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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리릭 Aug 15. 2021

육아휴직을 시작합니다.

운동, 공부, 브런치, 디드로...

 곧 육아휴직을 시작합니다. 아들이 태어나고 언젠가 하게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막상 눈앞에 다가오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회사를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다녔습니다. 휴가를 한 번에 길게 쓰는 것보다는 조금씩 나눠 쓰는 것이 좋아서 회사를 10일 이상 안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 이제 1년 동안 회사를 안 갈 예정입니다. 이 엄청난 변화에 앞서 마음을 다잡고 휴직 기간을 알차게 보내고자 이 글을 적어봅니다.





휴직 = (회사) 직무를 일정기간 떠나는 것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휴직에는 목적에 따라 육아, 질병, 배우자, 해외연수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육아휴직을 할 예정입니다. 휴직이라는 건 회사를 일정기간 떠나는 것입니다만, 저는 그 휴직의 목적이 육아입니다. 지금까지는 회사와 육아, 이렇게 2가지 일을 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육아라는 일 하나만 하게 되는 거죠. 일이 2개에서 1개로 줄었다고 해서 자유시간이 많아지는 건 아닙니다. 와이프가 복직을 하기 때문에 저는 회사에 쏟았던 시간을 온전히 육아와 집안일에 쏟게 되는 거니까요. 

 자유시간은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가는, 그 사이 몇 시간이 전부일 것 같습니다. 그 시간 중에서 집안일하고, 점심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은 정말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와이프는 지금까지 열심히 회사 다니고 고생했으니 이제 좀 놀라고 하는데, 와이프 말대로 하다가는 정말 왕창 놀아버릴 것만 같아서 초반에 제 스스로 계획을 잘 세워보려고 합니다. (물론 8월까지는 오랜만에 알차게 놀아볼 생각이긴 합니다ㅎㅎ)



그래도 목표를 세워봅니다.


 한참 동안 고민을 하다가 운동, 공부, 브런치. 이 3가지를 주요 목표로 세워봤습니다.


 먼저 운동. 코로나와 육아를 핑계로 하지 못했던 운동을 홈트레이닝으로 시작해 보려 합니다. 아기가 깨어있을 때는 아기를 보느라 못했고, 아기가 자면 조용히 해야 해서 못했는데 이제 와이프도, 아기도 없는 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을 잘 활용해 보려고 합니다. 마침 무더운 여름이니 땀을 내며 운동하면 개운할 것 같습니다. 사실 운동으로 땀을 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 합니다. 하염없이 걷는 것을, 야구 시합을 좋아했던 저였는데... 육아와 코로나의 콜라보에 제대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더 나은 육아와 제 자신을 위해서, 회사를 다니느라 소진된 제 몸을 위해서 운동을 다시 해보려 합니다.


운동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다음으로 공부. 공부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어떤 공부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언어와 재테크. 이렇게 크게 2가지 정도를 생각해 보긴 했는데, 아직 둘 다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외국어가 딱히 필요하지 않은 직장을 다니다 보니 언어 능력이 심히 감퇴했음을 느낍니다. 단지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서 작성용 언어 스킬만 조금 늘었을 뿐입니다. 특히 코로나 육아로 인해 타인과의 교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일상생활에서의 화술 역시 감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가끔 와이프에게 되지도 않는 개그를 던졌다가 아들의 옹알이와 수준이 다를 바 없다는 혹평을 듣기 일쑤입니다. 

 생각 없이 살다가 뒤늦게 재테크도 틈틈이 공부를 해보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한다고 스스로 되새기며 하고 있습니다. 재테크뿐만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것도 공부를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한동안 코로나가 계속되고 휴직을 해서 회사 사람마저 만날 기회가 없으면 정말 외부와의 교류가 더 없어져서 세상과 단절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만큼, 세상 공부는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도 필요하단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브런치입니다. 아들을 재워놓고 시간을 내서 조금씩 브런치에 글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다가도 시간이 늦어지면 내일 출근이 걱정돼서 멈출 때가 많았습니다. 흐름이 끊어지니 다음 날 다시 쓰려면 또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마치 주 1회 방송하는 드라마를 보면 지난주 내용이 아득할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글을 읽다가 아들이 잠에서 깨는 소리가 들리면 서둘러 달려가서 아들을 다시 재워야 했고, 아들이 바로 잠들지 않으면 다시 재우려고 애를 쓰다가 저도 지쳐서 같이 잠든 적도 많았습니다. 당연히 노트북은 전원이 켜져 있는 채로 밤을 지새웠구요. 하지만 이제는 여유 있게 다른 글들을 읽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열심히 써보려고 합니다. 글을 쓰면서 너무 생각이 많아지고 제 글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서 글을 써놓고도 발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제는 조금 더 과감해져 볼까 합니다. 브런치는 세상을 향한 제 소중한 소통 창구이기도 하니까요.




모든 시작에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사실 휴직을 앞두고 조그만 소비를 했습니다. 노트북 거치대와 무선 키보드를 샀습니다. 매번 시간을 쪼개서 글을 읽고 쓰다 보니 이런 건 다 사치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너무 불편해서 안 되겠더라구요. 휴직을 시작하면 제 소득이 사라지니... 그래도 아직 제 소득이 온전히 남아 있을 때 꼭 필요한 건 사자는 생각에 오랜만에 저를 위한 소비를 했습니다. 


소비 기념으로 만화부터 읽어봅니다.


 디드로 효과라고 하죠... 사고 나니 다시 또 사고 싶은 것들이 계속 보이지만(특히... 의자? 오래 앉아있기가 힘이 듭니다...), 저를 위한 소비는 여기서 멈추기로 했습니다. 와이프의 따끔한 일침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 왜 갑자기 필요하지? 왜? 갑자기? 지금?" 


디드로 효과 : 하나의 물건을 사면 그에 어울리는 물건을 계속 사고 싶은 현상




 운동을 위해서 턱걸이 봉도 하나 사야 할 것 같은데...  이건 저를 위한 투자라기보다는 우리 가족을 위한 투자라고 봅니다. 제가 건강해야 아들을 잘 케어하고 집안일도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죠?


 올림픽 때문에 제가 위에 적은 것들을 거의 못했는데... 올림픽이 끝나니 제가 좋아하는 프리미어리그 축구가 시작한다고 합니다. 딱 8월까지만 놀기로 했으니, 일단 내일 밤 경기는 봐야겠습니다. 괜찮겠죠?


 그래도 브런치에 글 하나는 썼으니 아무것도 안 한건 아닌 것 같은데... 브런치에 글을 더 열심히 쓰고 열심히 읽으려면 역시 턱걸이 봉을 사야 할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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