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모에게 보내는 편지
할머니가 숨을 모두 거둬들여 맺었다가 마지막으로 길게 풀었을 때, 가장 낮아진 새벽 물소리와 귀목나무 죽은 삭정이 가지 몇 개가 바람 없이 부러져 떨어지는 소리를, 나는 식구들의 울음소리 속에서 들었습니다.
<맑은 날>_김용택
이모가 이 세상과 안녕하고 소풍을 가셨다.
형제들이 장례식장에 모였다. 오랜만에 외사촌들 얼굴도 보였다. 반가웠던지 언니 오빠들은 서로 이모와 엄마와 그리고 그때 그 시절의 옛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곳은 슬픔의 장소라기보단 사람을 모이게 하고 잊고 있던 이야기를 소환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타임머신과도 같았다.
아들 하나 낳고 그 아들 옥이야 금이야 잘 키우기 위해 돈 벌러 미국까지 건너갔던 이모. 9.11 테러 날 직장에서 집까지 교통편이 없어 한참을 걸어서 왔다던 이모.
손맛이 좋아 칼국수를 참 맛있게 만들어줬다던 이모. 둘째 오빠는 놀러 갔다가 어린 조카들에게 택시 타고 집에 가라고 돈을 쥐여준 이모 얘기를 하며 눈물을 한참을 흘렸댔다. 조카들에게 이모는 넉넉하고 살가운 분이셨다.
장례식에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환하게 웃고 있는 이모 사진이 낯설었다. 이건 꿈일까.
3년 전 형제들 모임에 함께 참석했던 이모가 우리 모두에게는 마지막이 되었다. 다리가 불편했던 이모는 참 흐뭇하게 그날을 함께 하셨다. 그날이 이모 보는 마지막 날인 줄 알았다면 좀 더 얘기 나누고 오래 있다가 올 것을.
이모 잘 가요.
거기서 우리 엄마도 한번 찾아봐요.
아프지 않고 잘 지내나 이모가 살펴봐줘요.
엄마 만나면 외롭지 않게 그동안 못다 한 얘기 많이 나눠요.
이모 편히 잘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