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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주연 Oct 19. 2020

유모차도 런던 여행

멈춰 선 유모차_에필로그


아! 가을이다 외치며, 트렌치코트 입고 낙엽길 밟아 보나 했는데 겨울 코트 입어야 하는 겨울 날씨다. 영국은 썸머타임 해제로 하루 종일 비 내리고, 오후 4시만 되면 깜깜해지는 우중충한 밤의 계절이 시작 되었다. 9월부터 3월까지 영국 날씨의 암흑기! 7개월 이상  아이와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하는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한 잎 두고 가신님 아
가지 위에 눈물 적셔놓고
이는 바람소리 남겨놓고
앙상한 가지 위에
그 잎새는 한 잎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외로움만 더해 가네

못다 핀 꽃 한 송이/ 김수철


6개월에 한 번 또는 1년에 한 번 영국 내에서 이사를 했다. 처음부터 이민을 생각하고 영국 생활을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렌트비를 내고 영국 생활을 시작했다. 어차피 월세를 내야 한다면 여러 곳을 살아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새로운 지역, 새로운 집, 재미는 있지만 잦은 이사를 하며 짐을 싸고 풀어야 하는 생활도 사실 쉽지 않았다. 더욱이 단기 계약에 아이 있고, 정원이 있는 집을 원하니 집 구하기 쉽지 않았다. 이사할 때마다 인벤토리 체크라는 것을 한다. 전문업체를 통해 집 상태를 체크해서 리포트로 남기는 것이다. 입주 전후 집 상태를 남기기 위한 과정이다. 이사를 할 때마다 사소한 흠집으로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디파짓 비용에서 빠지기 때문에 이사할 때마다 상당한 비용이 낭비된 것도 사실이다. 떠돌이 생활도 이제 그만! 영국에서 정착해서 살기로 결정하면서 우리만의 집을 가지게 되었다. 영국에서의 마지막 이사를 앞두고 짐 정리를 시작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

가장 정리가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아이 물건들이다. 며칠 전부터 큰 맘먹고 정리 하기 시작했다. 작아진 옷과 신발, 장난감들은 주변 아이에게 주고, 몇 가지 유아 용품은 손질해 중고 사이트에 내놓기로 했다. 코로나로 한동안 외출을 안 하면서 더 이상 유모차를 타지 않게 되었고, 이제 유모차도 정리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영어에 자신 없어 외부 교류 없이 단절된 생활을 하던 나에게 네 바퀴 달린 무적의 지팡이 같았던 유모차 덕분에 방구석을 탈출할 수 있게 되었고, 런던 구석구석 아이와 여행 같던 일상이 담겨 있어 더욱 정리하기 힘들다.


런던 버틀러스 와프를 걸으며
런던 타워 브릿지에서 바라보는 템즈강


멈춰 선 유모차도 정리하고 [유모차도 런던 여행]이라는 테마로 쓰는 글도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엄마로서의 삶도 처음이지만 해외살이도 처음인 나에게 힘이 되고 새롭게 무언가 시작하게 한 브런치 글쓰기,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엄마로서의 삶, 주저앉아 울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엄마의 시간을 다르게 쓰도록 도와준 이다.


나의 여행 같은 일상을 공유하며 엄마들에게 여행을 통해 아이와의 시간을 갖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때로는 런던을 좋아한 엄마들에게 용기를 내어 유모차를 밀고 여행을 떠나 보도록 말해주고 싶었다. 제주도 한 달 살기처럼 간혹 런던 한 달 살기로 아이들과 오는 가족들 보며 여행의 팁보다는 아이와 엄마가 여행하며 서로를 맞춰가는 시간이길 바랬다. 그곳이 런던이면 좋겠다 했다. 무엇보다 영국은 유아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 유모차를 미는 엄마에게만큼은 관대한 영국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면 다 독박 육아다. 했다. 그래서 엄마인 내가 외롭다고 프롤로그에 썼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사실 다 외롭다. 해외에 사나 한국에 사나 어디에 사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든 받지 않든 외롭다.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도 물론 있지만  나의 시간이 사라져 가는 것과 나의 시간을 나눠 사용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보면 아이 한 명 근근이 키우는 나보다 더 여유 있어 보였다. 그들은 첫 아이를 키우며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알아가며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을 엄마 나름대로 찾은 것이다. 육아노동 활용 노하우!  나보다 먼저 알아 실천한 엄마들이었다.


여름이면 찾는 런던 시청사 앞 분수광장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기까지, 유모차에서 내리겠다는 아이를 달래고 엄마가 원하는 쇼핑과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해서라도 아이와의 패턴을 여행하며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엄마들의 문화적 갈증도 해소하고 학창 시절 보았던 세계를 간다에 나온 영국 문화를 느끼며 혹은 주재원 생활 시작하는 엄마들에게 작은 공감 할 수 있는 글을 위해 글을 남겨 놓고 싶었다.


유모차짐짝이 아닌 낯선 해외생활에서 나에게는 지팡이 같았다. 유모차에 탄 아이 덕분에 엄마인 내가 보호를 받았다. 어느새 아이에게 내가 의지하고 있었다.


유모차라도 몸을 맡겨준 아이와의 여행은 엄마에게 잠깐의 시간이 허락되지만 유모차 내리는 순간, 아이는 달리고 뛰는 이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닌 아이만의 여행 시작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아이는 유모차에서 내려 걷고, 달리며 자기 힘으로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나를 앞질러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유모차도 런던 여행] 아이의 유아기 런던 이야기는 유모차가 멈추고서야 멈출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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