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당당을 배우다
어제저녁엔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도 기분이 좋질 않더라고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데 왜 그렇게 감정이입이 되는지 너무 마음이 불편해져서 한참을 생각해 봤어요.
네, 어쩌면 많은 분들이 보시고 계실 그 드라마, <일타 스캔들> 이야기입니다. 배우 전도연의 큐티한 조끼 의류가 참 눈에 많이 들어오고 탐이 나는 드라마이기도 하죠. ㅋ
어제 방영분에서는 중간고사 문제 유출이라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나쁜 사람들은 다 어른입니다. 상황을 조장하고 어떤 불법이라도 내 아이를 위한 일이라면 서슴지 않고 행합니다. 그 일이 교육과 입시 문제라면 드라마에서는 더더욱 최악의 상황까지 몰아가고 있죠.
부모의 큰 기대와 교육으로 번아웃되어 스스로를 방에 가둔 아이,
과도한 경쟁심과 스트레스로 난독 증세가 보이는 아이,
엄마가 준 자료가 시험에 그대로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벌벌 떨며 문제를 푸는 아이,
친구의 선의로 그 문제를 함께 보게 된 또 다른 아이,
마음이 무거웠던 건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들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아이들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비슷한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지 않는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뜨끔함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조장한 불합리에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합니다. 그 대가 또한 죄 없는 아이들에게마저 미치겠지요. 권선징악으로 드라마는 잘 마무리되겠지만 세월이 흘러도 전혀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 입시라는 제도와 내 아이만을 위하는 잘못된 부모 마음은 우리 현실에서는 언제쯤 변화가 이루어질까요.
아이가 일요일에 농구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승패를 떠나 아이가 농구코트에서 다치지 않고 즐기면서 뛰기를 바랐어요. 그런 생각을 갖고 경기를 지켜봤지만 패스를 실수하고 공이 들어가지 않으니 안타깝긴 했습니다. 게임마다 지니 고개를 푹 숙이고 기가 팍 죽은 같은 팀 아이들이 안되기도 했어요.
경기에 패하고 친구들과 햄버거를 사 먹고 나서 다시 모여 한참 동안 공원에서 농구를 하고 아이는 들어오더라고요.
엄마,
공원에선 내가 날았어.
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아이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래, 아들아. 너의 밝음이 엄마를 웃게 하는구나. 속상한 마음을 건전하게 풀고 들어온 아이가 대견했습니다.
그동안의 부진을 인정한다고 말한 손흥민 선수의 반가운 골 소식이 아침 뉴스에 나오더라고요. 선발이 아닌 후반 중간에 투입된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그 존재를 여실히 보여줬어요. 기뻐하는 그의 화면 속 표정을 엄마 같은 안도하는 마음으로 따스하게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
그림책 <정정당당을 배우다>는 도리어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상황이건 모든 아이들이 같은 곳에서 출발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는 건 바로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닌가요!
드라마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글이 길었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엄마인가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