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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여긴 지옥이에요
: 그 꿈들
by
윌버와 샬롯
Oct 19. 2021
어머니, 여긴 지옥이에요.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악당을 물리치는 일, 악당을 물리쳐 평화와 자유를 지키는 일,
그걸 위해서라면 아무리 위험하다 해도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그러나 어머니, 이곳은 지옥이에요.
아니, 우리가 여기를 지옥으로 만들었어요.
나는 명령을 거역할 수 없는 군인으로 이곳엘 왔고,
내게 떨어진 명령은 그 마을에 들어가 내 동료를 찾는 거였어요.
나와 같은 군복을 입은 이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총을 쏠 것!
저 평범한 농사꾼에게 왜 총을 쏘아야 하나요?
- 저들 가운데 누가 우리 등 뒤로 총을 겨눌지 모른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람을 죽여야 하나요?
- 누가 그럴지, 가려낼 방법은 없다.
제발 그런 명령은 내리지 말아 주세요.
- 먼저 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저는 쏠 수 없어요.
- 네가 쏘지 않는다 해도 다른 병사들이 쏠 것이다.
저렇게 늙은 사람에게도 쏴야 하나요?
- 방아쇠를 당길 힘은 충분하다.
아이들만이라도 살려 주세요.
- 저 아이가 아버지 복수를 마음먹으면 폭탄도 던질 수 있다.
저 여자는 아기를 안고 있어요.
- 시끄럽다, 어서 쏴라!
어머니, 나는 벌써 열도 넘는 사람을
내 손으로 죽였어요.
노인의 얼굴을 보았고,
매달리는 아낙을 뿌리쳤어요.
그리고 그 아이를.
동료들 가운데에는 낄낄거리며 거리낌 없이
그 짓을 하는 이도 있지만,
그들도 돌아서고 나면 악몽에 시달린다는 걸 알아요.
우리가 물리치러 온 악당은 대체 무엇일까요?
그 악당이 우리보다 더한 일을 저지를까요?
어머니, 여기는 지옥이에요.
여기서 나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요?
: 그 꿈들, 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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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버와 샬롯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글쓰기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삶을 다시 돌아봅니다. 그리고 한 걸음씩 성장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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