는 소설가로서의 자세를 달리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사는 것,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p.128>  



 그의 서재 앞에 서 새벽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달리기를 하는 그의 성실함을 닮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글을 쓰고 자신만의 취향으로 채워진 이 공간에서 그는 삶을 대하는 어떤 리듬을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 정성스레 대했을 것이다. 내가 하루키를 존경하는 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물론 하루키가 인터뷰와 작품을 통해  일본의 역사왜곡과 언론을 꾸준히 꼬집는 부분도 존경해 마지않지만.

   





 세계 여러 작가의 책을 읽을수록 여행하고픈 나라가 많아진다. 나는 여행을 통해 비로소 독서가 완전해진다고 믿는다. 확장된 나를 혹은 편향된 나를 더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은선님은 내게 매 끼니마다 물처럼 맥주를 마셔 놀랐다고 했다. (사실 그러려고 온 건데) 우리 셋은 그날 저녁 식사를 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 가진 배경 스토리가 비슷했다. 장녀, 친정엄마, 남편 등 몇 가지 키워드에서 공감대를 형성했고, 내 느낌이지만 우리는 서로 이해하게 된 듯하다. 그 깊이가 다소 얕을지라도.      



 불완전하기 때문에 인간이다.

그걸 인정하고 조금이라도 보완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래야 중년으로 접어든 우리의 삶이 조금이나마 깊어지지 않을까. 하루키는 ‘깊음’이란,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라고 했다. 최소한 이해할 수 있어야 글이란 걸 쓸 수 있을 터이다.

    


어떤 종류의 인간에게는 깊음이란 게 결정적으로 결여돼 있는 것입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 깊음이란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능력이 없는 그런 인생은 공허하고, 변화가 없고 단조롭습니다. - <침묵>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는 이번 여행을 통해 나라는 존재, 우리라는 존재,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으리라 믿는다.  더 괜찮은 인간이 되고 싶다 마음도.



   

fin     




하루키 도서관 방문기 1

하루키 도서관 방문기 2 <츠타야서점>

하루키 도서관 방문기 3 <와세다대학>

하루키 도서관 방문기 4 <동시에 존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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