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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Sep 02. 2020

퇴사하지 마세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바야흐로 퇴사 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점 곳곳엔 퇴사 관련 서적들과, 자극적인 제목들의 인터넷 기사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평균 근속 10.6년. 보통의 우리나라 대기업 평균 근속연수가 그러하듯.. 우리 회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업무강도가 세다고 악명 높지만, 모든 직장인들이 공감하듯이 업무 강도는 '업무'라는 것을 받아들인 사람에게만 적용이 된다. 어느 회사, 어느 조직에서나 아무리 눈치를 줘도 속 편하게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이런 수치들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입사할 때 대리 말년 차였던 30대 후반의 타 부서의 어느 대리님은 내가 과장이 될 때 같이 과장이 되었다. 몇 년을 진급 누락으로 버틴 것인지.. 잘 모를 땐 운이 안 좋았겠거니 생각했지만 돌고 돌아 어느 미팅에서의 그의 모습을 보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이 20년 가까이 맡은 업무를 다른 사람들에게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오히려 입사한 지 4년 된 사원이 기존의 방식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내가 대리가 될 때 가장 존경하던 부장님이 퇴사하셨다. 그 뒤로 많은 선, 후배들이 퇴사했고 모두 저마다의 계획과 목적을 가지고 당당하게 나갔다. 첫 직장에서만 쭈욱 생활을 해 온 나에게 그들의 뒷모습은 아쉬움, 부러움보다 존경스러운 마음이 더 컸다. 매일 회사와 집을 오가며 쳇바퀴를 열심히 굴렸지만 늘 제자리인 것 같은 나와 달리 뭔가를 향해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가 멋져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돌아보니 제대로 일하던 사람들은 진작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났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 빚이 있거나,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거나.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나만 아니면 돼'에서 비롯된 공감 결핍 태도와 '다들 그렇게 살아'란 자위적 마인드. 남들도 나와 같겠지란 마취약을 주입하기 위해 늘 같은 류의 사람들과 모여 술자리를 가지고 서로를,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얼마 전, 우리 부서에서 제일 직급이 높았던 과장님이 퇴사하셨다. 이 분의 퇴사는 참 의외여서 많은 분들이 놀라기도 했다. 부서에서 업무 능력도 인정받고 있었고, 무엇보다 늘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셨기 때문에.. 부장까지는 큰 문제없을 거라 모두 예상했다. 어느 회식자리에서 그분이 하셨던 말 "평생 다닐 것처럼 일하고, 내일 그만둘 것처럼 미래를 준비하라" 그리고 그 말처럼 정말 홀연히 퇴사를 하셨다.


이처럼 좋은 분들이 퇴사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적적함이 몰려오는데, 송별회식 후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이와 같은 좋은 사람들이 나가서 아쉬운 게 아니라, 그나마 정상인(?).. 그러니까 제대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나간 뒤 힘들어질 나의 처지가 두려운 게 더 큰 것 같았다. 


지금은 헤밍웨이의 동명 소설이 더 유명해진, 어느 영국 시인의 시가 유난히 와 닿는 하루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사람은 아무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일 뿐이다.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진다. 그건 곶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이고, 네 친구의 땅이나 너 자신의 땅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이다. 누구의 죽음이든 그것은 나를 줄어들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해서 저 종이 울리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말라.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일지니.


For Whom the Bell Tolls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very man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as well as if a manor of thy friend's or of thine own were: 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s tolls; it tolls for thee.

- John Do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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