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년 #월 #일
드라큘라는, 고작 일곱 살이었답니다. 드라큘라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살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 있었답니다. 언제나 혼자였죠. 그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집을 지키기엔 너무 두려웠답니다. 드라큘라는, 그래서 밖을 나가 보기로 했어요. 언제나 혼자였기에, 두려웠지만 그래도 나가 보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드라큘라는 한 공주님을 보았어요. 긴 머리에, 귀여운 얼굴을 하던 공주님이었답니다. 나이도, 엇비슷해 보였어요. 드라큘라는 공주님에게 첫 눈에 반해버렸답니다. 하지만, 다가갈 수 없었어요. 늘 혼자였던 드라큘라에게, 새로운 사랑, 그리고 사람은 두려움의 존재였답니다. 그래도, 드라큘라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공주님에게 다가가기로 했답니다.
공주님은, 그런 드라큘라를 친구로서 잘 대해줬답니다. 이야기도 나누고, 친구들을 불러 같이 놀기도 했지요. 그런 공주님을, 드라큘라는 너무 좋아했답니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답니다. 그래서, 드라큘라는 공주님을 자신의 방으로 초대를 했답니다.
자신의 방으로 초대한 공주님을, 드라큘라는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을 했답니다. 웃겨주기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그런데, 공주님이 피곤한 나머지, 잠들기 시작했답니다. 그런 공주님을 보며, 드라큘라는 어찌할 줄 몰랐어요.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의 방에서 다른 사람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에 오묘한 감정이 들었답니다. 그런데, 드라큘라는 천성이 흡혈귀였어요. 하지만, 사랑한 나머지 드라큘라는 이런저런 고민에 빠졌답니다. 공주님에게 다가가 물어버릴까 하면서도, 입맞춤을 해버릴까 하고도 생각도 하고. 드라큘라는 혼자서 공주님의 주변을 돌아다니며, 푸드덕푸드덕 거렸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드라큘라는 우왕좌왕하다가, 한 마디 말에 공주님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답니다.
"지은아, 밥 먹어야지!"
그 후로, 드라큘라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만 했어요. 드라큘라에 대한 공주님의 행동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지만, 드라큘라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님의 오빠가 드라큘라를 혼쭐 내었어요. 울면서 들어온 드라큘라를, 드라큘라의 어머니는 공주님의 오빠를 다시 혼쭐 내었고, 그 이후로 공주님의, 드라큘라에 대한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어요. 결국, 드라큘라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서로의 마음은 멀어져만 갔답니다. 그러다, 공주님은 저 멀리 다른 성으로 옮겼고, 드라큘라는 더 이상 공주님과도 만나지도 못한 채, 다시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가 되었답니다.
어느 날, 나는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피곤한 몸을 실었다. 잠시, 눈을 감았더니 어느새 나는 잠을 청하고 있었다. 이어폰에서는 시끌벅적한 락이 쿵쾅쿵쾅 거리고 있었지만, 내 피곤함을 쫓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내 피곤함을 내쫓은 것은, 내가 내리려 하는 역의 전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음성이었다. 부스스한 눈을 겨우 뜨고 주변을 살펴보다, 우연찮게 내 맞은편 여자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그때, 다시 일곱 살의 드라큘라로 돌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