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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다희 Oct 08. 2020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

사랑에는 5가지 언어가 있대요.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은 무엇일까?



5가지 사랑의 언어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이 있다. 나는 예비부부교육에서 이 책을 처음 접했다. 이 책의 골자는 사람들은 각자 가장 중요한 사랑의 언어를 가지고 있어서 상대의 사랑의 언어를 파악하면 배우자 간의 소통이 더욱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알아주는 것'이 인간관계를 더욱 깊고 진실되게 만들 수 있다고 책은 전한다.


다섯 가지 언어는 다음과 같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


워낙 스테디셀러라 많은 분들이 이미 '5가지 사랑의 언어'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의 경험상 사랑의 언어는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속한 상황과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이전에 이 책을 읽고 감명받은 경험이 있다면 몇 년에 한 번씩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나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정말 놀랐었다. 당시 나의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이었는데, 남편의 사랑의 언어는 다섯 가지 전부라고 했다. 하나만 골라보라고 하니 하나만 고를 수는 없단다. 괜한 심통에 죽어도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무엇이 젤 중요하냐 물었더니, 죽어도 하나로는 살 수 없다고 했다. 당시의 세세한 대화는 기억나지 않는데 그것을 이유로 말다툼까지 했던 것 같다.  

(그때 알았어야 했다. 다섯 가지 중 어느 것도 절대, 죽어도 포기 못한다는 똥고집 AB형 남편과 살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지...^^;)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멋진 책은 나 개인에겐 깊은 감명을 주었지만 어느 한 예비부부에겐 싸움을 남겼다.

(물론 책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을 체크해보라는 것이지, 다른 것이 삶에서, 또 사랑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최근에 다시 이 책을 보았다. 나의 사랑의 언어는 '봉사'로 바뀌었고, 남편은 여전히 다섯 가지 중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다는 '큰 아들'로 한결같이 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남편의 그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화가 나진 않는다. 오히려 안타깝고 귀엽다. 아마 그 마음은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생긴 것 같다.



아이들의 사랑의 언어

우리 아이들에게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를 적용해본다. 7세, 5세 어린이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가기 위해선 어떤 언어가 가장 중요할까? 하나를 고를 수가 없다. 남편 말대로 '죽어도' 하나를 고르는 건 아이들에겐 아주 어려울 것이다. 아니, 아이들은 저 중에 단 하나라도 없으면 부족함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격려해주어야 하고 작은 것이라도 칭찬받고 싶어 한다. 부모와 항상 함께하고 싶어 하고, 선물을 받으면 큰 기쁨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은 숙제를 끝내면 엄마의 뽀뽀 10번과 엄마랑 손잡고 빙빙 10번을 돌 수 있는 선물(?)을 받는데 그 선물을 받기 위해 숙제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에게 적절한 보상은 기분 좋은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때(봉사) 고마움을 느끼며, 꼬옥 안아줄 때(스킨십) 사랑을 느낀다.

모든 것이 적절하게 또 조화롭게 주어질 때 아이는 부모를, 그리고 가정을 '나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줄 수 있는 안식처로' 마음에 새길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

지금 나에게 세상에서 젤 쉬운 일은

우리 아이들을 웃게 하는 일이다.


심통이 가득해 볼이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있을 때에도 나의 뽀뽀 한 번이면 풍선이 펑! 터지듯 웃고야 마는 아이들.

엄마의 진심 어린 격려 한 번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슈퍼맨 마인드 장착하는 귀여운 아이들.

그 소중하고 귀한 마음을 가진 게 어디 우리 아이들 뿐이겠는가.


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안다.

이제 곧 너희들도 부모보단 친구가, 엄마의 뽀뽀보단 게임 한 번이, 뽀뽀 10번 선물보단 용돈이 좋아지는 날이 오겠지. 아이와의 관계가 그때도 지금과 같기 위해선 내가 지금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겠다.


다시 오지 않을 오늘 하루...


내일도 해가 뜨고

다음 날도 하늘은 푸르를 거야.

그다음 날도 여전히 바다는 반짝거리겠지.

하지만 오늘의 너는 오늘만 있는 걸.


그래서 엄마가 오늘도 열심히 칭찬해주고, 함께 하고, 안아주고, 맛있는 저녁 해줄게.

이 세상 무엇 하나 쉽지 않은 나인데 나에게 세상에서 젤 쉬운 일을 선물해준 너희에게 내가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할게.


그리고 사랑하는 큰 아들. 그대의 어린 마음도 귀한 마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답니다.



당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보다 더 행복하기 쉬웠던, 그리운 너희들의 아가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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