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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훼 Feb 14. 2017

브런치에 대한 예의

이게 바로 브런치 첫글 

브런치가 다음에서 첫 시작을 알릴때 그때 처음 알게 되었고

가끔 검색결과에 뜨는 글을 클릭해보면 사진과 구성이 더 감성적이어서 끌렸다.

누군가가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며 너도 해보라 권했을때 그럴까 하고는

한참의 시간이 지난 어제서야 작가신청을 하게 되었다.


하루만에 답신이 왔다.

이게 뭐라고 뭔가 등단이라도 한마냥 잠깐 설랬다.

e-mail 답신이 꽤나 길었는데 그 중 빨강글씨 주의사항이 눈에 띄었다.                         

작가 신청 이유에 기재한 내용과 달리 상업성/ 홍보성 글을 쓸 경우, 
브런치 작가 권한이 박탈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이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는

블로그에 있던 글들을 서둘러 옮기기 시작했다.

오늘 간만에 상담이 많이 비어 한가한 시간을 모두 브런치에 쏟았다.


고집쟁이

먼저 지금쓰고 있는 인터넷브라우저로는 브런치활용이 어려워서 크롬을 설치했다.

크롬을 설치했다는 것은 내게 달에 첫발을 내딛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난 늘 하던것만 하고 내가 정말 필요하거나 직접 써보지 않고는 새로운 것을 잘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다.

많이 가까운 사람이 종종 말해준다. "넌 그렇게~ 말할때는 안듣더니 니가 꼭 써봐야 그제서야 하더라."

나도 안다. 이런 고집스러움. 어지간하면 쓰던것만 하던것만 하려하고 아주 느리게 받아들이는 것을.

요즘은 글을 쓰고 싶어 매일 블로그 생각만 난다. 브런치에 글쓰는데 정말 필요하고 다른 대안이 없어서야 시도한게 크롬이다. 


역시나. 깔기 잘했다. 크롬 하나로 브런치의 아름다운(?) 감성을 담아 블로그보다 더 깔끔하게 글을 올릴 수 있었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애진작에 나왔으나 사용하지 못했던 스마트 에디터 3.0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경직되어 있는

반나절 동안 블로그에 있던 예전 글부터 찾아 옮겼다.

덕분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게 되었는데 소소히 보이는 부적절한 조사나 어귀들이 눈에 띄는 탓에 가독성 좋게 배치하고 싶어서 일일이 편집을 거쳐서 발행했다.

뭔지 모를 뿌듯함이 올라왔다. 

그러는 한편 작가신청 답신에 있던 주의사항에 너무 몰입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상업적이거나 홍보성이 아니면 될텐데, 그 앞에 써있는 작가신청 이유"에 꽂혔던거다.

그에 맞지 않을까 싶어 심리상담에 연결된 글만 찾으려다 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또또 이러고 있었다. 그깟 주의사항이 뭐라고.

왜그렇게 틀을 못벗어나는지. 생각이 자유롭고 유연한 사람이 참 부럽다.



일기를 좋아했던

오래전부터 일기쓰길 즐겨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늘 일기를 썼다. 그러다 어느순간 일기를 잘 안쓰게 되었다. 손글씨 일기가 아니라도 컴퓨터에서라도 글을 쓰던 나였는데 어느새 월기정도로 쓰게 되었다. 

요즘 곰곰히 생각해보니 상담계에 들어서면서 였나? 개인분석을 받은 뒤부터였나? 

어지간한 말은 필요하지 않을때를 빼고는 말하고 살려고 노력하고, 친구와 자꾸자꾸 수다를 떨며 속얘기를 하니까 그런지 마음에 남는 일이 예전보다 적어진듯 하다.

돌이켜보니 난 기록하는 것이 좋기도 했지만 밖에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꾹꾸 눌러서 일기에 담아내곤 했던 것 같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말하는 것을 퍽 좋아했다. 누군가와 말하는 것이 좋았고, 어디에 세워놔도 말을 할 수 있었다. 어릴때 성우를 꿈꾸기도 했고, 라디오 DJ를 꿈꾸기도 했고, 수학교사를 오랫동안 꿈꾸기도 했다. 모두 내가 말할 수 있는 꿈이었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듣는 때가 더 많고,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말하는 것이다. 서로가 듣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 삶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시간은 꿀보다 달다. 



읽기를 좋아하는

책읽는게 좋아서 늘 손에 책을 들고 살았더랬다. 지금은 예전만 못하지만.

동화가 좋고, 소설이 좋았다.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맨 뒷자리에 앉아 [잃어버린 너]를 넋놓고 읽다가 순시돌던 교장선생님께 걸려 꾸중을 듣기도 했다.

오래전에 남한산성을 읽고 홀로 남한산성 수어장대를 찾았었다. 책이 그렇게 좋았다.



이렇게 모여서 브런치를 한다.

블로그에 있는 글만 옮기다가 갑자기 브런치에 제대로 된 첫글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브런치에 대한 예의.

이게 진짜 첫번째 글.


2017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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