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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리릭 Aug 19. 2021

육아휴직 결정과 여러 단상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육아휴직자는 꾸준히 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성 육아휴직자도 계속 늘고 있죠. 올해 육아휴직자도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내년에 발표될 2021년 육아휴직자 통계에 포함될 예정이구요. 육아휴직 문화가 조금씩 보편화되고 있고, 코로나로 인해 가정보육이나 긴급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어서 휴직을 하는 경우도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고용노동부 카드뉴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이용하는 사람은 2020년에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저 역시 이 통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도 지난 1년 동안 1시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해서 하루 7시간을 근무했습니다. 유연근무제를 통해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했습니다. 회사에서 집까지는 1시간이 걸리고, 아기는 잠을 일찍 자기 때문에 하루에 조금이라도 아기 얼굴을 보고, 집안일도 더 하기 위해서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했습니다. 


출처 : 고용노동부


 물론 월급은 그에 비례해서 줄어들었습니다. 8시간 급여가 아닌 7시간의 급여를 받았습니다. 다만 고용보험에서 줄어든 월급의 일정 부분을 보상해주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고용보험 홈페이지


 육아를 위해 휴직과 근로단축을 신청한 사람은 꾸준히 늘었지만, 여전히 전체 근로자에 비하면 비율이 낮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육아휴직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육아휴직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문제겠죠.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이 여전히 너무 힘들다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출처 : 고용노동부





육아휴직을 결정하다.


 와이프가 복직을 하게 되면서 제가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의 주양육자라는 자리를 와이프와 바통 터치한 것이죠. 운이 좋게도 아들이 현재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어서 등하원 도우미를 쓰면 둘 다 휴직을 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 아들이 말도 못 하고 이제 겨우 조금 뛰어다는 수준인데, 아들의 하루를 온전히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선뜻 되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제가 육아휴직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은 아들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양가 부모님 중에 도와주실 분이 있으면 가장 좋긴 합니다. 등하원만 도와주셔도 휴직하지 않고 아들을 케어할 수 있으니까요. 조부모님이니까 믿음도 있고, 이것저것 말하기도 편할테구요. 똑같은 돈을 드리더라도 등하원을 시켜주는 이모님보다 부모님께 드리는 것이니 훨씬 좋겠죠. 하지만 저는 양가에 도움을 받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와이프의 복직에 맞춰 제가 육아휴직을 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육아휴직을 결정하기까지의 고민 1 - 경제적인 이유


 육아휴직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인 것입니다. 입은 하나 늘었는데, 한 명의 수입이 급감해 버리기 때문이죠. 물론 육아휴직을 한다고 해서 수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빠의 달(아빠육아휴직보너스제)'이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아빠의 달(아빠육아휴직보너스제)

같은 자녀에 대해 아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다가 남편이 이어받아 사용할 경우 남편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월 상한 250만 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어 처음에는 급여기간이 1개월이었으나, 2016년부터 3개월로 확대되었다.


출처 : 고용보험 홈페이지


 하지만 회사를 다닐 때의 수입과는 비교하기 어렵겠죠. 확연히 줄어든 수입으로 육아휴직을 하는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버텨낼 수 있느냐가 육아휴직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을 결정하기까지의 고민 2 -  팀원에 대한 미안함


 사실 육아휴직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법으로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육아휴직)

제19조(육아휴직) ① 사업주는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입양한 자녀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양육하기 위하여 휴직(이하 “육아휴직”이라 한다)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하지만 그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육아휴직을 쓰기 용이한 직군의 회사에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결정하는데, 그리고 그 시기를 언제로 할지를 결정하는데 꽤 오랜 시간의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고민의 가장 큰 부분은 같은 팀 직원에 대한 미안함입니다. (회사에 대한 미안함은 아닙니다!) 휴직의 특성상, 회사가 바로 제 빈자리에 인원을 충원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제 후임자가 누가 될지, 후임자가 과연 오기는 할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로 휴직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다 보니 제 일에 대한 업무 인수인계도 어쩔 수 없이 같은 팀 구성원들 모두에게 하고 왔습니다. 후임자가 오게 되면 팀 선임자가 그 후임자에게 제 업무 인수인계를 해줄 것이고, 만약 후임자가 안 오게 되면 팀원들이 제가 하던 일을 나눠서 해야만 하겠죠. 모두가 흔쾌히 이해하고 너그럽게 생각해주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걸 저도 알기 때문에 짐을 싸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제가 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돌아가야 하는데, 누군가는 저를 껄끄러운 시선으로 바라볼지도 모를 일이죠. 육아휴직은 당연한 권리지만, 그 권리를 누리는데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볼 수 있고, 그 누군가가 저와 같은 팀 동료 거나 친한 회사 직원이라면 그 권리를 누리는 데 있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는 거죠. 

