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무엇인가요

흙처럼 누워보면 알게 되는 것

by 밤결

몇 개월 전 일본영화 퍼펙트데이즈를 봤다. 공공시설 청소부인 남자주인공 히라야마는 매일 필름카메라로 코노레비(나무 사이사이 잠깐 비치는 햇빛)를 찍는 것이 취미다. 그 장면을 보니 어릴 적 엄마아빠와 주말에 집에서 5분 거리인 뒷산에 올라 윗몸일으키기 기구에 누었을 때 보였던 그 반짝임이 생각났다. 나는 그 빛이 눈이 부셔 눈을 감았고, 가만히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스스스-스스스-

잠시 멈춘 것 같다가도 이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부딪히며 내는, 시원하면서도 차분한 그 소리. 나는 어릴 때부터 그 바람소리가 좋았다. 그래서 소란스러운 일상생활에서 잠시 떠나고 싶을 땐, 잠시 시간 내서 돗자리를 들고 뒷산으로 향했다. 아무도 지나지 않는 산 구석 평평한 곳에 자리 잡고, 돗자리에 누우면 바람과 함께 나무 사이 햇빛이 함께 흔들리고 나뭇잎들의 마찰이 만들어내는 은은한 초록파도의 소리가 부드럽게 귀를 간지럽힌다.

찰나에 지나지 않는 시간 속에 언젠가 나 또한 이 바람에 흩날릴 가루가 될 것임을 알려주는 소리. 얽힌 감정들이 하나씩 풀러 지고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찌꺼기들이 그 바람과 나뭇잎 사이로 사라지게 된다. 나는 그 소리 앞에서 늘 겸허해진다. 가만히 그 불규칙한 흔들림 소리에 온몸을 드러내본다. 잠시 산속 한 줌의 흙이 될 수 있는 그 소리가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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