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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를 보는데 왜 눈물이 나지?

: 봉준호 [기생충]

by 윌버와 샬롯

언제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을 챙겨봤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진 못한다. 어느 날 아카데미 라이브 시상식을 처음 보고서는 반해 버렸다. 고작 시상식일 뿐인데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 시상식 자체도 하나의 훌륭한 쇼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을 내게 안겨줬다. 그 경험 이후부터는 매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챙겨 보게 됐다.



유쾌한 오프닝 쇼, 위트 있거나 유머러스하거나 사회 이슈적이거나 하는 그때마다의 사회자 멘트,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한 번에 몽땅 볼 수 있는 찬스, 한 해 동안 귀를 즐겁게 했던 영화 OST를 모두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난 오늘을 맞이하기 위해 그렇게 매년 2월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챙겨봤었나 보다.


기생충의 각본상 수상 때까지만 해도 트렌드에 대한 아카데미의 예의라 생각했다. 감독상을 호명할 때는 '와우' 환호성을 쳤다. 작품상 발표 때는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게 뭐지? 어 정말? 진짜야? 4관왕이라니. 우리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1등 먹은 거야!


한국어로 들리는 수상 소감이 새롭다. 내가 보던 모국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검사내전', '사랑의 불시착'에 요즘도 버젓이 나오는 배우들이 아카데미 단상에서 기쁨을 서로 나누고 있다. 한국 영화 역사에, 아니 아카데미 영화사에도 길이 남을 순간을 우리 배우들이 그 중앙에 서있었다. 기립을 하고 진정으로 축하해주는 그 모든 세계적 배우와 감독들 모습이 참 생경하면서도 감격스러웠다.


자신조차 예상치 못한 감독상 수상, 즉흥적이었음에도 멋진 수상 소감을 말한 봉준호 감독이 자랑스럽다. 동경하던 선배 감독과 나란히 감독상 후보에 오른 그는 그들 앞에 감사함을 전하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의 세련된 매너와 배려에 반했다. 헌사를 받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모습에서는 뭉클함마저 느껴졌다.


봉준호는 그 거장들과 함께 이미 세계적인 감독이다. 오늘 그는 다시 그것을 증명했다.


땡큐 봉준호, 축하해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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