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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Oct 02. 2020

The Mom Not in Service

[ 런던 테이트 브리튼 ] 마크 로스코 & 헨리 무어


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시간인가? 특별한 계획은 아직 없지만 나만의 시간에 목말라 있었다. 마침 영국 봉쇄령으로 닫았던 갤러리가  오픈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재 오픈한 것에 감사하며 갤러리가 나의 첫 외출 목적지가 되었다. 아침부터 공들여 외출 준비를 하고, 기저귀 가방도 간식 가방 주렁주렁 달린 유모차도 없이 핸드백만 들고 나섰다. 6개월 만에 기차 타니 어색하기 짝이 없고, 혼자 좌석에 앉은 내가 낯설었다.


그런데 환청처럼 기차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직 아이 울음소리에 민감한 엄마라서 아이 울음 소리가 나는 곳이 어딘지 귀 기울였다. 아이가 유모차에서 내리겠다고 떼쓰며 울고 있었다. 코로나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 조차 조심스러운 요즘, 아이가 떼를 쓰니 아이 엄마는 노심초사다. 과자로 아이를 달래는 아이 엄마 모습이 남일 같지 않았다. 


어느새 워털루역에 도착했다.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들고 내리는 아이 엄마 모습에 반사적으로 번쩍 유모차 들어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승강장 사이가 생각보다 높아  나 역시 매번 도움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늘 구원자처럼 어딘가에서 나타나 도와주던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아이 엄마는 고맙다는 말을 건네며 서둘러 유모차를 밀고 사라졌다. 유모차를 밀 때는 정말 나도 발걸음이 빨라졌던 것 같다.


늘 분주하던 워털루역이 한적하다




테이트브리튼( Tate Britain) 지하부터 지상까지 연결된 입구 계단, 이곳만 와도 좋다


얼마 만에 찾은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인가 평소 같으면 북적이던 갤러리도 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한적하게 작품을  있었다. 테이트 브리튼에 올 때면 모든 시간을 보냈던 1840년 방은 오늘  패스, 현대미술 방 위주로 보기로 했다.


테이트 브리튼은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 헨리 무어(Henry Moore)와 같이 영국 대표 작가들의 예술품을 한 곳에서 볼 수 곳이다. 이곳에서 데이트 모던에서 전시하던 <마크 로스코 시그램 > 벽화 방이 특별 전시하며 헨리 무어와 윌리엄 터너에 이르기까지 영국 작가들을 한 곳에 볼 수 있는 동선이었다.


마크 로스코 - 윌리엄 터너- 헨리 무어

오늘은 헨리 무어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헨리 무어(Henry Moore)는 영국의 대표적인 추상 조각가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조각가들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의 작품을 국내에서는 원주 뮤지엄 산(SAN) 본관 뒤편 스톤 가든에서 누워 있는 사람 작품을 본적이 있었고,  영국에서는 큐가든과 요크셔 지방 여행할 때 공원에서 본 적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오늘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는 주로 여인, 부모와 자녀 등 인간의  모습을 작품에 담는 작가로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작가의 작품 세계가 명확해졌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목이 잘린 모습, 머리가 없는 모습, 다리가 없는 모습의 시체를 보면서 인간은 어디 한 곳이 없어도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인간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은 형체에 있지 않으며 인간의 표면적인 모습이 아닌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다운 존재로 표현하려고 했다.


자연적 재료에 생명력이 느껴지는 사람을 표현했다. 누워 있으면서도 앉아 있는 듯하고 가슴에 구멍 난 사람 모습에 어느 부분이 없고, 여인의 모습 같지만 아이를 안은 엄마의 모습 사람 냄새까지 불어 넣었다. 모어의 작품은 자연 속에 놓여 있어야 빛을 발한다고 주장했다. 미술관 내 단상 위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 아닌 자연에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으로 일상생활 공간 속에서 교감할 수 있는 곳에 놓이길 바랐다. 우연히 헨리 무어 작품을 공원에서 보았던 그때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마크 로스코도 헨리 무어와 같이 인간의 감정을 정서적으로 담아내려고 했던 것 같다. 작가는 인간의 감정을 극도의 간결함으로 감정처리 하여, 쉽고 깊이감 있게 작품과 몰입하길 원했던 것 같다.  


테이트에 헨리 무어가 기증한 작품 전시
Reclining Figure, Henry Moore 1951
Draped Seated Woman
표지 이미지) Woman



갤러리에서 나오니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갤러리 오픈 시간에 맞춰 가느라 커피 마시는 것도 잊었다. 아이 픽업 시간 맞추려면 사실 빠듯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안 마실 순 없었다. 서치 해둔 [카페 키츠네 런던점] 테이트 브리튼 가까운 곳에 오픈했다는 소식에 가보고 싶었다. 서두르면 커피 한잔 마시고 원두까지 사서 늦지 않게 집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런던에서도 이렇게 큰 규모에 새 건물의 깔끔한 카페는 처음이다. 파리 카페 키츠네 가지 못했던 아쉬움은 달랠 수 있지만 작년 추운 겨울 유모차를 밀며 찾았던 파리에서의 커피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픈 기념으로 찾아간 까페 키츠네 런던점


그날 저녁, 거실에 걸어 둔 마크 로스코 작품을 다시 유심히 보게 되었다. 조명 탓인가? 기분 탓일까? 갤러리에서 보았던 무게감과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그림처럼 느껴졌다. 사실 낮에도 테이트 모던 로스코 방에서 느꼈던 고요함과 적막함 같은 무게감을 느껴지 못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다. 로스코 작품이 14편 전시된 로스코 채플에서 보는 그의 작품은 또 어떤 느낌일까?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했던 헨리 무어 작품이 놓인 요크셔 조각 공원에서 본  <자연으로 돌아가다> 제목의 다수 작품 전시가 더욱 아련히 떠오르는 저녁이다.


이젠, 구석구석 아이와 함께 다닌 여행이 더 즐겁다


우리는 살아있는 것만으로 이미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크 로스코

얼마 만에 외출이었던가? 핫플에서 카페에 앉아 마시는 커피는 또 얼마만인가? 하지만 시시했다. 오랜 기다림으로 얻은 나만의 시간이 시시했다. 홀가분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했었다. 퇴사하고 떠났던 여행처럼 떠나는 순간의 기대감 후에 밀려오던 불안함 같은 것이었다. 번거롭고 힘에 딸리지만 유모차 밀며 아이와 함께한 런던 여행이 더 즐거웠다. 아직 나는 모성애를 장착한 채 엄마의 시간을 살아야 때인 것 같다. 아이 덕분에 이렇게 글도 쓰지 않는가? 나의 뮤즈로 멋진 영감을 주는 아이를 통해 나만의 세계를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각자 가야 할 곳, 가고 싶은 곳, 원래 자리로 되돌아 가겠지만 지금의 자리에서 또 다른 삶을 만들어 가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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