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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진한 브라우니 Mar 24. 2024

사랑 후의 두 여자

영화 이야기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여기서 엘리는 이슬람교의 알라와 동일한 신이 맞는가?


이제 4시군.

당신이 미친 듯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그 시간이지.

위험하니 너무 절벽 가까이 가지 마. 이제 곧 집에 도착할 거야.

보고 싶어. 내 사랑..


여자는 죽은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문자를 확인한다.


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를 봤다.

아프다... 영화 중반부까지 봤을 때 주인공 메리가 너무 가여웠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모든 걸 걸었다. 종교까지 바꿨다.

매일 아침 알라신께 기도를 한다. 모든 형식을 다 갖춰서.

남편이 어느 날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항해사였던 그가 프랑스에서도 가정을 일구고 살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집착은 아직 사랑이 유효해서 샘솟는 감정일까?

내가 너 때문에 내 모든 걸 다.... 이런 억울함에서 비롯된 것일까?

영화는 대사가 많지 않다. 고요함 속에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주기에 감정이 넘쳐나지 않고 그저 관찰하게 한다.

보는 이들이 그들의 행동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게도 한다.

프랑스 여자 쥬느는 그의 아들까지 낳았지만 법적인 혼인을 맺은 상태는 아니었다.

메리는 결혼하고 종교도 바꾸고 사는 곳도 바꿨다. 아이는 태어나고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세상을 떠났다.

메리는 쥬느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그녀를 찾아가는데, 어쩌다가 그들의 이사를 돕는 도우미가 되어 그들을 지척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쥬느의 아들은 메리의 남편을 쏙 빼닮았다.

이 모든 걸 보는 그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처음엔 어색하게 가사도우미인 양 일을 하면서 쥬느가 준 앞치마도 두르지 않고 세탁기를 돌리는데... 그러면서 남편의 옷가지들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애써 감춘다.

점차 그들에게 익숙해지면서 쥬느의 아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하지만 아직 아버지가 죽은 줄  모르는 아들과 쥬느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내가 누구인지 알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들이, 이제는 익숙해져서 앞치마를 두르고 본격적으로 가사를 도우면서 올라오기 시작한다. 늘 아버지가 그리운 솔로몬(쥬느의 아들)은 메리와 너무나 잘 맞는다. 반면에 쥬느와는 자주 다툰다.


영화는 따뜻하게 끝을 맺었다. 메리와 쥬느, 솔로몬 이 세 사람 인연의 매개체가 된 남자는 세상을 떠났다.

원망과 야속함도 있지만 한편으로 열네 살부터 알게 된 사람을, 자신의 삶 전체를 바꾸면서까지 선택한 메리를 이해나 몰이해로 쉽게 이야기하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흰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렸다가 지워도 그 자욱이 남는 것처럼 처음 사랑은 내 모든 것을 버리면서 선택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때는 그럴 수 있거든. 더구나 그 어느 것도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한껏 몰입된 감정의 기억들, 벌레들만 우는 까만 밤을, 어디선가 레몬 향기가 나는 밤을 이야기하던 소년을 소녀 메리는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사랑했다고 생각하면.. 한번 사는 인생 이렇게 살았다는 것이 훗날 적어도 후회되진 않을 것 같다.


사랑은 도박이다.

결혼도 사랑만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 이 생각은 내가 서른 살이 넘어 마흔을 넘어가며 더욱 견고해지고 오십이 넘으니 결혼 자체에 대한 부정이 더 커져가고는 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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