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 다는 것
카페에서 본 두 부류의 맘들에 대한 단상
집 근처 작은 베이커리 카페엔 아이들 하원 시간인 오후 3-4시는 엄마와 아이 손님들로 가득하다. 어느 평일, 연차를 쓰고 모처럼 카페 구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들 소리가 왁자지껄 난다. 시계를 보니 3시 5분.. 엄마들과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았다.
그러기도 잠시, 작은 베이커리 안은 맞은편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워졌는데.. 엄마 2명, 아이 2명이 함께 온 테이블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4-5살로 보였고, 엄마들은 서로 비슷한 또래 같았는데 신기한 건 엄마들끼리도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 각자 핸드폰을 보거나 핸드폰 통화를 하면서 창 밖만 응시한다. 그러니 맞은편에 앉은 아이들은 먹던 빵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서로 몸 장난을 치며 소리를 질러도 엄마들은 미동도 않는다. 급기야 바로 옆 테이블에서 몇 번 주의를 주던 은빛머리의 할머니 한분이 참다못해 버럭 소리를 지른 뒤에야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그러니 그 엄마들은 서둘러 짐을 챙겨나가는데 얼굴에는 이미 불만 한가득이다. 그제야 할머니는 내 쪽을 보시더니 씨-익 웃으시며 "잘했지?" 하신다. "사장이나 알바 아가씨는 손님한테 뭐라고 못하니까 내가 했어." 나도 모르게 엄지 척! 해드렸다.
그로부터 20분 정도 흘렀을까. 또 다른 모자 커플이 들어왔고 조금 전 난리를 쳤던 그 아이와 같은 또래로 보여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지켜보았다. 아이가 먹을 빵과 우유를 골라주고 엄마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은 채 자리에 앉더니 손을 턱에 괴고 아이를 꿀이 듬뿍 든 눈으로 웃으면서 지켜본다. 마치 그곳에 아이와 엄마밖에 없는 듯이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하며.. 아이는 빵과 우유를 맛있게 먹더니 중간중간 오늘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말한다. 그러니 엄마는 그제야 호응을 해주며 "우와~ 그랬어요?" "정말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이렇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랬더니 아이는 더 신이 나서 재잘재잘.. 웃음이 끊이지 않은데, 목소리는 옆 테이블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라 옆에서 보는 내가 오히려 더 흐뭇해졌다.
아직 미혼이지만, 그날 겪은 상황을 가만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그렇게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건 아이들 잘못이 아니다. 엄마들의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할머니의 버럭에 쫓겨나면서도.. 얼굴 가득 불만을 표시했던 그 엄마들은 반성을 했을까? 아닐 것이다. 또 다른 공공장소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이며 속히 '맘충' 이란 소리를 들을 것이다. 한 장소에서 극명히 대조되는 가족을 보며 누누이 듣던 '가정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