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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버와 샬롯 Jan 31. 2024

너 때문에 이긴 거야

: 축구 선수 윌리

그거 알아요?


새벽에 축구 이긴 거, 우리 집 아이 때문이라는 거요. 좀 고마워해야 할걸요. ㅋ 


무슨 말이냐고요?


새벽 1시에 하는 축구를 유일하게 아들만 보겠다고 했어요. 혼자 보는 게 좀 쓸쓸하지 않을까 싶어 새벽 관전이 부담은 됐지만 그래도 옆에 있었답니다.


선제골을 먼저 먹고 엄마는 아들에게 얘기했죠.


"아무래도 분위기가 동점이 될 것 같고, 연장전도 가겠지.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일 것 같은데. 아, 그럼 최악이다. 연장전까지 가면 잠은 언제 자? ㅜㅜ"


그나마 동점이라는 희망도 사라져 갈 때쯤 엄마는 이미 승부는 결정 난 듯 악담을 퍼붓고 있었죠. 


"엄마, 오늘은 왠지 그 선수가 명예를 회복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요? 한때 K리그 득점왕이었다고요. 난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 선수가 일을 낼 거예요."


그러니까 종료 1분 전에 딱, 헤딩 슛! 골인~


"엄마, 내 말이 맞죠!"


엄마와 아들은 그렇게 서로를 보며 둘만의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했어요.



윌리도 그리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변변치 않은 축구화, 왜소한 체격으로 축구를 하기에는 한참 모자라 보였죠.


이제 남은 건 골키퍼뿐이에요.
골키퍼는 어찌나 몸집이 큰지 골대가 작아 보였죠.
윌리는 해낼 수 있을까요?


믿어준다는 거, 그것이 단 한 사람일지라도 그 힘은 때때로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해요. 오늘 우리들의 영웅 옆에 멀리 고국에서 남자아이가 조용히 응원했던 것처럼 윌리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거든요.


근데 아들? 그거 알아? 우리가 이전의 어처구니없이 비긴 두 게임 있잖아. 그땐 우리가 축구를 보면서 골뱅이 소면과 치킨을 먹었어. 오늘은 안 먹었고. 거봐, 다음 경기 때도 아무것도 먹지 말자. 알았지? 오늘 그것 때문에라도 우리가 이긴 거라고. 기억해 둬.


"......"


그나저나 아들? 엄마 너무 졸려. 넌 아직도 자고 있겠지? 쳇, 좋겠다. 이제 좀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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