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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잇 Sep 09. 2015

無題

프롤레타리아(プロレタリア)

    “미안해요, 저 남자친구 있어요…”


이 소리에 나는 별일 없는 듯 웃어넘긴다.


    “응? 뭔 소리야? 착각 쩌네? 하하. 그냥 너 동생 같아서 선물해주는 거야 하하하!”


뭐, 속으로는 그렇지는 않지만 그냥 이때는 웃어넘겨야 한다. 왜냐면 난 쿨한 남자니까.


    “아, 아니에요… 아무튼 오빠 챙겨줘서 고마워요… 그러면 오빠, 뭐 먹으러 갈래요?”

    “아니? 됐어 하하. 남자친구랑 약속 있는 거 아니었어? 그냥 가 봐!”

    “아, 네… 오빠 들어가요…”


    돌아서자마자 꺼내는 담배. 내면을 죽이는 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물론 속까지 썩어가는 것은 덤이다. 그렇게 한대, 두대 피고 나면 어느새 주변은 담배꽁초 투성이다. 휴대폰 배터리는 배고프다며 난리를 치고 있고, 노래는 무료입장처럼 그냥 들어갔다가 나온다. 


    언제나 나는, 이런 식이다. 무언가를 하려고 했을 때, 이미 독점권은 차지된 상태였고, 그럼 나는 그것을 보곤 그냥 포기하고 만다. 마치 하나 남은 빵을 잡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가로채듯. 다만, 나는 그 빵이 다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포기하고 다른 빵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만들어 먹거나, 기다리거나, 내키지는 않아도 아무 빵이나 먹어도 될 것 같지만, 항상 고집이 있다. 내가 원하는 맛의 빵을 찾지 않는 이상은 다른 빵들은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는 배고프다며 징징거린다. 특가 세일을 한다고 옆에서 소리쳐봐도 난 그 고집을 꺾지 않는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난 아무런 것도 가진 게 없단 거다. 그 빵을 살 돈이 없다. 그 빵을 사기 위해서 뭐든지 해야 한다. 하지만 난 그런 적이 없고, 그냥 하염없이 눈독만 들인다. 그냥 영영 팔리지 않았으면 하며 입맛만 다신다. 그 사이, 맛있어 보이는 빵이 나오면 그 빵과 내가 원래 먹고 싶었던 빵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그걸로 행복한 상상을 해봐도, 난 역시나 돈이 없다. 왜 돈을 벌지 않느냐 물어본다면,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언젠간 그 빵이 행사로 싸게 나오겠지 하는 마음, 또는 무료로 증정한다는 마음에 그냥 하염없이 기다린다. 사과를 떨어질 때까지 입 벌리고 기다리느냐, 아님 사과를 직접 따서 먹느냐에 따라서 사람은 달라진다라는 말을 들은 거 같은데, 난 전자의 입장인 거다. 


    “야, 왜 나는 여자친구가 없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

    “넌 있잖냐.”

    “있어도 똑같다 짜샤.”


친구는 항상 말한다.


    “너는 왜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다고 해놓고는 고백도 안 하냐?”

    “글쎄? 타이밍?”

    “타이밍 소리하고 앉았네.”

    “그럼 넌 어떻게 사귀었는데?”

    “글쎄? 그냥 내가 들이대니까 오던데?”

    “어떤 식으로?”


    애초에, 연애는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다. 해본 적이 없는데 실패를 경험 삼아 어떻게 하겠나. 그냥 경험 있는 사람에게 듣기만 할 뿐이다.


    “야, 넌 나쁜 놈 아냐. 착해. 그런데 너무 답답해.”

    “그렇지? 답답하지?”

    “그러니까 고백을 하라니깐. 너 솔직히 차이는 게 두려워서 그러는 거지?”


    입 벌리고 기다리다, 답답하니 막대기를 가지고 사과를 따먹으려고 하면 없어지는데 어떻게 하겠나. 정곡을 찌르는 말이지만, 애써 둘러댄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뭐? 그런 게 아니면 뭐? 맨날 그런 게 아니라면서 말은 못 하여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흘러가고 밖을 나오게 되면 구멍은 뚫린 느낌이지만 뭔가 시원하지는 않다. 수챗구멍 청소를 했는데 다음날에도 막히는 마냥.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에 하루를 넘기고 누워버린다. 그리고 일어나면 다시 반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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