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너를 마주하고 나는 집에 와 드러누워 버렸어. 감정을, 그것도 정말 외면하고 싶은 감정을 마주치는 것은 나의 밀물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것 같아.
상담을 하던 와중에도 불안을 외면하려 했는지 나의 양손은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어. 그러자 선생님은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손을 살포시 잡아보라고 했어. 손을 멈추면 손으로 도피하는 나의 감정이 더 느껴질 수 있어 불편할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그때서야 나는 내 손을 살포시 맞잡고 너를 온전히 마주했지.
내가 늘 불안에 시달리는 이유는 뭘까.
사실 이유들을 더 보고 싶지 않기도 해. 복잡하게 얽힌 마음들을 하나씩 떼어내야 하는 건 아픔을 스스로 불러내고 있는 기분이거든. 그래서 그동안 도망치기만 했었지. 그렇게 눌어붙은 여러 감정들은 거의 한 몸처럼 뭉쳐 너를 만들어 냈어.
감정을 보는 일은 나의 몸의 일부를 해체하고 분리하여 세포의 모양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 같아. 나의 면역이 떨어져 나간 이유를 찾기 위해서 부서짐을 행해야 하는 고통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었어.
그런데 당하는 것을 버티느라 내가 원하는 마음을 다시 세워갈 힘이 빠진 것 같아. 행하는 고통까지 접근할 수 없었지. 그렇게 자기 자신이 되어감은 미뤄졌고 부서지고 있는 상황에서 급급하게 외형을 세우는 것에 치중했지. 뼈대가 허술한 집은 금방 무너져. 그리고 골조를 무시하고 외부에서 덧붙여지는 집은 비가 새고 바람에 금세 흔들리기 마련이고.
그래서 나는 이제 너를 인정하고 내 골조의 모양을 수용하기로 했어. 골조에 맞게 다시 집 짓기를 계획하고 서두르지 않고 내 속도와 방식으로. 그렇게 짓다 보면 내가 원하는 안락한 방이 생기겠지. 나도 쉬어가고 너도 쉬어가고 다를 이들도 함께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만들 거야.
그동안 애써 무시하며 외면했던 너에게 사과할게. 같이 가자, 그리고 안락한 방이 마련되면 그곳에서 편히 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