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많이 보는 요즘이다. 아이들과 함께 시작한 봄방학은 끝나지를 못하고 자발적 자가격리가 한 달 가까이 되나 보다.
채널을 돌릴 때 언뜻 보이는 케이블 채널의 액션 영화는 외면받기 십상이다. 언제나 영화를 만났을 타이밍은 러닝타임이 반 이상 흘렀거나 끝나갈 무렵이다. 중간부터 보기에는 스토리 맥락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흥미가 생기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폭력이 난무한 영화를 보기에는 삶 자체가 너무나 퍽퍽하다. 그냥 편하고 예쁘고 가벼운 그런 영화를 나이가 먹어가면서부터는 선호하게 됐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나 한가하다. 톰 크루즈가 나오는 '미션 임파서블'. 매번 이 영화를 외면했지만 어쩐 일인지 이번은 영화 시작 즈음에 걸려들었다. 그가 나오는 영화는 당연 기본은 하지 않겠는가. 지그시 채널을 고정시켰다.
케이블 채널에서 연속해서 시리즈 5~6편을 방영해 주는 것을 보고 조만간 시리즈 새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줄 알았다. 보통은 개봉 전에 전작 복습하기처럼 방영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니까.
그러나 다음 편은 현재 찍고 있는 중이다. 7편과 8편을 함께 찍고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이번에 본 5편과 6편처럼 이어지는 내용이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새 시리즈는 내년과 내후년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이탈리아 촬영이 최근 코로나 사태 때문에 미뤄줬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다.
이틀 새에 2편을 보고 나니 예전 이 시리즈 시작 즈음이 생각났다. 미션 임파서블의 원조는 어릴 적 본 tv 미드였던 '제5전선'이다.
6편 폴아웃 출연진
짜임새가 짝짝 들어맞는 치밀함에 너무 반했고 재미있게 본 드라마였다. 예전 출연진 사진을 보니 현재 영화 시리즈의 주요 배역 이미지와 그 싱크로율이 예사롭지 않다.
미션 임파서블의 속도감은 이미 알고는 있지만 이번 두 편은, 특히 6편은 그 정점을 찍은 것 같다. 두 시간이 넘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하물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영화 시작부터 쏟아지는 액션신에 내가 얻어맞는 듯 얼얼하게 느껴졌다. 원래 이 시리즈가 이렇게 싸우는 장면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에단 헌트가 이렇게 싸움을 원래 잘했던가. 영화 '극한 직업' 류승룡의 영화 속 대사처럼 "나 안 죽어" 발악하듯 그는 천하무적이다. 톰 크루즈 몸짓은 흡사 성룡의 절정기 모습을 보는 듯도 했다.
톰 크루즈 네이버 프로필
갑자기 우리 톰 아저씨 연세가 궁금해졌다. 아이고야, 내년에 60이시다. 알고 보니 더욱 그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어찌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지. 우사인 볼트라도 그렇게 달리지는 못하리라. 그건 바로 입금의 힘이던가.
미션 임파서블 1편 스틸컷
1996년도 1편 때의 톰 크루즈다. 24년 전 모습, 그때도 이미 30대임에도 참 앳돼 보인다. 요즘 그의 얼굴은 여전히 멋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세월을 비켜갈 수 없음은 당연해 보인다. 얼마 전 있었던 우리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본 그 쟁쟁한 배우들의 모습이 이제는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남우조연상을 탄 브레드 피트마저. 그 모습들에서 쓸쓸함을 내가 느끼는 것은 그들조차 피할 수 없는 세월을 나 자신도 느끼고 있기 때문이리라.
미션 임파서블 6편 스틸컷
암벽에 매달리고, 오토바이도 타고, 자동차 운전은 그저 카레이서 저리 가라며, 헬기 조종까지도 에단 헌트는 완벽히 해낸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자책에 연신 그녀에게 미안해한다. 한동안 안 봐서 잊었는지 이 시리즈에 이런 로맨스가 있었나 싶었다. 시리즈 초반보다 그 이후 나오는 후속작을 보지도 않고 조금은 폄하했던 나를 인정한다. 그저 화려한 액션 영화겠거니,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라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로 시리즈를 찬찬히 하나씩 다시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에단에게 있었던 사랑은 무엇이었는지, 왜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냥 궁금해졌다. 사랑해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그 진부함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내가 중간에 무엇을 놓쳤는지 개연성을 모르겠는 새 여자 요원과의 뜬금없는 로맨스, 절대 죽지 않는 이제는 슈퍼맨마저도 이겨버리는 조금은 황당한 원맨쇼 만능 액션일지라도 미션 임파서블은 옳다. 적어도 어디에도 나갈 수 없는 현시점의 적적한 한 달간의 봄방학(아니 겨울방학까지 석 달은 되나 보다)을 보내며 삼시 세끼 밥만 하고 있는 엄마에게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