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창가의 노인

잠시 멈춰 선 자리에서 - 12

by Hewii

책을 읽을 장소는 집보다는 도서관을 선택했다. 얼마 전 집 근처 도서관이 리모델링으로 매우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나에게 도서관은 자리마다 있는 칸막이와 그 고요함에 숨 막히는 공간이었다. 책을 넘기는 소리, 노트에 적는 소리만이 있을 뿐이다. 도서관이라는 말보다는 학습실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어린 시절 생각했다. 이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나와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그만이다. 그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주변의 변화를 많이 보고 싶었다.


도서관은 공원 안에 있다.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그리고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공원을 즐기고 있었다. 푸른 나무들 사이로 도서관 건물이 보였다. 붉은 벽돌, 그리고 담쟁이덩굴. 너무나도 한적한 그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도서관에 들어오고 나는 그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좋은 채광, 높은 천장, 그리고 칸막이 없는 책상. 그리고 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로 책을 고르려 책장을 살피고 있었고, 자신의 책을 음미하고 있었다.


나는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은자리 근처에는 수험생, 대학생, 백발의 노인이 있었다. 오늘 고른 책을 책상 위에 조심히 꺼냈고 그 첫 장을 넘겼다. 우선 목차를 살펴본 뒤, 첫 번째 에피소드를 읽었다. 나는 그의 어린 시절을 조금 읽고, 여러 궁금증들을 참을 수 없어 전체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어릴 적 이야기, 성장 스토리, 창업의 계기가 써져 있는 모양이었다. 나에겐 너무나 궁금한 이야기였다. 아마 책이 두꺼워 읽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터였다. 그래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기로 했다.


나는 어릴 적에 독서를 좋아하지 않았다. 난독증이 있던 터라, 책을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책을 펼치면 책 안의 글들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치 나의 시선을 피하듯 도망쳤다. 하지만 학교 숙제 때문에 책을 읽어야 했는데, 유독 위인전만큼은 좋아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삶에 대해서 궁금해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흔히들 말하는 성공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다.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성공하지 못하고.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성공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언제부터인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 단어가 주는 의미는 한 가지이지만 큰 성공, 작은 성공 그 크기를 이야기한다. 큰 성공은 무엇이고, 작은 성공은 무엇일까? 작은 딸기도, 큰 수박도 달콤하고 맛이 좋은 건 마찬가지고, 단지 저마다의 맛이 다를 뿐일 텐데. 언제부터 성공에 크기가 붙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나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다. ‘내 삶이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 청사진 비슷한 것은 있었다. 물론 뜻대로 되지는 않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성공이라고 한다면 아마 내가 원하는 것은 아마 수박만 한 딸기 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성공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읽고 있는 이 사람의 이야기는, 아마 내가 최근에 읽었던 흔히들 요즘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와 비슷했다. ‘독서를 좋아했다. 조금은 엉뚱했다. 머리가 좋았고 호기심이 많았다.’라는 이야기. 마치 공식인 듯 이야기하지만, 아마 그런 것들이 공식이라고 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지 않았을까?


책을 잠시 덮고, 나는 자리에 잠시 일어나, 허리를 의자의 구속에서 해방시켰다. 그리고 잠시 도서관을 돌아다녔다. 열심히 문제집을 풀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필기를 하는 수험생들, 그리고 전공책에 형광펜을 긋는 대학생들. 아마도 이들도 그저 누군가 만든 공식을 따르는 것일까? 꿈을 좇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어릴 적 모습이 생각 들어 조금은 측은 하기도, 대견하기도 하다고 생각 들었다.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저마다 또 자격증, 어학공부 등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세상은 점점 원하는 것만 많아지는 것만 같아 씁쓸해졌다. 물론 그들의 선택이겠지만. 어째서인지 치열한 그들 사이로 창가에 앉은 노인의 모습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저물어가는 황금빛 햇빛에, 노인의 머리는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작은 돋보기안경을 통해 노인은 시선을 떼지 않고, 책을 음미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 모습을 본 순간 누군가 정지 버튼을 누른 듯 아주 잠시 멈췄다.


그리고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 책을 들고, 의문만 남긴 채 테이블로 조용히 의자를 들어 넣었다. 나는 도서관을 나오며 어째서인지 지어지는 미소와 창가의 노인을 떠올렸다. 적어도 내가 바라는 모습은 그곳에서 발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