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들은 종종 이해 못 할 일들을 합니다. 네. 맞아요. 이해해 보겠다고 나서면 안 되겠죠.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요.
아이 둘은 새벽에 자전거를 타러 나간다고 하대요. 가다가 농구장이 보이면 농구도 한다고 공도 챙깁니다.
도대체 새벽에 그 먼 데까지 왜? 오늘은 공기 질도 좋지 않은데? 주말에 아빠랑 같이 가는 게 어떨까? 더구나 넌 자전거 오랜만에 타는 거 아니니?
"엄마, 설마 자전거 타는 걸 잊었겠어?"
바퀴 달린 것에는 영 자신 없는 엄마는 그래도 걱정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면 연락이라도 좀 하지, 퍽이나 그러려고요. 워낙 별의별 일이 생기는 시절이라 아이들만 나간 새벽은 아침잠 많은 엄마의 눈마저 말똥말똥하게 했습니다.
그냥 아이들은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자기들끼리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었나 보죠. 모험일 수도 있고요. 아마도, 여행을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쪽지 한 장만 달랑 남기고 춘천행 기차를 훌쩍 탄 조카의 청소년 어느 날 홀로 여행처럼 말이죠.
두 시간 가까이 라이딩을 하고 집에 온 아이들 얼굴은 뭔가 해낸 것 같은 다부진 표정이 엿보입니다. 노심초사 기다리던 엄마는 무사귀환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자전거는 아이 성장 과정에서 성취를 느끼게 한 매개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뒤를 잡아주던 아빠의 손길을 떠나 혼자 유유히 나가던 아이의 첫 두 발 자전거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벅찬 순간을 어찌 잊겠어요. 그 작은 아이의 힘찬 페달질에서 이미 엄마는 자기의 미래를 보았을 겁니다. 자신의 세계로 혼자서 훨훨 날아갈 초록이를 바라보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잎싹이가 될 거라는 걸 말이죠.
아이 방문을 슬쩍 열어보니 이불을 폭 쓰고 아이는 다시 누워 있네요. 자전거 왜 탄 거야? 프레시한 기분 가지고 마음 다잡고 공부하려고 그런 거 아니었어? 끙, 이제 그만 일어나지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