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리릭 Sep 15. 2021

배구판의 찐자매, 여기 있습니다!

'윰송이' 자매를 소개합니다!

 한동안 배구계에서 자매 논란이 있었죠. 학교폭력에 자매가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가대표 자격 박탈, 소속팀 무기한 출장 정지 및 방출, 해외 이적 시도 등 해당 자매와 관련해 많은 이슈와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올해 2월 학교폭력 논란이 처음 시작된 후, 벌써 6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관련 뉴스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배구 뉴스에서 '자매'라는 단어만 나와도 이 자매가 떠올릴 만큼 말이죠.

 자매가 둘 다 국가대표 주전이었기 때문에 도쿄올림픽 직전에 발생한 이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전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한 결과라며, 도쿄올림픽이라는 대의를 위해 과거의 잘못을 용서해 주자는 여론도 꽤 있었죠. 하지만 폭력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고, 해당 자매의 반성 없는 인터뷰에 사람들은 등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오히려 우리나라 대표팀을 진짜 'One Team'으로 만들어 준 계기가 됐습니다. 김연경 선수를 중심으로 우리 대표팀은 더 강력하게 뭉쳤습니다. 그리고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성적이 안 좋았다면 해당 자매가 출전하지 못해서 그랬다는 이야기가 분명 나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실력과 성적으로 모든 논란을 종식시켰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지 한 달이 되었는데도, 우리 대표팀의 경기를 떠올리면 행복하군요.


 2020 도쿄올림픽 이전에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우리나라 여자배구는 4강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2012년 4강 신화의 주인공들 중에 자매가 있다는 사실을요! 우리나라 여자배구의 찐자매! 바로 한유미-한송이 자매입니다. 오늘은 이 진짜 자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편의상 이 자매의 이름을 '윰송이' 자매로 붙여보았습니다.





진짜 자매의 등장 - 언니 한유미


이미지 출처 : 더스파이크


 한유미 해설위원은 1999년에 데뷔했습니다.(은퇴했기에 한유미 선수가 아닌 현재 직업인 '한유미 해설위원'이라고 쓰겠습니다.) 그리고 2005년 출범한 V리그의 여자부 최초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됩니다. 2001년 세계 청소년 배구선수권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데뷔했고, 현대건설의 원조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었습니다. V리그 전신인 슈퍼리그 시절 현대건설의 5연패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선수 시절 우여곡절은 꽤 있었습니다. 2003년 십자인대 부상은 긴 시간 재활의 시간을 보내게 했고, 소속팀과의 갈등 등으로 인해 은퇴도 2번이나 선언했죠. 최종적으로는 2018년 은퇴를 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합니다.

 최근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한유미 해설위원은 선수 때보다 지금 더 주목을 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은퇴 후 2018년 5월부터 KBS N SPORTS 해설위원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차분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듣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줘서 그런지 해설위원으로서 롱런하고 있습니다.

 한유미 해설위원의 선수 시절을 보지 못한 요즘 초등학생들은 한유미 해설위원을 그저 '허당'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노는 언니>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의 맹활약(?) 때문이죠. 강한 승부욕을 가졌지만 배구 외에는 허당끼가 가득한 모습으로 큰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윰언니>라는 유튜브 채널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구독자 10만 명을 넘겼다고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배구에 관한 기본을 설명해주는 영상도 있지만, 역시 다른 배구 선수들이 출연하는 영상이 인기가 많습니다.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영상은 조회수 약 160만 회를 기록한 '흔한 배구 선수들의 수다 (떡볶이, 피자, 치킨, 감튀...)'이라는 제목의 영상이네요. 김희진 선수, 동생 한송이 선수가 나옵니다.

(흔한 배구 선수들의 수다 (떡볶이, 피자, 치킨, 감튀...) - YouTube)

(아.. 참고로 저는 윰언니 채널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입니다. 사실 관련 있고 싶은 사람입니.. 아 아닙니다..ㅎㅎ)



진짜 자매의 등장 - 동생 한송이


이미지 출처 : KGC인삼공사배구단 홈페이지


 한송이 선수도 역시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한송이 선수는 V리그 전신인 슈퍼리그에서 신인왕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합니다. 여러 대단한 기록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놀라운 건 2007-2008 시즌 용병들을 모두 제치고 득점왕을 차지한 것입니다.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선수 최후의 득점왕으로 남아있습니다. 김연경 선수가 국내에서 뛰던 시절,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김연경 선수의 라이벌로 불렸던 선수라고 할만하죠.

