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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나봄 Sep 01. 2019

Hello, Russia!_01

#. 이 글을 읽기 전에(여행은 상당히 주관적)


 이 글을 읽기 전에 이 파트만큼은 꼭 읽어줬으면 한다. 앞으로 2편에 걸쳐 쓸 내 글이 상당히 주관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러시아를 다녀왔거나, 주변에 러시아에 사는 사람이 있거나 혹은 러시아에 대해 인터넷에서 봤던 여담들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여행 에세이는 원래 주관적인 것이다. 예를 들면, 인도만 해도 나 혼자 다녀왔다. 근데 그저 ‘무사히 잘 돌아왔다.’ 정도가 아니라 ‘달콤한 여행'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친절했고 여행 내내 즐거웠다.’라고 주변에 말한다. 동시에 “하지만 이건 내 여행이었으니까 당신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조심하면서도 너무 경계하진 말았으면 한다. 경계만하고 있으면 현지의 좋은 모습이나 즐거움을 누리지 못 할 수도 있으니까-.”라고도 말한다.


 여행은 어딜가나 위험하다. 그러니 딱히 더 위험하고 그런 것은 없다. 나 하기 나름이고, 그 여행지에서의 운이 많이 좌지우지한다. 사실 난 지금까지 많은 곳을 다녀 왔고 위험한 곳도 나름 다녀왔지만 단 한 번도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사소한 사건·사고도 없었다. 이건 내 운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난 항상 조심한다. 그리고 아프리카 쪽도 다녀왔는데, 내가 다녀온 곳 중 제일 무서웠던 곳은 의외로 ‘이탈리아’였다. 사람들은 주로 이탈리아에서 짧은 여행기간(1달 이내)엔 북쪽으로 여행을 다닌다. 북쪽에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로마(중간 쯤)가 있으니까. 하지만 난, 로마에서 남쪽으로 갔다. 사철도 탔고. 그래서 동양인이 나와 같이 갔던 친한 언니 딱! 2명이었다. 비수기라서 더 그랬던 것도 있었다. 정말 죽을 뻔 했지만 다른 나라 사람의 도움으로 살았다. 


 이렇게 여행은 사람마다 다르다. 유럽이라고 안전할 줄 알았다면 전혀 아니란 말씀! 인도라고, 아프리카라고 무조건 위험하기만 한 줄 알았다면 이것 또한 전혀 아니란 뜻!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딜가나 똑같다. 그래서 나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 좋은 사람을 만나서 내 이번 러시아 여행도 무사했다.(사실 아직 러시아이긴 하지만)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던 편견을 많이 깰 여행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예로, 굉장히 무뚝뚝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상당히 친절하고, 농담도 잘 하시고, 유쾌한 사람도 있다. 






#. 러시아 사람들의 친절함 공항에서 휴대폰 분실


 러시아에 오기로 했을 때, 러시아에 대한 온갖 포스팅을 봤었다. 정보를 알아야 했기에. 근데 포스팅에 공통점이 있다면 러시아는 영어가 안 통해서 답답해 죽을 것 같고, 너무 불친절하거나 무뚝뚝하단 점이었다. 그래서 난 이번 여행은 도움받기는 힘들겠단 생각으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왔다.


 2번의 환승과 3번의 비행 끝에 모스크바 도착. 우린 야간열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이하 상트)에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웬걸! 친구가 공항에서 서류 작성하는 곳에 휴대폰을 놓고 입국 심사를 통과한 것이었다. 공항 라운지로 나와서(현지 시각으로 밤 11:30쯤, 한국보다 6시간 느리다.) 보안관, 인포메이션 직원 등등 여러 사람에게 부탁했지만 이미 나온 안을 들어갈 방법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거의 2시간을 서로가 번역기를 돌려대며 열심히 우릴 도와줬다. 심지어 안내방송도 틀었고, 우리가 나왔던 입국 심사장은 못 들어갔지만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입국 심사 비슷한 곳도 들어갔다. 야간열차를 타려면, 이미 공항을 떠났어야 했지만 우린 과감히 야간열차를 포기하고 휴대폰을 찾는 데 도와주는 분들의 정성을 생각해서 우리도 끝까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기로 했다. 이미 찾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중에 미련 남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결국 한 번 더 비행기를 타고 총 4번의 비행에 걸쳐 상트에 도착했다. 바보 같은 우리들... 하지만 내 휴대폰이 아니었으니 여전히 난 무사한 격! 매우 다행인 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결국은 공항 분실물센터에서 찾았다는 것! (동일한 공항)