 


육아휴직 결정에 대한 주변의 반응들


 제가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니, 주변으로부터 다양한 유형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먼저 부러워하는 유형이 있었어요.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회사나 집의 사정상 휴직을 하기가 어려운 거죠. 물론 이 중 일부는 제가 회사를 잠시 떠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한창 바쁘고 민감한 시기에 회사를 떠나는 것이 부러운 거죠. (제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생각해주지 않고 말이죠 ㅎㅎ)  

 본인도 육아휴직을 꼭 할 거라고 다짐하는 유형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잘 기억해서 나중에 본인이 할 때 물어보면 잘 알려달라고 하더라구요.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육아휴직과 관련한 글도 남겨보고 있는 것이구요 ㅎㅎ



육아휴직의 진짜 이유 - 애착형성


 전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애착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제 과거의 기억과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고 계셨습니다. 육아휴직 같은 건 꿈꾸기도 어려운 시절이었죠. 어머니는 저를 낳고 출산휴가 딱 3개월만 쓰고 직장에 복귀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는 부모님이 아닌 여러 사람의 손에 컸습니다. 할머니, 이모할머니, 이모 등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주양육자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그 시절의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보통 몇 개쯤은 있다는 4,5살 때의 기억마저도 거의 없습니다.) 그때는 토요일도 출근을 했던 시절이니, 제가 온전히 부모님과 함께 한 날은 일주일 중에 일요일 하루뿐이었겠죠. 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주 6일을 일하고 딱 하루 쉬는 날 저와 온전히 놀아주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았겠죠.

 제가 정서적으로 안정이 안 되는 것이 눈에 보였기에 어머니는 제가 6살 때 동생을 낳은 후 바로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달 동안 유치원을 안 갔다고 해요. (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유치원을 왜 가기 싫냐고 물어보니 제가 "엄마랑 하루 종일 붙어있으려고"라고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요... 그런 말을 했던 그 시절의 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 이후 저는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성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집을 떠나 서울로 대학교를 오면서 제 내면에 분리불안이 강하게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문제가 생겼던 제 인간관계, 이성관계의 기저에는 저의 잠재적인 분리불안이 있더라구요. 애인이나 친구가 언제 저를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항상 휩싸이고는 했었습니다. 상대방과의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저는 다짐했었습니다. 자식에게 충분한 애정을 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으면 아기를 낳지 않겠다고 말이죠. 그리고 환경이 돼서 아기를 낳게 되면 최선을 다해 애정을 주겠다고 말이죠. 

 제가 본래 꿈꿨던 직업은 생활이 매우 바쁘고 불규칙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 꿈을 이루지 못했고, 제 최초의 꿈과 다르게 육아휴직이 용이한 직군의 회사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했고, 아들이 태어났고,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한 걸음씩


 수많은 육아 프로그램과 유튜브, 서적 등 육아 관련 정보는 넘쳐납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지침과 방법을 열심히 설명해 줍니다. 저도 한때는 열심히 보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거의 보지 않고 있습니다. 아기에 따라 사례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해결책을 적용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아직 제 아들은 매우 본능에 충실한 옹알이와 괴성, 행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아직 너무 크다고나 할까요?ㅎㅎ


 '말을 못 하니 아들 본인은 얼마나 답답할까'라는 걸 기본 전제로 아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늘도 3차례나 아들과 대치(?)를 하였습니다만, 다행히 잠잘 때는 저의 말소리에 웃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 제 스스로를 격려하며 이 글을 작성하던 중에 아들이 잠에서 깨는 소리를 들었고, 하루가 지난 오늘에서야 이 글을 이어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모기에 물린 곳을 긁으려는 아들과 막으려는 저의 대치가 쉽사리 끝나지 않았거든요. 오늘은 아들을 재우다 저도 지쳤는지 잠이 들었고, 중간에 잠이 깨버려서 글을 마저 쓰고 있습니다.


 오늘 밤은 아들이 깨지 않고 아침까지 기분 좋게 푹 자기를 바라며...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조금 더 나은 아빠가 되어가고 있기를 바라며... 

 그렇게 오늘도 아빠와 아들은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전 01화 육아휴직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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