 한송이 선수는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중, 위기가 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동안 주전에서 밀리게 된 거죠.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그렇듯이, 실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면서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왔다고 지레 판단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송이 선수에게도 한 때 그런 시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송이 선수는 포지션을 센터로 변경하면서 다시 한번 일어섭니다. 그리고 2019-2020, 2020-2021 두 시즌 연속 베스트7에 뽑혔습니다. 바뀐 포지션으로 베스트7에 뽑힌 건 한송이 선수가 처음이라고 하네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한송이 선수의 최고 매력 포인트는 바로 서브입니다. 한송이 선수는 서브를 넣기 전에 특유의 동작을 취합니다. 공을 두 바퀴 돌리면서 '후'하고 바람을 넣는 건데, 배구팬들 사이에서는 '군고구마 서브', '호호 서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영상으로 한 번 봐보세요.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이 서브는 강하지 않지만 어려운 궤적을 만들어 종종 서브에이스를 만들어 냅니다.

([V리그] 조동혁의 응원에 힘입어 서브에이스를 성공시키는 한송이 (01.09) - YouTube)



2012년 런던올림픽, 찐자매와 함께 4강 신화를 만들다!(feat. 김연경)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대표팀 / 이미지 출처 : 대한민국배구협회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 이전에 2012 런던올림픽 4강 신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이 신화를 만들었던 주인공 중 2명이 바로 '윰송이' 자매입니다. 2012년에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4강의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김연경 선수와 '윰송이' 자매를 포함한 우리나라 선수들이 해냈습니다.

 김연경 선수가 가장 부럽다고 한 자매도 바로 이들 자매입니다. 김연경 선수의 언니도 원래 배구를 했다고 알려져 있죠. 언니를 따라 배구를 시작했는데, 언니가 중간에 배구를 그만두는 바람에 김연경 선수는 혼자 선수로 남았죠. 물론 친한 동료들이 많이 있겠지만, 같은 배구 선수로서 자매가 있는 건 또 다른 느낌일 겁니다.

 재밌는 건 국가대표 경기에서 정작 이들 자매는 김연경 선수 때문에(?) 둘이 동시에 코트 위에 있기는 어려웠다는 거죠. 둘의 포지션이 같았거든요. 김연경 선수 보유국의 국가대표인 관계로 김연경 선수의 대각선 파트너로 둘 중에 한 명이 선택받아야 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자매


 저는 프로스포츠 선수라면 자신이 받은 사랑을 팬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이 없다면 스포츠는 존재 이유가 없거든요. 팬이 존재하기 때문에 스포츠가 존재하고, 그 팬들 덕분에 스포츠 선수는 연봉을 받고 경기를 뛰는 거니까요.

 사랑을 돌려주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재능기부가 될 수도 있고, 방송에 출연해서 즐거움을 주는 것일 수도 있고, 돈을 기부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죠.


"항상 시상식에 참가할 때마다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미들블로커로 옮긴 첫해 상을 받아 기분 좋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 앞으로 배구선수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한송이가 되겠다." (2019-2020 시즌 베스트7 수상 소감)

 한송이 선수는 선한 영향력을 열심히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통산 5000 득점을 달성했을 때, 받은 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고, 20-21 시즌 베스트7 상금을 청소년 생리대 지원 사업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의 최고참의 나이에도 궂은일을 열심히 하며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죠.


통산 5000 득점 상금 전액을 기부한 한송이 선수 / 이미지 출처 : KGC인삼공사배구단 홈페이지


 한유미 선수도 최근 <노는 언니> 프로그램을 통해 판매한 굿즈의 수익금을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해설위원과 유튜버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팬들에게 배구를 알리고, 여자배구가 계속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노는 언니> 홈페이지



 나는 공인이다. 공인은 좋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돌려드려야 한다는 마음에서 얘기했던 거 같다. 일단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 같은 팀 선수들이 나도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끔 선수로서 성실함을 보여 주고 싶다. 운동 외적으로도 기부 등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다. 누군가는 모르고 있었던 일일 수도 있다. 내가 하면서 함께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

 한송이 선수가 베스트7 수상 소감으로 했던 말입니다.(기사 원문 : [단독인터뷰] 여자배구 스타 한송이 “이렇게 떠나면 안된다 생각해” | 서울신문 (seoul.co.kr)) 이 기사를 읽고 한송이 선수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 배구계에서 '자매' 관련 이슈가 터지면서 '자매'라는 단어가 배구계에서 안 좋은 용어처럼 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던 차에 이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배구계에 현존하는 진짜 '자매'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쯤은 하고 싶었습니다.

 

 한송이 선수의 말처럼 앞으로 배구를 포함한 스포츠에서 '선한 영향력'이 가득한 일들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폭, 칼, 금품 갈취, 폭언... 이런 것 말구요. 악이 아닌 선한 영향력이 지배하는 배구와 우리나라 스포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배구계의 찐자매, '윰송이' 자매의 꾸준한 활동과 밝은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포스트 김연경수지효진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