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아동기에도 존재하는가와 관련해서 많은 이론과 논란이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초자아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어린 아동은 슬픈감정을 나타낼 수는 있으나 우울증을 발달시킬 수는 없다고 하기도 했고, 아동기의 우울증은 성인기의 우울과 달리 다른 위장된 형태로 나타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현재에는 아동기 우울증의 존재와 우울증상의 연령에 따른 변화를 인정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연구자들 간에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상담장면에서 자주 만나는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발적인 동기의 저하”입니다. 매사에 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고 할 수 있는데도 안하는 것이 바로 동기저하의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를 언어로 표현하는데 발달상 미숙하기 때문에 아이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표현하지 못한 내적인 좌절감이나 무력감, 정서적 위축, 자존감의 저하, 대인관계의 불편감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기 때문입니다.
흔히 보고하는 증상을 간단히 나열해 보겠습니다.
· 학교에 가기 싫다거나 숙제나 주어진 과제를 거부하면서 복통과 같은 신체증상을 호소한다.
· 매사에 짜증이 많고 별다른 이유없이 반항하거나 땡깡을 부린다.
· 잠을 잘 못자거나 외출을 거부하거나 혼자있고 싶어하고 쉽게 포기해 버린다.
· 이해력이 부족한 것과 별개로 쉬운 문제를 자주 틀리게 되거나 학습부진 증상이 늘었다.
· 생각과 판단보다 행동이 앞서서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이 늘어난다.
·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 안절부절하거나 실수를 자주 하며 통제가 어렵다.
· 좋아하는 활동(책읽기, 컴퓨터게임, 친구와의 놀이 등)에만 지나치게 몰입하고 쉽게 지루해한다.
· 청소년의 경우 지나치게 게임이나 친구에게만 몰입하거나 학업, 등교 등을 거부한다.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아동·청소년의 우울이다”라고 규정하기엔 위험성이 있지만 위의 증상들은 보통 “동기의 저하”를 시사합니다. 이런 친구들의 검사결과를 보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지능과 심리적인 자원이 많음에도 이를 적절히 발휘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이로 인해 스스로가 위축되기도 합니다. 이는 보통 내면의 무력함, 초조함, 정서적 위축 등의 감정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데서 출발하게 되므로 이 출발점을 명확히 하고 원인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원인
아동·청소년 우울 및 동기저하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유전적 요인, 호르몬조절의 이상, 타고난 기질적 측면, 환경적인 요인 등이 있으므로 정확한 원인을 알기위해서는 구체적인 탐색을 필요로 합니다. 이중 환경적인 요인이 많으므로 이에 대해 살펴보면 주변환경의 압박과 불편감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전반적인 무력감을 느끼게 되고 위와 같은 행동을 나타내기 마련입니다. 주변환경이라 함은 아동·청소년을 둘러싼 부모 및 주양육자의 양육태도와 의사소통방식, 학교 및 교사, 친구들간의 관계, 신체적인 불편감이나 학업성취 등을 지칭합니다.
보통 부모-자녀관계의 측면에서는 부모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지내게 되는 아이, 부모가 같이 있어도 방치한 경우,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아이,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무관심하거나 신경질적이고 많이 때린 경우 등이 원인이 됩니다.
대책
따라서 우울한 아이에게는 부모님이 그동안 주지 못했던 사랑과 관심을 보이며 진심으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부모-자녀 관계 뿐 아니라 아이를 무력하게 만드는 다른 환경적 요인들도 찾게 되고 도움을 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계속되거나 부모님이 통제하시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이의 마음이 많은 상처를 받아 문을 닫아버렸다는 의미이므로 가까운 심리상담소에 방문하시어 아이의 동기가 저하되도록 하는 배경과 원인을 탐색해 보시고 전문가의 해석과 조언을 바탕으로 변화의 방법을 모색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