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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혜빈

다이어리든 메모장이든 여느 때보다도 기록을 자주 하고 있다. 나풀나풀, 흩날리듯 속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 많아서.

재밌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나는 겨울에 언 강 위를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이듬해 봄이 되고 얼음이 녹아내리자 흐르는 강물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는 이야기. 다른 하나는 마음 둘 곳 없는 소녀가 혼자 땅을 파고 그 속에 숨긴 비밀이 이듬해 봄날 싹을 틔워 여름에 그늘을 만들고 가을에 나뭇잎으로 세상에 흩어졌다는 이야기. 원래 이야기와는 다를 수 있지만, 내 기억 속 이야기는 그렇다.

지금 나의 이 흩날리는 말들은 이제껏 얼었던 강에서, 쓸쓸했던 땅에서 흘러나오는 말인지 모른다. 묘하게도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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