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하늘을 보는 중에 맹금류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고공비행하는 것 하며 날개 끝이 갈라진 걸 보아하니 대형 수리 종류인 것 같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수리는 겨울철새라 겨울 바다나 강 근처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바닷가에서 하늘을 보면 가끔 수리나 매 같은 맹금류를 볼 때가 있었는데, 그런 마주침이 추운 계절에 있었다는 걸 이제는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산 바다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수리라면 흰꼬리수리가 아닐까 싶었다. 너무 멀어서 꼬리가 하얀지 어떤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흰꼬리수리일 그 새는 제자리를 빙빙 돌면서 바람을 타고 조금씩 조금씩 높아져갔다. 이미 맨눈으로는 확인하기 힘들 정도였다. 내가 발견하기 이전부터 몇 분째 꾸준히 올라간 상태였을 텐데 새는 한계를 모르고 더, 더 높이 올라갔다. 구름 속을 들락날락하며.
왜 저리 높이 올라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가 가진 본능이란 게 참 놀랍게 느껴졌다. 저 새는 저렇게 날아야만 사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 보존과 안전 등의 이유를 불문하고 자기대로,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는 그 새는 정말로 아름다웠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데엔 어떤 감격이 있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풍경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가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전에 새—특히 맹금류—를 촬영한 유튜브 영상에 빠져들었던 게 그런 이유였다는 걸 다시금 떠올렸다. 그런데 찍었던 영상을 확인하니 내가 눈으로 좇던 수리 위로 다른 수리 한 마리가 이미 높이 날고 있었다.
내가 본 건 수리 부부 중 하나였나 보다. 어느새 카메라로도 따라잡을 수 없게 된 수리들은 함께 구름 위를 자유롭게 유영했겠지. 그렇게 위로, 위로, 위로… 사라지는 수리를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덧 /
찍은 영상으로 간단한 뮤비를 만들었다. 마침 수리가 나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듣고 있던 노래가 Oasis의 ‘Half The World Away’였는데, 노래 가사나 분위기나 짜 맞춘 듯 잘 어울려서 영상을 안 만들 수가 없었다. 점으로 사라지는 수리 한 마리를 볼 뿐이었지만, 귀에 흐르는 노래가 마치 높이높이 올라가는 수리가 하는 말 같은 느낌이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