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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Aug 12. 2020

호갱 전략

보석을 찾아내는 나만의 전략

호구 :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호갱 :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낮잡아 이르는 말


'어수룩'하고 '이용을 잘 당하는 사람'을 부르는 신조어이다. 



동그란 얼굴에 순둥순둥 해 보이는 이미지 탓인지 학창 시절부터 난 자의가 아닌 타의로 '호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새 학기 초, 대부분의 (처음 보는) 짝꿍들은 날 만만하게 보아서인지 본인들이 하자는 대로 내가 따라주기를 바랐다. 예를 들면 같이 매점을 가자는 둥 하교 후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 테이프를 사러 레코드점에 가자는 둥.. 처음엔 호기심에 같이 해주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재미도 없어지고 무엇보다 '친하지도 않은' 그들이 내 시간을 소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유형의 친구들은 대부분 1학기 중간고사 시험 성적이 발표되면서 자연스레 멀어졌는데, 그들의 예상보다(?) 꽤 상위권인 내 성적 때문이었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는다. 여러 유관 부서가 모이는 단발성 회의에 부서 대표로 참석을 하면 1차로 여자라서 무시당하고, 2차로 어리게 보여서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부분 회의 중반쯤 실무 내용을 꽤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날 보고 그제야 어쩔 줄 몰라하며 말한다. "아.. 죄송해요, 전 그쪽 부서에서 사람이 없어서 사원이 왔나 했어요. 과장님이신지 정말 몰랐습니다ㅠㅠ"  


얼마 전엔 아래층의 타 부서 황 과장이 업무 요청을 하면 늘 알았다고 해놓고 몇 주째 함흥차사여서 직접 셀로 찾아갔다. 업무적으로 찾아온 나를 애써 못 본 척하며 건성건성 한 말투로 일관하더니, 일정을 확인하고 일부러 비어있는 시간에 찾아갔음에도 급한 회의가 잡혔다며 개수작을 부려 도망을 가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가 어느 퇴근길에 내가 그의 부서 상무님의 차를 같이 타고 가는 걸 본 후, 갑자기 친한 척 메신저를 하더니 날씨 이야기로 시작해서는 본인 부서 사람들의 험담까지 쏟아내는 게 아닌가. 정말 그 약아빠짐에 멀미가 날 정도였다. 



반면 이런 호구 같은 (좋은 말로 하면 순둥순둥 해 보이는) 겉모습이 좋은 점도 있다. 바로 진짜 좋은 사람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세상엔 '좋은 사람 인 척' 하는 사람과 '진짜 좋은 사람' 이 있다. 이 둘을 잘 구분해야 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유형의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대상을 판단하는 전(前) 자에 가깝다. 하지만 진짜 좋은 사람은 상대의 행색이 초라하든 화려하든 외모가 어리든 늙었든 눈으로 보이는 것에 개의치 않고 하나의 인격 자체로 존중해준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람은 아주 드물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 인 척' 하는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인 줄 착각하다가 상처를 받는다.  


드문 대신 그런 사람을 만나 좋은 관계를 맺으면 마치 보석을 발견한 것과 같은 큰 기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좋은 사람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먼저 그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한때는 왜 이렇게 다들 나를 만만하게 보지? 란 생각을 했는데, 요즘엔 생각이 바뀌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나는 '보석'을 발견하는 기회를 더 많이 얻은 것이다. 



앗싸.

a.k.a. 정신승리.







* 배경이미지 출처 :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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