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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by 안혜빈

내 옆에서 잠든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는다. 부드러운 털 위로 미끄러지는 손을 따라 흰 양말을 신은 뒷발 하나가 까딱, 너구리 같은 줄무늬 꼬리 끝이 가볍게 춤을 춘다. 사랑스럽다. 어쩜 이렇게,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사랑스럽지 않은 적이 없는지. 매일 봐도 귀엽고 볼 때마다 귀엽다는 말이 끊이질 않는다. 웃길 정도로 나는 고양이를 볼 때마다 귀엽다고 비명을 지른다. 항상 처음 본 듯이. 게다가 냄새나는 똥을 밟고 집안을 돌아다녀도, 카펫 위에 토를 해도, 물건을 넘어뜨려도, 집구석 비닐을 씹어 먹어도 다 용서가 된다. 그냥, 존재만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용서가 된다. 고양이는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다. 또한 ​나는 고양이가 의자 위나 캣타워에 앉아있을 때 자세를 낮추고 포옹하듯 가만히 끌어안고 있는 걸 좋아한다. 부드럽고 따뜻한 털 뭉치인 이 작은 아이를 안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가슴팍에 귀를 대면 작은 심장이 두근대는 소리가 들린다. 살아있는 고양이! 이 시도 때도 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명체를 신기해하며 눈을 바라본다. 눈을 지그시 깜박여주면, 사랑받는 걸 아는 고양이가 같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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