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사람 또는 권력 구도에서 (그 순간만큼은) 아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문득문득 짜증이 나거나 뭔가 대접(존중이 아니라)을 바라는 마음이 나도모르게 스며들 때, 두 가지 기억을 떠올린다.
첫 번째 기억은 몇 년 전, 부서 서무직원을 뽑는 면접. 업무에 관한 몇몇 무미건조한 질문과 응답이 오간 뒤, 20대 초중반의 한 지원자에게 물었다.
"본인 장,단점 한 번 말해보시겠어요?"
그 순간 칼같이 야무진 목소리로 돌아온 대답은..
"네, 저는요 커피를 진~짜 잘 타구요.."
내색은 못했지만 뒷목이 뻣뻣했다. 그런 개인 심부름, 시키면 안 된다 큰소리 치고 살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해왔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그 지원자는 정말 열심히 할 수 있고, 지각도, 결근도 안하겠다고 다짐에 또 다짐을 했다. 커피 심부름도 좋고 다른 것도 좋다며. 절실함인지 절박함인지 모를 그 사람의 상황이 안쓰럽다가 그런 이야기를 짐짓 진지하게 듣고 있는 내 모습도 식용유 한 숟갈 삼킨 듯 거북했다.
두 번째 기억은 좀 더 적나라하다. 역시 몇 년 전 이야기지만.. 이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하다.
자기 직원에게 이런 옷을 입히는 수준의 사장, 회사라면 안 봐도 훤하지 않은가. 이런 것도 유머라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랍시고 냈을까. 제 자식이 이 옷을 입고 접시를 날라도 웃음이 나올까. 그 순간 다짐했다. 내 이 치킨집에는 1원 한 장 쓰지 않으리.
나이 많은 건 모든 걸 허용해주는 마패가 아니고 갑을 관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모래성 같은 것이다. 오늘도 다시 한 번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