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에 대한 고찰
코칭을 하다 보면 갈등이 될 때가 있다. 클라이언트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지,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지.
회사에서 부서장과 갈등이 있는 5년 차 대리를 코칭한 적이 있다. 이 클라이언트는 부서장과의 갈등으로 무척 괴로워하고 있었다. 나에게 코칭을 의뢰하게 된 즈음에는, 아침에 깨어나면 회사를 가야 하는 것이 싫어서 잠드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힘든 상태였다.
그는 나름 좋은 성과를 내며 일하고 있던 중 새롭게 시작된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 그 부서장을 만나게 되었다. 클라이언트는 매일 지적받는 게 일이라고 했다. 잘하는 것도 많은데, 항상 못하는 것만 지적받는다고 했다. 하루라도 지적받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할 정도라고 했다. 그런 지적을 받으며 하루를 보내고 퇴근을 하면, 견뎌냈다는 안도감보다는 내일 또 견뎌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고 했다.
부서장은 클라이언트가 잘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 피드백을 준다고 말한다 했다. 부서장의 지적이 다 틀린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부서장이 무섭고 싫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좋은 지적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이 밉다고도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보고 싶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잘 모르겠다며 “이겨낼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우리는 제법 긴 시간 코칭 세션을 가졌다.
나는 오랜 시간 기업조직에서 리더 역할을 했다. 리더일 때 나는 피드백의 중요성을 무척 강조하던 편이었다. 피드백은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그 믿음은 변함이 없다.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도 피드백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드백을 하고 받는 방법에 대한 생각은 예전 리더일 때와 지금 코치일 때 적잖이 달라졌다.
피드백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피드백은 피드백을 하는 나의 것이 아니라 피드백 받는 그의 것이어야 한다. 그러니 내 관점이 맞다는 생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그가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내 관점의 일방적 피드백은 도움이 아니라 폭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내 관점이 누구에게나 맞을 가능성은 낮다.
먼저, 일방적 피드백이 폭력이 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앞선 사례의 부서장이 5년 차 대리에게 했던 것처럼, 나도 리더일 때 누군가에게 그렇게 피드백했을 것이다. 후배를 위한다는 선의의 마음으로, 그리고 리더로서의 의무를 다한다는 신념으로 나의 생각을 전달하려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피드백 대상에게 자칫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조직은 공동의 목표를 향한 구성원들의 힘을 모으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 보니 사고와 행동, 심지어 정서도 같아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특히 리더들에게는 그 믿음이 신념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목표가 같다고 해서 방법까지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방법은 구성원 모두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다양성을 만들어야 할 필요도 있다. 다양성이 잘 버무려질 때 비로소 조직의 목적에 부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다양성보다는 일률적인 모습을 지향한다. 그래서 일률적인 피드백을 추구한다. 내용도, 방법도 일률적인 것을 선호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성은 사라지고, 나의 클라이언트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이야기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수용 과정에서의 불편함 때문에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조직생활 자체를 환멸스럽게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어서, 내 관점이 누구에게나 맞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리더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성공 경험도 많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와 관점에 대한 확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그 노하우와 관점은 리더 자신의 것이지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들은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한다.
계량심리학자들이 지난 40년간 진행한 연구들에 따르면, 인간은 다른 인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 ‘평가자 특성효과’라 부르는 다양한 편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피드백을 하며 오히려 리더의 입맛에 맞는 방식과 내용을 취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객관적이라고 지각한다. 타인의 객관적 관점을 나의 주관적 사고와 정서, 그리고 행동에 참고한다. 나만의 사고와 정서, 그리고 행동이 가진 한계를 그런 방식으로 채우려 한다. 좋은 태도이고 습관이다. 그러나 타인의 관점은 참고가 될 뿐, 정확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타인의 시선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또 다른 주관적 관점의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대리 5년 차 클라이언트가 나에게 던졌던 질문, “이겨낼 수 있을까요?”라는 말은 코치에게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 안에서 다시 버텨낼 힘, 스스로 해답을 찾을 용기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긴 코칭 세션의 과정에서 결국 스스로 답을 찾았다.
코치로서 내가 가진 갈등의 답은 이것이다.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결국 코치의 판단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 스스로 무엇이 자신에게 유익한지 발견하고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 코치의 몫이다.
조직의 리더 또한 마찬가지다. 리더가 가진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곧바로 정답은 아니다. 그보다는 구성원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질문하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적과 교정이 아닌, 성찰과 발견을 돕는 피드백이야말로 진짜 힘을 가진다.
코칭이든 리더십이든,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는 힘은 ‘내가 가진 답’을 전하는 데 있지 않다. 상대가 스스로의 답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함께 걸어주는 데 있다. 피드백은 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느끼고 깨닫게 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피드백은 폭력이 아닌 성장의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