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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잇 Sep 09. 2015

그때의 우리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강신호, 이준석, 윤호 이 개새끼들아! 어디 한 번 잘 살아봐! 난 간다!”


    매년 그 날이 되면, 우리들은 술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무섭도록 살벌한 수능이라는 전쟁터에, 더욱더 스펙터클 한 공포를, 그것도 우리들 눈 앞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야, 매년 그 소리냐? 지겹지도 않냐?”

    “존나 기억에 남는 걸 어떡하겠냐. 안 그래?”

    “맞다. 니가 금마들이었어 바바. 우리가 느낀 거 보다 한 천억 배 더 시껍하지.”

    “아, 뭐, 그냥 술이나 마시자. 어차피 지난 일이잖아.”


    요한이. 걔란 녀석은, 매년 수능날 들려오는 자살소식 중에서,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당연 탑이었다. 여러군데에서 모인 사람들 앞에서, 그것도 특정 인물을 지칭하며 자살을 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들은 이 사건에 집중이 되어있었다. 난 걔가 어떻게 옥상에 들어갔는 지도 신기할뿐더러, 한편으론 왜 그 녀석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요오한!”

    “…”

    “이 새끼 대답을 쳐 안 해! 한국말을 못하면 왈왈이라도 거리던가!”

    “…”

    “아 씨발, 됐고, 이거 가지고 라면볶이 사와라. 알지? 나 불은 거 싫어하는 거?”

    “…”

    “알아들었으면 대답을  쳐하라고!”

    “…어…”


    마치, 그들은 김택용의 화려한 컨트롤을 보는 마냥, 요한이를 조종하였다. 그들의 플레이에선 GG란 없었다. 오직, 신컨과 물량빨이 전부였을 뿐. 그나마, 요한이라고 불렀던 것은 그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요한이(이제부터는 그를 간단하게 한이라고 부르겠다.)는 사실 이만큼 약한 녀석은 아니었다. 공부도 잘했고, 친구도 많았고, 언제나 밝은 녀석이었기에, 나는 한이가 어딜 가든 자기 밥벌이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녀석이라 생각했다. 물론 3학년 진학을 하기 전의 이야기가 돼버렸지만. 한이는 그 세명(앞으로 개들이라 지칭하겠음.)을 마주치고 나서 아주 처참히 뜯겨지기 시작했다. 사실,  어이없었던 건, 사소한 그 일이 어쩌다 이 지경으로 몰고 갔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거다.


    “야!”

    “저 새끼 우리 말 씹는 거냐?”

    “그러게? 대답이 없네?”

    “아 씨발, 저 개새끼 존나 거슬리네?”

    너가 거슬린다 그러니까 나도 존나 띠겁네?"

    “야 씨발 나도.”


    단지, 한이는 집중력이 높았었을 뿐이었다. 그 날도 한이는 자기가 풀고 있던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개들에게 집중을 하지 못했다는 거였다. 개들에게 있어서 타깃이라는 것은 단지, 게릴라 콘서트였다. 또한 개들은 한 번 물면 놓지를 않았다. 마치 굶주려있는 사냥개 마냥 한 번 물어버리면, 주인이 와서 그만두라 하기 전까진 절대 물던 것을 놓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서는 개들을 통제시킬 수 있는 주인이 없었다. 아니, 있었지만 자기가 물릴까 봐 그냥 놔두고 있었다. 주인은 그냥 사냥만 즐길 뿐이었다.


    “야, 씹었냐?”

    “어? 뭔 소리야?”

    “내가 불렀으면 대답을 해야 할 것 아냐 새꺄!”

    “아니, 난 못 들었어. 들었으면 대답을 했겠지.”

    “씨발년이 자꾸 말대꾸를 꼬박꼬박 하네?”

    “아니, 그건 아니고…”


그 날, 한이는 개들의 짖음에 반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물어뜯겨야만 했다. 개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하… 나 도대체 뭔 잘못을 한 거냐?”

    “그러게 말이다.”

    “야, 나 만약에 이걸 언론에 퍼트린다면 어떻게 될까?”

    “둘 중 하나겠지? 개들이 얻어 터지느냐, 아님 네가 얻어 터지느냐.”

    “그래?”

    “뭐, 둘 중 하나밖에 없지 않을까?”

    “아냐, 정답은 하나야.”

    “응? 뭔데 그게?”

    “개들이 얻어 터질  수밖에 없어.”

    “뭔 자신감이냐 그거? 너가 얻어 터지지 않는다고?”

    “야, 지금 수능까지 며칠 남았냐?”

    “지금? 막 12시 넘었으니까 127일?”

    “넌 127일 남았는데, 내 걱정이 되냐? 언넝 공부해 인마.”


    그 날의 대화는 마치, 소설의 복선과 같았다. 하지만, 눈치채지를 못했다. 흔히 영화나 소설을 볼 때 눈치 채지 못했던 복선들이, 다시금 되새기면 아! 하고 떠오르지 않는가. 나는 성인이 된 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야, 근데 말야, 개들은 어떻게 됐냐?”

    “글쎄? 경찰 왔다 갔다 거린건 알겠는데, 모르지.”

    “하긴, 우리  그때, 정시 넣는다고 뭐 개들 신경 쓸 여를 없었잖냐.”

    “뭐, 개들이 어떻게 지내든, 우리만 잘 살면 그만이지.”

    “그나저나, 넌 맨날 담배냐? 무슨 일 있냐?”

    “아니, 뭐 난 왜 여자친구가 안 생길까 하고 말야.”

    “새끼, 그건 네가 차이는 게 겁나서 그런 거 아냐!”

    “아, 아니거든? 나 썸 타는 애 있거든?”

    “오올! 누군데?”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 모든 것들이 안주가 되었던 그 날이 지나고, 난 언제나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하필 단골 중국집이 휴일이라 다른 중국집을 찾고 있었는데, 난 왠지 끌리는 그 집에 전화를 하면 안됐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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