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추운 날은 잠시잠깐이지만 따뜻한 열이 올라오는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참 좋다. 너무 좋아서 도착하기 10분 전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떠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 따끈따끈하다. 앉아있는 의자밑에 손도 끼워 넣으며 구들방 아랫목코스프레를 하고 있는데 그런데 사람들이 모르나? 빈자리가 있는데도 앉질 않는다. 아, 모르나 봐. 여기는 의자가 따뜻한데 너무 희박한 현실이라 모르는구나.. 그리하여 저.. 여기요 참 따뜻한데 여 앉아서 기다리세요. 옷소매를 잡아당겨 앉히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으나 언제나 그렇듯 생각만이었다. 왜 안 앉지? 왤까? 왜일까..... 갑자기 나에게만 온기가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환상인지 망상인지 모를 회오리바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성냥을 다 팔지 못한 소녀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채 어느 집 창문밑에서 성냥 하나를 그었다.
작지만 어두움을 환하게 밝혀주고 온기도 주는, 찰나의 불빛이 커지면서 온갖 요리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갑자기 허기가 느껴진 소녀는 손을 내밀었고 그만 성냥불은 훅 꺼지고 말았다.
두 번째 성냥을 켜자 이번엔 엄마 아빠 동생 언니와 함께 웃고 노래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이브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던가.. 소녀는 같이 웃으며 캐럴을 불렀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아기 잘도 잔다..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성냥불은 꺼지고 그 온화했던 사람과 따뜻한 집은 사라졌다.
세 번째 성냥을 그었을 때 소녀는 너무나 그립고 그리운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보고 싶었어요. 나 할머니랑 같이 갈래요. 나 놔두고 가지 말아요. 제발 부탁이에요. 소녀는 할머니가 사라질까 두려워 성냥불이 꺼지기도 전에 한 개를 또 켜고 또 한 개를 켜고... 그렇게 영원히 헤어지지 않겠노라 생각하며 미친 듯이 성냥을 긋고 그었다.
웃고 있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나서야 비로소 소녀는 웃을 수 있었다.
갑자기 이 동화가 생각나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