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에는 강릉에 가고 싶다. (1)

by 김똥남

보통 나는 3월의 여행을 가장 좋아한다. 해외로 나가면 비수기고, 국내로 가면 개학 직후라 사람이 적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적다. 올해 3월은 엄마와 단 둘만의 유럽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려던 찰나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해지면서 떠나지 못했다. 신천지 사태로 세계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한국의 1차 코로나 확산이 거의 정리되려던 때,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세계로 활동무대를 넓혔고 WHO에서는 팬더믹을 선언했다.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며 코로나 바이러스도 어느 정도 진정세로 돌아서겠거니, 긴장을 풀었더니 이번엔 사랑제일교회 사태로 2차 코로나 확산이 한국에서 시작됐다. 조금 선선해질 쯔음, 누나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이라도 가려던 소소한 가족 여행 계획은 결국 다시 무기한 연기가 됐다.


사실 나는 원체 활동적인 사람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아무 곳도 가지 않은 채, 일 년 내내 회사 책상에만 앉아있으면 몸이 절로 간질거려 참을 수가 없다. 리프레쉬를 위해 일 년에 한 두차례, 꼭 어디로든 여행을 떠난다. 한 번은 비행기를 오래타며 몇 차례의 기내식을 즐길 수 있는 해외로, 또 다른 한번은 그 계절이 잘 어울리는, 기차든 차든 금방 갈 수 있는 국내의 어드메로. 하지만 손과 발이 묶여버린 지금은 다가올 계절에 대해 희망을 안고 간단한 여행이라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수밖에 없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 여름이 지나고 있다. 어느새 8월 말로 접어들어 처서가 지나, 이제 밤이 되면 제법 시원한 날도 하루씩은 있다. 곧 가을이 올테고, 늘 그랬듯 짧게 휙 지나가버리고 겨울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을거다. 아, 나는 겨울을 사랑한다. 겨울 아침에 출근을 위해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서늘해지는 코끝, 온 몸으로 파고드는 냉기, 그리고 코를 씻어주는 서늘한 겨울냄새까지. 그 뿐만이 아니다. 겨울이 되면 언제 어디서 만날 지 모르는 겨울 음식 붕어빵과 오뎅이 있는 포장마차를 대비해 항상 주머니에 천원짜리 몇 장을 넣어다닌다.


몸이 근질근질해진 나,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계절이 다가올 올해 연말. 그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될 수 있는 곳은 바로 도무지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는 곳, 겨울의 강릉이다.


토요일 조금 이른 아침, KTX를 타고 강릉으로 향할거다.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드라이브를 즐기며 가는 것도 좋지만, 고속도로로 쭉 이어진 길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강릉역에 도착해서 차를 렌트하고, 강릉의 길게 이어진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친다. 아침부터의 지나친 운전은 짧은 여행객의 피로감을 높일 뿐이다.


아, 출발할 때 무언갈 많이 먹어서는 안된다. 간단한 군것질거리와 커피로 허기만 달래며 강릉에 도착해야만 한다. 그러면 다른 어느 계절보다도 겨울에 어울리는 강릉의 음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시원해서 여름에 먹기 좋지만 원래는 겨울의 살얼음 낀 동치미와 함께하는 음식이었던, 겨울 제철 음식인 동치미 막국수도 괜찮다. 너무 차가운 것이 부담된다면 추운 겨울에 너무 잘 어울리는 초당순두부나 장칼국수, 감자옹심이도 너무나 좋은 선택이다. 끼니가 한정되어있어 아쉽지만, 다음날 끼니 때의 찬스도 있으니 벌써부터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배불리 먹지는 말자. 어쩌다보니 강릉의 아침/점심 식사에 걸맞는 음식들은 거의 탄수화물 위주라, 배불리 먹고나면 뱃 속에서 불어나는 듯한 느낌에 약간은 속이 거북할 수 있다. 배를 약간은 비워둔 채로 강릉의 커피와 해안도로를 즐기는 것이 좋다. 이제는 서울 곳곳에 그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살린 테라로사 지점들이 많지만, 강릉의 해안이나 호수가 보이는 테라로사는 강릉 여행의 느낌을 한 층 더 살려준다. 커피와 간단한 디저트를 주문하고 맑은 강릉의 겨울을 잠시 즐기며 쉬다보면 어느새 저녁이 된다.


호텔이든 어디든, 잠시 숙소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저녁 일정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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