 그리고 물론 영어 못하는 사람도 많지만, 은근히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많이 있다. 카페나 작은 슈퍼마켓, 지나가다 길을 물어봤던 현지인 등등. 그리고 지하철을 타는 데 있던 보안관이 재밌는 농담을 해 주셔서 즐거웠다. 그러니 러시아 사람들을 단정 짓지 말도록 하자.



알마티에서 누르술탄 가는 비행기 안




#. 의외의 장소에서 했던 사색 여름 궁전


 내 여행 스타일은 이것저것 보러 다니는 것보다 유유자적하게 산책하거나 중간에 숙소에서 쉬다가 슬슬 걸어 나가는 그런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갔을 때 콜로세움을 보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멋진 곳이지만, 내겐 그저 ‘돌’에 불과해서. 현지인과 소통하거나 현지인들을 보며 돌아다니는 걸 더 선호한다. 하지만 같이 간 친구가 ‘이곳에 왔으면 이건 꼭 봐야 해!’와 같은 스타일이면 그 관광 장소 앞까지는 같이 가고, 난 근처 공원에 앉아 있는 편이다. 서로 그렇게 합의를 보고 한국에서 출발하니까 여행하는 동안 트러블은 없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여름 궁전

 사실 난 상트에 여름 궁전이란 명소가 있는 것도 몰랐고(찾질 않았으니), 알았을 때도 굳이 가고 싶지 않았다. 근데 휴대폰을 잃어버린 친구 기분도 풀어줄 겸 러시아에 온 지 4일 차, 상트에 온 지 3일 차에 여름 궁전에 갔었다. 같이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궁전까지 가서 보고 싶진 않았다. 혼자만의 시간도 갖고 싶었고, 가만히 앉아서 바다도 보고 싶었다. 참고로 여름 궁전은 바다도 있는데, 이 바다가 핀란드와 마주 보고 있다. 난 여름마다 바다를 간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오랜만의 여름 바다였다. 바다에 있기로 하고, 내 휴대폰을 친구에게 주고 다녀오라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모르겠다. 시계도 없었으니까. 체감상 30~40분이었던 것 같은데 새들이 우는 소리와 잔잔한 파도 소리 말곤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있었는데 그 사람들도 나처럼 가만히 바다만 보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소음하나 없이 계속 바다 구경을 하다 보니 여행 와서 내내 업됐던 내 기분이 제자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좋은 쪽의 사색을 하게 됐다. 그렇게 한창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종류인지 모를, 이제 막 날기 시작한 아기 새들이 모래사장 근처에서 먹이를 찾아다녔다. 아기 새를 처음 봐서 너무 귀엽고 신기했다. 보송한 털, 작은 부리, 귀여운 날갯짓. 그 새가 먹이를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울음소리를 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름 궁전에 있는 바다


난 살고 싶어서 여길 왔는데, 넌 살기 위해 여길 왔구나.

 그러나 이내 곧 어디선가 큰 웃음소리가 가득 들렸다. 고개를 돌렸더니 다리가 불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휠체어는 모래사장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누군가 열심히 밀었다. 그러다 포기하고는 다들 셀카봉을 꺼내서 즐겁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여름 궁전 바다에 있는 사람들


당신들은 즐겁군요, 난 이 여행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애쓰는 중인데... 부끄럽네요.
당신들은 아름답고, 아기 새들은 예쁜데
그걸 보는 나란 애는 참 못났네요.




cf. 다음 글은 러시아 여행 갈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내용을 쓸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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