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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잇 Jan 16. 2017

스낵 비요리(スナック日和)

오므라이스

우리 스낵바¹엔, 항상 8시 30분만 되면 출근도장을 찍는, 사이토(斎藤)라는 녀석이 있다. 우리 동네로 이사 온 지 올해가 2년째. 평균 나이가 높은 우리 동네에, 이렇게 젊은 녀석이라니. 우리 동네 집값이 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이런 시시한 동네에서 벌써 2년째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대단한 녀석임엔 틀림없다. 대부분은 심심하다고 대도시에 살 터인데. 


    그 녀석은, 내가 쉬는 날, 본가로 돌아가는 날이 아니라면, 하루도 빠짐없이, 그것도 똑같은 시간에 우리 스낵바에 찾아온다. 늦더라도 5분을 넘겨본 적이 없는데, 만일, 그 녀석이 시간을 넘겨서도 안 보이게 되면, 어째서인지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다음 날 멀쩡히 찾아오는 녀석의 모습을 보면, 다행이면서도 화가 나는데, 그럴 때마다 그 녀석은 웃으면서 어제 있던 이야기를 해준다. 하지만, 대부분이 자기가 아팠다는 둥의 시시한 이야기들 뿐이지만.


    그 녀석의 주 메인 메뉴는, 오므라이스. 우리 집 메뉴 중에서도 싼 메뉴에 속하지만, 다른 싼 메뉴들 중에서도 그 녀석은 오직 그것만 고집한다.


    “인석아, 우리 집에 왔으면, 좀 다른 것도 먹고 좀 그래라.”

    “에이, 사장님. 저는 이게 아니면 다른 건 안 넘어간다니깐요?”

    “야, 그래도 명색이 2년째 단골이면, 그래도 츠쿠네²나 네기시오³ 정도는 먹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사장님, 그건 나중에 제가 돈을 많이 벌면 사 먹을게요.”

    “인석이. 번듯한 직장 가지고 있으면서, 돈 없다는 게 말이 되냐?”


    사실, 그 녀석이 매일 오므라이스를 먹는데, 이유가 있었다. 그 녀석이 우리 집에 오고 나서 일주일 내내 오므라이스를 먹었는데(지금도 여전히 먹고는 있지만), 내가 하도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저기, 자네는 매일마다 오므라이스를 먹는데, 이유라도 있는겐가?”

    “… 말하자면 조금 기네요… 우리 할아버지가 매일 저를 스낵바에 데려가시면 이걸 먹이셨거든요.”


    사연인즉슨, 부모님이 이혼한 이후, 일 때문에 바쁜 아버지를 대신해, 할아버지가 회포를 풀 겸 자주 스낵바에 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자신을 데려왔다는 것이다. 물론, 스낵바는 술을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에, 술은 마시게 할 순 없었고, 대신, 저녁을 때울 겸, 자신에게 밥 거리가 될 만한 오므라이스를 시켜줬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스낵바에 오게 되면, 항상 오므라이스를 시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고. 


    “사장님. 사장님은, 혼자서 고독하게 지낸다는 것은 과연 좋은 것일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글쎄,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다만?”


이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자, 그 녀석은 한숨을 내쉬며, 직장에서의 이야기를 꺼낸다.


    “요즘, 회사 내에서 자꾸 눈치가 보여요. 사이토 군은 애인이 없냐고. 그 소리도 매번 지긋해요. 내가 하기 싫어서 혼자인 것도 아니고, 아직 그런 시기가 오지 않아서인데 말이죠.”

    “음… 그걸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 아냐? 사람은, 때론 혼자서 살아야 할 때가 있고, 어쩌다 같이 사는 경우도 있는데, 주변에서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네가 그렇게 신경을 쓴다면, 그건 너에게 패배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계속 주변에서 이야기를 걸어온다고요.”

    “그럴 땐, 능청스럽게 ‘소개라도 시켜 주시는 겁니까?’하고 말을 해보는 게 어떠냐?”

    “당연히 그렇게 이야기해봤죠. 하지만, 똑같은걸요.”

    “음… 확실히, 사람이란 종족은 이상해. 자기만 생각하면 될 텐데, 굳이 남의 시선과 남이 하는 행동에 대해 참견한 단 말이지. 그런데, 그럴 때일수록, 너 스스로를 생각해야지, 남의 시선 신경 쓰면, 그냥 나만 화날 수밖에 없어. 물론, 종족 특성상, 계속 물어보긴 할 거야. 그럴 때마다, 네가 시큰둥하게 반응한다면, 결국 흥미가 떨어져서, 너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걸? 한 일주일만 ‘없어요’, ‘몰라요’로만 대응해봐. 결국 시시하다고 이야기 쏙 들어가 버릴걸?”


    말없이, 내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오므라이스를 먹던 손을 잠시 내려두고, 맥주잔을 들며 원샷을 들이켜던 그 녀석. 조용히, 한잔 더를 외치고는, 차가운 맥주를 건네자마자 다시 맥주를 들이켠다. 아마도, 혼자서 산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오지랖 때문에 힘든 것도 있겠지만, 외롭고 쓸쓸한 마음에, 더욱 힘들지도 모른다.


    “고야바시 씨, 따님 나이가 어떻게 된다고 했지?”

    “응? 내 딸? 이제 막 서른 살 진입했지.”


나는, 살짝 그 녀석의 귀에다가 속삭이며 물어본다.


    “너, 혹시 연상도 괜찮은 거냐?”


¹바(bar) 형태의, 음식을 제공하는 음식점. 일본에서는, 바 형태의 음식을 제공하는 술집으로 한정하여 부른다.

²닭 등의 고기를, 동그랗게 말아 경단 형태로 구워 먹는 꼬치의 일종.

³꼬치의 일종. 파와 닭고기 혹은 돼지고기 등을, 소금간으로 구운 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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